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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 | ‘한반도의 봄’ 기회 혹은 함정 |

폐기 or 강행? 기로에 선 북한의 核전략

‘평화협정→미군철수→통일대전→北주도통일’ 폐기했는지 확인해야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폐기 or 강행? 기로에 선 북한의 核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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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상회담서 노동당 규약 ‘全한반도 공산화’ 삭제 요구해야”
    ● ‘북한 시간표대로’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나선 까닭은…
    ● 기존의 핵전략 포기했다면 한반도에 봄이 찾아온 것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과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선 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핵무장을 완성한 국가가 핵을 내려놓은 사례는 없으나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섰다.
 
적대국과 대화할 때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므로 북한의 남북 및 북·미 대화 시도가 미국의 선제타격을 막고 핵무력을 완성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전술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북한이 동결, 비확산 합의 수준에서 위기를 봉합한 후 비핵화 절차를 중장기 협상으로 넘길 수 있다. 

외교·안보 분야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현재의 핵 능력으로는 미국에 대한 신뢰적 최소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핵무장 완성까지의 시간 벌기에 나섰을 수도 있다”면서 “국가 안보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억제’는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으나 적국의 도시 한 곳을 파괴할 능력 정도만 갖춰도 억제가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신뢰적 최소억제’는 최소억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극적인 공격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최소억제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 것이다. 

‘국가 핵무력’은 핵능력, 핵전략, 핵지휘체계로 완성된다.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잠재력’은 보여줬으나 평양의 핵전략이 무엇이고, 지휘체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美 본토 타격할 ‘잠재력’은 보여줘

박휘락 국민대 교수(정치대학원 원장)는 ‘전략(strategy)=목표(ends)+방법(way)+수단(means)’의 방정식을 통해 북한의 핵전략을 분석한다. 목표와 수단이 일정 부분 드러났으므로 방법을 유추하면 핵전략을 개략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핵개발 및 핵무기 보유의 이유로 내세운다.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한 후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 탁자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설계자들은 북핵을 미국과의 협상용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국가 안보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협상용이 아닌 군사적으로 사용할 것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8월 25일 백령도·연평도 점령을 위한 특수부대 훈련을 시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직 총대로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고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 

지난해 9월 6일 평양에서 열린 6차 핵실험 경축행사에서 오금철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서울을 비롯한 남반부 전역을 단숨에 깔고 앉을 수 있는 만반의 결전 준비 태세를 갖춰나가겠다”며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업, 반미 대결전의 최후 승리를 반드시 이룩하고야 말겠다”고 했다. 같은 날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는 “미국은 조선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한미동맹만 없으면 단숨에 서울로 밀고 내려오겠다는 투의 언급인데도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9월 27일 “많은 분이 ‘한미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全한반도 공산화가 전략 목표”

박휘락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목표(ends)는 바뀐 적이 없다. 한반도 공산화가 그것이다. 2010년 개정된 노동당 규약 서문에서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며 세계 최강인 미군에 대항하려면 핵무장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핵무기는 응징억제(응징, 보복)와 거부억제(상대의 공격을 막는 것)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응징억제는 공격을 받을 때 보복에 나서 상대에게 압도적 피해를 주는 게 골자다. 북한에 적용하면 미국이 핵 시설을 타격하거나 참수 작전에 나서면 전략핵무기로 미국에 응징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ICBM을 개발해온 이유가 그것이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통해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북한에 대규모 핵 보복을 할 것이라고 한국에 약속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그것이다. 

북한이 확보했거나 확보하려는 수단(means)은 ①한국 및 주한미군에 대한 핵 공격 능력 확보 ②주일미군 및 괌 주둔 미군에 대한 핵 공격 능력 확보 ③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능력 확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는 ①, ②, ③의 능력을 ‘갖춰가는’ 과정이면서 ‘갖췄음’을 시위하는 것이다. 핵실험은 탄도미사일에 실을 핵탄두를 경량화·소형화·규격화·표준화하는 과정이며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②, ③의 능력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2016년 3월, 7월 북한이 스커드와 노동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공개한 지도는 부산과 포항을 공격 목표로 가리킨다①. 한반도 남부의 항구는 유사시 미군이 증원되는 통로다. 북한 당국도 미사일 시험발사가 “해외 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 지역의 항구들을 타격하는 것으로 가상해 실시됐다”고 밝혔다.

北 핵전략은?

지난해 3월 6일 시험발사한 준중거리미사일 4기는 일본 이와쿠니의 미군기지를 겨냥한 것이다(수단 ②). 이와쿠니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F-35가 배치되는 등 북한과 중국을 노려보는 요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3월 7일 “유사시 일본 주둔 미제침략군 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가 훈련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한국 남부 항만과 주일미군, 미군 항공모함을 핵으로 타격하는 것은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을 핵으로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괌의 앤더슨 기지는 유사시 북한을 타격할 폭격기가 주둔한 곳이다. 괌 포위 사격 위협은 재래식 전력으로 한국 강점을 시도할 때 거부억제 수단인 것이다. 

북한의 미국 타격 능력(ICBM의 완성) 확보는 동아시아 안보 환경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 요소)다. ICBM이 그간 한국, 일본에 미국이 제공해온 ‘핵확장억제력’의 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목표(ends)와 수단(means)을 살펴봤으니 방법을 유추해보자. 박휘락 교수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북한 핵전략의 1차적인 대상이 미국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공격이거나 방어일 가능성은 낮다. 미국의 막강한 핵 능력을 고려할 때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기는 어렵고, 북한은 방어를 위한 BMD(탄도미사일 공격의 효과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방위 체계) 구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핵공격은 미국이 대규모 핵무기로 보복할 수 없도록 ‘억제’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억제 전략의 일환이지 공격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한다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다만 그러한 위협이 통하지 않을 경우 ‘사용’하는 것을 전적으로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응징억제와 거부억제를 배합한 그 나름의 핵전략을 구축했다고 봐야 한다. 핵 무장의 모든 단계를 돌파했다고 주장하나 최소한의 억제 능력을 갖춰가는 단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최소억제’ 수준에 도달했는지가 중요하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완벽하게’ 확보했다면 최소억제가 작동해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진다. 미국이 동결, 비확산, ICBM 폐기 수준에서 1차 봉합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봐야 한다.

핵 보유와 주한미군 ‘등가’로 여겨

북한 체신성이 지난해 발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기념 우표.

북한 체신성이 지난해 발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기념 우표.

박휘락 교수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북한의 대남 핵전략을 추정해보면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 한국에 정치적, 경제적, 기타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처음에는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점점 요구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고, 결국은 다양한 내정간섭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 내에서 핵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질 경우 한국 정부의 대안은 더욱 제한될 것이고 그럴수록 북한의 입지는 강화될 것이다. 핵무기에 의한 위협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선제적으로 한국의 주요 도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면 큰 어려움 없이 한반도 전체를 석권할 수 있다고 판단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휘락 교수의 분석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북한이 평화협정→미군철수→통일대전→북한 주도 통일이라는 망상을 버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은의 통일대전은 미군의 증원을 막고 재래 전력을 활용해 한국을 강점하는 게 골자로 미국과 일본이 개입을 시도하면 핵으로 타격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거부억제 능력을 활용해 재래식 전쟁이나 제한적 핵전쟁으로 북한 주도의 통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전 한반도의 공산화’를 지향한 노동당 규약의 삭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주한미군과 핵 보유를 등가(等價)로 봐왔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평화협정 체결뿐 아니라 주한미군과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비핵화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북한이 동결과 비확산을 미국과 합의하고 비핵화에도 합의했으나 CVID는 중장기적으로 미뤄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하고 비확산을 약속한 상황에서 미국이 체제 보장을 해주면 주한미군의 위상이 애매해진다. 

전직 안보 당국 고위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한국이 운전석에 앉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면이다. 지난해 6차 핵실험부터 김정은의 신년사, 평창올림픽 참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실시 합의 등은 북한의 시간표대로 움직인 것이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한미동맹 균열을 기초로 북한 주도 한반도 통일 추진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통일이라는 낱말을 12번이나 사용했다. 북한이 노동당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전쟁 방법 외에 한국 정치체제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을 포함한다.” 

현재의 대화 국면이 북한이 핵을 포기한 후 정상국가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라면 기존의 핵전략을 버린 것으로 한반도에 진정한 봄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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