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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위계(位階) 없애고 권한 나누고 별동대 풀었다

관료주의 극복한 기업들

  • 박지원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위계(位階) 없애고 권한 나누고 별동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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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의 참여 유도 TMNS

의사결정은 무조건 리더가 하고, 구성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구성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함으로써 관료주의를 벗어난 사례도 있다. 일본 IT기업 TMNS(Tokio Marine Nichido Systems)가 그 주인공이다.

TMNS는 위계질서가 강해 관료주의적 문화가 팽배했고, 구성원들이 상사의 말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며, 구성원들이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서열화를 통한 내부 경쟁에 지쳐 있는 상태였다. TMNS는 컨설팅 회사의 진단을 받은 뒤 30~40대 구성원 중 지원자를 받아 ‘Work Style Reform Committee’를 구성했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경영층과 함께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한 것. 이 위원회는 동기부여, 혁신, 즐거움,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자율성이라는 6가지 변화의 키워드를 정하고, 각각에 따른 변혁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중간관리자들이 의사결정 속도를 지연시킨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결재 라인을 모두 검토한 끝에 54개 결재 종류 중 48개의 승인 절차를 제거했다. 리더들의 권위로 자유로운 토론이 어렵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 건물에서 5분 떨어진 거리에 ‘Future Center’를 만들고, 잠시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권위의 장벽을 없애고 구성원들이 재미있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밖에도 고객 방문 프로그램,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테마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Next Dream’ 제도, 사내 즐거운 문화 공간 창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조직 문화 변혁을 시도해 권위적이고 수동적이며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해 열정적이고 행복한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작은 별동부대 활용 록히드 마틴

위계(位階) 없애고 권한 나누고 별동대 풀었다


기업 규모가 크고 오래될수록 관료주의 문화를 불식하기 어렵다. 일부 회사에선 특정한 프로젝트나 부서 중심으로 조직 내 관료주의적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기업 내부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혁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함으로써 기업 혁신을 이끄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의 스컹크 웍스(Skunk Works)다.

스컹크 웍스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미국 국방부의 요청으로 록히드가 비밀리에 긴급하게 구성한 개발팀 이름이다. 이들은 미처 작업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공장 주변 빈터에 천막을 치고 작업했는데, 악취가 심해서 본사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 의도치 않게 비밀조직화하며 본사의 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스컹크 웍스는 약 50명의 소수 인원으로 예상보다 한 달이나 빨리 신형 제트기 설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성과를 발휘했다. 스컹크 웍스가 혁신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회사 내에 만연한 사내 정치, 절차, 프로세스 등으로부터 단절되고, 다양성을 갖춘 소수 구성원으로 구성되며,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유로운 토론과 빠른 실행이 가능했던 덕분이다.

스컹크 웍스와 같이 기업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별도의 방식으로 혁신적 시도를 하는 소규모 팀의 활용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IBM은 기존 조직과 완전히 분리된 사업개발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최고경영진에게 직보하는 체계를 만들면서 1980년 중반 이후 PC 사업 활성화를 이끌었다.

혁신적 개혁가를 통한 쇄신 일본항공

관료주의가 심할수록 자신의 특권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며 만족을 느끼는 ‘지위 중독’ 현상이 심화한다. 이로 인해 기득권을 잃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현상 유지를 좇는 보신주의 경향이 강해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강한 권력을 가진 리더 계층이 보신주의나 복지부동의 자세를 취할 경우, 그 조직 스스로 관료주의를 벗어나기란 상당히 어렵다.

강력한 혁신적 개혁가를 통해 이런 경우를 벗어난 대표적인 예가 회생 불능 평가를 받았던 일본항공(JAL)이다. 일본항공은 포퓰리즘 정치에 휘둘려 적자인 줄 알면서도 전국 각지에 노선을 늘렸고,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야 하는 마당에 사원들의 인건비는 줄이면서 정작 정년퇴직한 스튜어디스들에게 지급하던 월 500만~600만 원의 고액 연금은 유지하고 있었다. 경영진은 이런 방만한 경영이 일본항공을 쓰러지게 할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재임기간에 건드렸다가 일이 크게 터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망하기 직전에도 ‘조금만 손대면 좋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이때 교세라(Kyocera)의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본항공을 쇄신하기 위해 나섰다. 혁신적 개혁가 임무를 맡은 이나모리는 경영층의 보신주의를 지적했고,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서둘렀다.

회사를 살리려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며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단카이(團塊, 1947~49년생) 세대라 불리는 중년 기득권층을 구조조정하는 데 성공했고, 강성 노조를 기반으로 똘똘 뭉쳐 있던 퇴직자들에게도 연금액 인하에 동의하는 사인을 받아냈다. 일본 정부의 여러 지원도 있었지만, 혁신적 개혁가 이나모리의 냉철한 판단과 강한 추진력이 없었다면 일본항공의 부정과 관료주의 병폐의 고리를 끊기 어려웠을 것이다.

관료주의 다이어트

관료주의의 병폐로 인한 여러 문제가 조직에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주는지는 이미 기업들이 실증한 바 있다. 끊임없는 혁신의 노력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최근 세계적인 리더나 학자들 사이에서 기업의 관료주의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여든이 훨씬 넘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핵심 고민 중 하나도 관료주의 타파다. 버핏은 GM, IBM, 시어스(Sears) 등이 최고의 자리에서 추락한 원인이 오만함, 관료주의, 기존 성과에 대한 안주에 있었다며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임자는 이러한 문제들과 싸울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료주의가 계층과 권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관료주의에 따른 문제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리더 스스로가 개인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관료주의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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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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