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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를 아시나요

힐러리 예찬 HBO 드라마 제작 ‘독한’ 이탈리아 소설

  •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엘레나 페란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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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해리 포터’

[한길사 제공]

[한길사 제공]

주인공 레누와 릴라는 외견상 상반된 존재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을 지녔다. 둘 다 지식욕, 글쓰기에 대한 욕망, 세상을 바꿔보려는 의지가 강하다. 작가 레이첼 커스크(Rachel Cusk)는 “하나의 완벽한 여성이 둘로 나뉜 것 같지만 사실 레누와 릴라는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평한다. 릴라가 없으면 레누는 존재할 수 없고 레누가 없는 릴라도 마찬가지다. 두 요소 중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
 
“나폴리 4부작을 쓰는 동안 나는 사건, 캐릭터, 감정, 터닝 포인트를 다시 다듬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 어떤 계획적인 일도 하지 않았다”는 엘레나 페란테의 말에서 짐작하듯 이 연작 소설은 지극히 사적(私的)인 소설이다. 동시에 시대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면 격동의 이탈리아 현대사 한복판으로 빨려 드는 느낌이 든다. 

한편 나폴리 4부작은 페미니즘 문학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엘레나 페란테는 말한다. “우리는 남성의 상징 시스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남성은 여성의 상징 시스템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세상이 여성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나아가 남성들은 의심 없이 그들의 시스템 안에 있는 현재의 우리를 인정해야 한다.” 작품은 여성의 시선과 입을 빌려 남성 중심의 세상을 묘사한다. 여성 독자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당연하다. 사라 넬슨 아마존 편집장은 “미국 여성에게 페란테의 존재는 어린이들에게 해리 포터 같은 존재”라고 평했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번역 작품에 대해 평이 인색한 영미권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작품은 연극으로 각색돼 런던 사우스웨스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로즈극장 무대에서 상연됐다. 미국 HBO와 이탈리아방송협회(RAI)는 드라마로 제작하는 중이다. 출간됐거나 출간 예정인 국가가 47개국에 달한다. 

나폴리 4부작은 강렬하고 독하다. 전염성도 높다. ‘페란테 열병(Ferrante Fever)’은 전 세계에 유행 중이다. 사랑, 우정, 불륜, 강간, 이혼, 미성년자 성교, 폭력, 범죄 조직 등 이른바 ‘막장 드라마’ 요소를 고루 갖추고 독자를 빨아들인다. 읽기 시작하면 다음 권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힐러리 클린턴도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다. 나폴리 4부작의 1권을 펼쳤을 때 책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작가가 묘사한 모든 장면에서 감정의 포로가 되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프랑스 ‘르몽드’는 “페란테는 마약 같다. 단어, 메타포 그리고 외설적 표현까지”라고 썼다. 

한국 독자의 ‘페란테 앓이’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7월 1권 출간 후 2017년 12월 4권 완간까지 한국 내 번역·출판을 맡은 한길사에는 “다음 권을 빨리 출간해달라”는 격려성 민원이 빗발쳤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가 팔렸고, 국내에서는 2월 중순 현재 4권 합쳐 18쇄를 찍었다.






신동아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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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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