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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Ⅰ ‘롯데 사태’ 그후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정운찬 前 총리 긴급진단

  • 정운찬 | 前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isg115@daum.net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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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노력이다. 정부가 새로운 방법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이미 해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 의지’가 없어서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지키고,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최대한 수용하면 된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선거에서 이겼으면 경제민주화를 실시해 보답하는 것이 순리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와 집중투표제 · 전자투표제 · 다중대표소송제도 등을 도입하면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규 교차출자뿐 아니라 기존 교차출자도 해소하게끔 하면 재벌의 지배구조가 더욱 개선될 것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

무엇보다도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일관된 정책 의지를 유지하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 개혁을 주장했지만, 이들의 재벌 개혁은 중단되고 친(親)재벌, 성장 위주 정책으로 전환됐다. 박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남았으니 지켜봐야겠지만 전 · 현직 대통령들의 재벌 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정책 의지가 부족한 데다 정책 능력이 충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혁명은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법과 절차도 필요 없다. 그러나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교한 플랜을 갖추고 정당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기득권이 감당해야 할 고통과 손해는 어느 정도로 하고 어떤 방법으로 부과할 것인지, 그리고 개혁의 속도와 시간을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대중의 요구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해야 한다. 절대다수의 주장이 모두 정의이거나 상식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토록 어려운데도 개혁에 나섰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추진세력의 능력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개혁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목적이 정의롭다고 그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혁은 결코 꽃길이 아니다.

또한 재벌 개혁은 단임 대통령의 임기 5년 내에 몇몇 규제 조치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개혁 조치가 합리적으로 설계돼 일관된 방향으로 진행될 것임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재벌이 새로운 규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도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

나는 한국 사회를 ‘단절사회’ ‘임계사회’로 평가한다. 한국 경제 성장기에는 대기업-중소기업-가계가 선순환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중소기업-가계가 단절되고 말았다.

1975년 이후 외환위기 직전까지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의 소득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8.1% 및 8.2%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가며 거의 비슷한 빠르기로 증가해왔다. 선순환이다. 그러나 2000년에서 2010년까지 10년 동안 기업소득은 개발연대 기간에 비해서도 2배 이상이나 높은 연평균 16.5%씩 늘어난 반면, 가계소득은 과거에 비해 증가속도가 4분의 1토막이 난 연평균 2.3%에 그쳤다. 특히 2005년에서 2010년까지의 5년간 기업소득이 연평균 19.1%씩 증가하는 동안 가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불과 1.6%에 지나지 않았다. 단절사회가 된 것이다.

‘공정’을 ‘슈퍼갑’으로 읽어서야

저성장의 원인은 임금 없는 성장, 일자리 없는 성장에 있다. 소득불평등이다. 돈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 대기업 이익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가야 중소기업에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내수가 활성화할 텐데,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이게 문제다.

좋은 일자리의 부족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단절을 가져왔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내 하도급 노동자 등 이중, 삼중의 노동시장을 만들었고 그들 사이를 단절시켰다.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이, 도시와 농촌이 단절됐다.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춘과 중년은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밑바닥부터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실직 청년층, 비정규직 등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들이 폭발 직전에 와 있다는 의미에서 임계사회라고 말한다.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롯데뿐만 아니라 한국 재벌 전체에 대한 나의 문제의식은 총리 취임 이전이나 이후에도 여전히 같다. 지금도 재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의 일단으로 동반성장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한다.

대기업은 돈은 많다. 대기업의 많은 돈이 합법적으로, 그리고 스무드하게 중소기업으로 흘러가서 투자돼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가계소득도 증가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조달 시 중소기업 우선 정책 등이 필요하다. 이런 정도의 정책적 조치는 지금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나는 롯데가 유통 소상공인, 노동자, 소비자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경영권 다툼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시장경제 질서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무의미하다. 재벌과 골목시장 소상공인 사이의 경쟁이란 ‘공정이라 쓰고 슈퍼 갑이라 읽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은 함께 상생하는 동반성장이다.



정운찬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 1946년 충남 공주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마이애미대 석사(경제학), 프린스턴대 박사(경제학)

●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총장, 제40대 국무총리(이명박 정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 現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 저서 : 경제학원론(공저 · 1990), 거시경제론(1996), 가슴으로 생각하라(2007), 미래를 위한 선택, 동반성장(2013) 등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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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 前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isg1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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