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호

4차산업혁명과 미래

5G가 세상을 바꾼다?!

자율주행차 일상 되는 미래 눈앞에

  • 입력2018-04-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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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5일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몰이로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의 또 다른 이름은 ‘세계 최초 ICT 올림픽, 평창’이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코 ‘ICT’. 특히 5G를 필두로 올림픽 기간에 선보인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우리 국민은 자부심을 느꼈고, 세계인에게는 한 번 더 ‘ICT 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를 안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ICT 강국의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겼다. 

    여기서 질문 하나. 세계 최초 ICT 올림픽, 평창에 정말로 5G 기술이 펼쳐졌는가. 

    이 질문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야 한다면 필자는 ‘예~니오’ 또는 ‘아니~예’라고, 모호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평창에는 5G가 있었다. 그러나 평창의 모든 곳에 5G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LED 촛불 비둘기 퍼포먼스에 5G 기술이 활용됐다고 한다. 1000명이 넘는 대규모 출연진이 촛불을 수동으로 동작해서는 정확한 시점에 동시에 불을 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5G 네트워크를 활용해 LED 촛불을 실시간으로 점등하고 밝기도 제어했다는 설명이다. 

    LED 촛불 비둘기 퍼포먼스 자체는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 5G 네트워크 활용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무엇인지, 관객이 알아주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평창에서 많은 5G 기술을 체험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5G 기술이 예술적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데 제 역할을 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KT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선보인 ‘자율주행 5G 버스’.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KT 관계자가 5G 버스 안에서 자율주행 드론으로 배달된 택배를 받는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KT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선보인 ‘자율주행 5G 버스’.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KT 관계자가 5G 버스 안에서 자율주행 드론으로 배달된 택배를 받는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진짜 5G는 따로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평창조직위가 발간한 ‘평창ICT올림픽 가이드북’에 소개된 ‘싱크뷰(Sync View)’ ‘옴니 포인트뷰 (Omni Point View)’ ‘인터랙티브 타임슬라이스(Interactive Time-Slice)’ 같은 5G 실감미디어 서비스와 ‘5G 버스’로 체험하는 5G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공식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다. 대회 기간 인천공항 ICT라운지, 강릉 ICT홍보관, 평창 ICT체험관, 강릉과 평창 경기장의 5G 실감미디어 체험존, 강릉 경포호 인근 5G 커넥티드카 정류장 등을 방문했다면, LED 비둘기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5G 기술을 체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서비스의 어떤 부분이 5G일까?

    LED 비둘기와 5G 버스

    스포츠 경기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현장에 있다고 해서 경기 장면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관중석에 앉으면 저 아래 경기 장면이 ‘조그맣게’ 내려다보일 뿐이다. 오히려 그보다 더 실감 나는 것은 바로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열띤 응원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소개된 ‘5G 실감미디어’ 서비스는 마치 내가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된 것처럼, 혹은 마치 내 눈앞에서 선수가 있는 것처럼 스포츠 경기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그러자면 우선 초고화질의 영상 전송이 가능해야 한다. 그뿐인가? 100분의 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경기가 끝난 후 전달받는다는 것은 난센스다. 실감 나는 경기 장면을 담은 고화질 영상(eMBB·Enhanced Mobile Broadband)을 거의 지연 없게(URLLC·Ultra-Reliable and Low Latency Communication) 전송하는 것이 5G 실감미디어 서비스의 핵심이다. 

    경기장을 벗어나 도로로 나가보자. 최근 출시되는 상용차 중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량이 상당수다.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 기능은 각 자동차 ‘단독’의 기술이다. 영상으로 차선을 인식하고, 센서로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주행 차로를 따라 앞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해준다. 그러나 진짜 자율주행은 이 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에 평창에서 선보인 ‘5G 버스’는 ‘5G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돼 진정한 자율주행의 미래를 보여줬다. 

    교차로에서 스스로 신호등을 감지하고,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선 주변 상황에 맞춰 정지하고 출발할 줄 알아야 진짜 자율주행차다. 5G 커넥티드카 기술이 이를 실현해준다. 말 그대로 5G 통신망에 자동차가 연결돼 있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의 자동차는 5G 통신망을 통해 주변 자동차, 주행 중인 도로와 신호등, 도로 주변의 사물과 소통하게 된다.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스마트 자동차에 더해 스마트 교통 시스템이 구축됐을 때 비로소 진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스마트 자동차가 스마트 교통 시스템 속에서 자유롭게 달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엔진의 성능? 그보다는 다수의 사물(mMTC·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이 초저지연의 신뢰성이 보장된(URLLC) 통신망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5G가 시간, 장소를 없앤다”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LED 촛불 비둘기 퍼포먼스(위)와 다섯 아이가 연기한 ‘평화를 찾아 떠나는 모험’의 한 장면. [KT 제공, 뉴시스]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LED 촛불 비둘기 퍼포먼스(위)와 다섯 아이가 연기한 ‘평화를 찾아 떠나는 모험’의 한 장면. [KT 제공, 뉴시스]

    사실 ‘평창ICT올림픽 가이드북’에 따르면 5G는 평창ICT올림픽의 5대 서비스 중 하나였다. 나머지 4개 서비스는 5G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나머지 기술도 미래에 결국 필연적으로 5G와 만나게 된다. 

    우선 인공지능(AI). AI기술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생각해보자. 인공지능 스피커를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 써본 적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아니고 그냥 스피커다. 질문하는 사람의 음성을 네트워크 도움 없이 인식할 순 있겠지만, 질문의 내용에 맞는 답을 찾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모든 인공지능은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반복 학습해 인공지능으로서의 지식을 쌓아간다. 

    또한 인공지능엔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일종의 집단지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때 데이터는 꼭 사람만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것’으로부터 데이터가 생성된다. 바로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들이다. IoT 디바이스들은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하고, 반대로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물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는 전제하에. 

    UHD(Ultra High Definition)나 VR(Vertual Reality·가상현실) 서비스는 또 어떤가. 개별 기기가 저장하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UHD·VR 서비스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해당 기기가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또한 반쪽짜리가 될 것이다. 언제든 필요한 콘텐츠를 내려받고, 어디서나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으려면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AI, IoT, UHD, VR까지 모두 다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을 때 최상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5G 이동통신으로 이들 서비스가 실현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다섯 아이가 ‘평화를 찾아 떠나는 모험’으로 시작됐다. 모험을 하던 아이들이 시간의 강 끝에 있는 ‘미래의 문’을 지나 자신들의 미래를 만나는 모습은, 우리가 그려나가고 싶은 미래다. 5G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미래다. 

    ‘해나래’가 설계한 스마트도시에서는 도시 전체가 네트워크로 촘촘하게 연결돼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되고, ‘누리’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은 네트워크 세상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통해 나날이 똑똑해지며 사람을 대신해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이다. ‘푸리’는 진짜 환자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나는 고화질 영상이 펼쳐지는 증강현실 안경을 쓰고, 짧은 지연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신뢰 통신으로 전달되는 신호로 원격수술 로봇을 제어하며 수술을 진행한다. ‘아라’는 고용량 네트워크를 통해 홀로그램 기술로 전 세계 팬들을 동시에 만난다. ‘비채’ 또한 시간과 장소의 구애없이 한글을 가르친다. 모두 5G 기술이 가져올 머지않은 미래다.

    5G 최초 표준 규격의 ‘함의’

    5G 기술이 어디쯤에 와 있기에 필자가 ‘머지않은 미래’라고 장담하는가. 2018년 무술년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해 12월 20일 늦은 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이동통신 표준화와 관련해 역사적인 발표가 있었다. 바로 5G ‘신규 무선(NR·New Radio) 비단독(NSA·Non-StandAlone) 모드의 릴리스 15 규격 완료를 3GPP(3rd Generation Partnershp Project)가 공식 선언한 것이다. 

    비록 이날 발표된 표준 규격은 완전한 5G 규격으로 가기 위한 1단계 규격에 불과하지만, 5G 최초 표준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또한 본격적인 5G 시스템을 위한 장비 및 기술 개발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지대하다. 특히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 표준에 기반해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사실 3GPP의 5G 최초 표준 규격은 국내 연구기관, 이동통신사, 제조사가 힘을 합쳐 표준 작업을 가속화한 노력의 결과다. 특히 초고주파(28GHz) 대역 정의 및 무선 성능 요구사항, 다중프레임구조, 빔포밍 등 5G 시스템을 위한 핵심 기술 요소에 대해 국내 산·학·연이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NR NSA 규격은 5G 무선접속망이 4G 코어 망과 연결돼 동작하고, 특히 제어신호를 4G 무선망인 LTE를 통해 전달받는 것이 특징이다. 5G 코어 망과 연결돼 동작할 NR 단독(SA·StandAlone) 규격은 올해 6월에 완료될 예정인데, NSA 장비의 소프트웨어적인 업그레이드만으로도 기능 구현이 가능하다고 하니 장비 개발의 중복 투자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3GPP 5G 규격이 전 세계 5G 이동통신 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총국(ITU-R)’의 이동통신작업반(WP5D)에서 제정한 IMT-2020 요구 사항에 관한 테스트 통과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5G 이동통신은 이전 세대의 이동통신과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전 세대의 기술 진화가 무선의 전송 속도를 강조하는 ‘초고속’ 특징만을 지향해왔다면, 5G는 초고속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수의 기기를 상호 연결하는 ‘초연결’과 통신기기 간 안전한 연결과 빠른 응답을 보장하는 ‘실시간’의 중요성을 함께 고려한다. 실제로 ITU 이동통신 표준화회의(ITU-R WP5D)는 MT-2020 요구사항에 초고속, 초연결, 실시간의 세 가지 기술 축을 포함했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에 요구되는 대용량 콘텐츠의 원활한 송/수신, 자율주행차·원격의료에 필요한 안전한 통신기술 및 인간의 촉각 반응에 버금가는 초저지연의 빠른 응답 속도, 그리고 공장과 도시의 수많은 센서가 동시에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시티의 초연결성이 5G 기술에 요구된다. 따라서 5G 기술은 기술혁신 확산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기존 이동통신 산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초에도 이러한 5G 기술의 역할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매년 1,2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기술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전시행사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다. 51회째를 맞이한 올해 CES는 5G로 실현되는 스마트시티 분야를 새로운 주제로 도입했고, 이외에도 인공지능,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자동차 및 드론, 그리고 로봇 기술 등을 주요 주제로 한 혁신적인 디지털 빅뱅과 융합을 선보였다. 모바일 기술이 중심이 되던 MWC도 ‘더 나은 미래 창조’를 올해 전시 주제로 내걸고 다양한 융합기술을 선보였다. 5G가 분야 간 융합을 이끌어갈 핵심 기반기술이 될 것임을 다시 한번 목격할 수 있는 장이었다.

    재도약 기회가 열렸다

    SF 작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5G는 이미 시작됐다. 5G 핵심 기술은 이미 개발됐고, 그것을 표준에 반영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관건은 5G를 핵심 인프라로 활용해 기존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지식 기반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복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5G 지능형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초연결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한국에 위기인 동시에 재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18년 3월 기준 글로벌 시가총액 5대 기업은 애플, 알파벳(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다. 여전히 정보기술 기업이 세계 1위에서 5위까지 휩쓸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다른 기업들이 쫓아가기 힘든 수준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까지 이미 선점한 상태라면 한국으로서는 위기이겠으나, 다행히 그렇지 않다. 게다가 한국은 유·무선 통신 인프라 구축이라는 강점을 보유한다. 따라서 통신 인프라를 5G로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융·복합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면 우리에게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5G 이동통신은 단순히 통신 기술이 아니다. 산업 간 융복합을 촉진하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며,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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