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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피습에 리모델링 ‘후끈’

“아파트도 고쳐서 오래 쓰는 시대 온다”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재건축 피습에 리모델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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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소재 5개 아파트단지는 국내 최초로 '단지 통합형'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5개 단지 중 하나인 한가람아파트(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 5단지는 현재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예정지 중 가장 빠른 사업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올 하반기 이주 및 착공이 예상된다. [지호영 기자]

“추진하는 사람들 의지가 상당하더라고요. (정부가) 재건축은 못 하게 하고,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장려하잖아요. 어차피 우리 아파트는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차라리 리모델링을 빨리 해서 좋아진 환경에 살면서 아파트값도 올리자는 거죠. 일리 있다고 봐요. 리모델링 추진 얘기가 나오자마자 매매가가 더 올랐다고도 해요. 그 덕에 다들 리모델링을 환영하는 분위기예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강촌아파트 주민 이모 씨는 최근 ‘5개 단지 통합 리모델링’ 설명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4호선 이촌역 주변 5개 아파트단지(한가람·강촌·이촌코오롱·한강대우·이촌우성) 5000여 세대는 현재 통합 리모델링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1월 소유주 100여 명이 통합리모델링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 대상 설명회를 두어 차례 열었다. 

이촌코오롱아파트의 한 주민은 “여러 단지가 함께 리모델링을 하면 분담금이 줄어들어 이득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민들 사이에선 “안전등급이 B등급일 때 얼른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진단에서 B등급 이상이 나와야 층수를 늘리는 수직 증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근 이촌동 현대맨션(653세대)의 경우 C등급을 받아 수직 증축을 못하고 수평 증축만 하는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리모델링 얘기가 나온 이후 집값은 크게 상승했다. 1월 9억 원대에 거래되던 한가람아파트 59.88㎡(전용면적)가 2월 들어서는 10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수천만 원이 뛴 것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자 집마다 1억 원씩 더 올랐다”며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집값이 신축 아파트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단지 통합형’ 리모델링 추진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이어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하자 반대급부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한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서울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 어떻게든 재건축을 해보려고 때를 기다리던 아파트 주민들이 먼저 설명회를 요청하며 리모델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재건축에 따른 비용이 세대당 1억~2억 원씩 증가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더해 3월 5일부터 재건축 허가를 받기가 매우 까다로워졌다. 건물의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이 20%에서 50%로 높아지고, 주거환경 평가 비중은 40%에서 15%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더라도 실제 재건축에 나설 수 있는 아파트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훈 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는 “이번에 강화된 안전진단 요건하에서는 준공한 지 최소 50년은 돼야 재건축 허가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재건축은 1990년대 지어진 노후 아파트가 대부분이고, 리모델링은 1990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가 주로 추진 대상이라 시장이 구분돼 있다”며 “다만 1990년대 이후 아파트 중 재건축을 고집하는 곳이 줄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활력을 얻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주민은 “2000년대 초반 입주한 우리 단지는 3,4년 전 리모델링을 하려다가 ‘재건축파’의 반대로 무산된 적 있다”며 “요즘 같은 분위기를 고려하면 하루라도 빨리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오래된 아파트를 부수지 않고 고쳐 쓰는 ‘아파트 리모델링’이 국내에 첫 등장한 것은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된 2001년. 그러나 지난 17년간 리모델링을 완료한 아파트는 서울 지역 16개 단지 2400여 세대에 불과하다. 그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는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높고, ‘자기 돈 들여하는’ 리모델링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거론한다. 2000년 초·중반 리모델링이 추진된 아파트 중 실제 공사에 착수한 곳이 2~3%에 불과할 정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자, 리모델링 비용을 회수할 만큼 집값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사라져 대다수 아파트들이 리모델링 계획을 접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리모델링에 다시 훈풍이 분 것은 2014년 4월부터다. 주택법 개정으로 그간 금지됐던 수직 증축이 허용되고 세대수 증가 범위가 기존 세대수 대비 10%에서 15%로 확대되자, 본격적으로 리모델링에 나서는 아파트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으로 새로 늘어난 세대는 일반분양하기 때문에, 기존 조합원들의 개별 분담금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아파트를 2,3개 층 증축하면 신축 아파트처럼 모든 주차장을 지하로 집어넣는, ‘차 없는 단지’를 실현하기가 용이해진다. 이러한 사업성 개선에 힘입어 현재 조합을 설립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서울 및 경기 지역 22개 단지 1만3275세대다. 대부분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인 15%까지 세대수를 늘릴 계획이라 준공 후 1만5049가구로 1774세대가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리모델링 예정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1753세대)이고,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는 서초구 잠원동 한신로얄(208세대)이다. 

대치2단지의 경우 일부 주민이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지만, 리모델링 조합 측은 사업 추진에 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학수 대치2단지아파트리모델링조합장은 “리모델링 행위허가에 필요한 조합원 동의율은 75%인데, 지난해 5월 기준 조합원 찬성률이 77%”라며 “올 연말에 행위허가를 위한 총회를 열고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예정인데, 최근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라서 75% 찬성을 얻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치2단지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같은 시기인 1992년에 준공된 아파트라서 내진 설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재건축이 가능한 낮은 안전진단 등급을 받으려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잘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리모델링, 시장서 ‘호재’로 작용

대치2단지는 리모델링 후 15층에서 18층으로 3개 층이 증축된다. 14·17·21평인 각 세대는 19·22·28평으로 넓어진다. 새로 늘어나는 262가구는 펜트하우스와 40·30·20평형으로 다양하게 지어 일반분양한다. 전 조합장은 “강남 역세권 단지인 데다 양재천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인근 신축 아파트 수준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잠원동 한신로얄은 2014년 주택법 개정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 중 가장 빠른 리모델링 행보를 보인 곳으로 3,4월 중으로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2022년 초 준공 후 입주하게 된다. 한신로얄아파트리모델링조합장 김정범 씨는 “우리 단지는 리모델링 찬성률이 거의 100%에 가까운데, 2월 말 열린 총회에서 각 세대당 리모델링 분담금(추정)이 애초 예상됐던 2억 원에서 1억3000만 원으로 크게 낮아져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전했다. 최근 부동산값 상승 여파로 일반분양 기대 수익이 올라간 덕에 조합원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2015년 4월 조합 인가가 나기 전 8억 원대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 81.05㎡은 지난 1월 14억6500만 원으로 국토부에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김씨는 “주변 부동산값이 오르면서 함께 오른 것이 3분의 2, 리모델링 기대감으로 오른 것이 3분의 1인 것으로 주민들은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이란 주요 골조를 유지하면서 구조, 기능, 미관 및 거주 환경의 개선을 위해 건축물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성능을 추가 또는 변경하는 행위다. 신축 아파트와 같은 수준인 진도 6.5의 강도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로 구조를 보강하고, 노후한 수도·난방 등 배관도 새것으로 교체하게 된다. 복도식 아파트는 계단식 아파트로 바뀐다. 외관도 싹 달라진다. 없던 지하 주차장을 신설할 수도 있고, 지하 주차장 한두 개 층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층간소음 문제 또한 소리를 차단하는 건축자재를 사용해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다만 층고는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돼 새로 짓는 아파트에 비해 불리하다. 최근 신축 아파트의 층고는 240~250cm로 1980,90년대 지어진 아파트보다 10~20cm 높아지는 추세다. 

관건은 평면 구조. 리모델링은 기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앞과 뒤, 옆으로 확장하는 것이라서 평면 구조가 기존에 비해 개선되긴 하지만, 신축 아파트의 최신 평면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한계를 건설사들은 2베이를 3베이로 늘리는 등의 아이디어로 극복하고 있다(베이(Bay)란 아파트 전면부(거실 쪽) 중 햇볕이 들어오는 공간을 의미하는 용어로 거실 양옆으로 방이 각각 하나씩 있으면 3베이가 된다). 이동훈 대표는 “베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현재 분당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리모델링이 추진돼 올 하반기 이주 및 착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자동 한솔마을 5단지는 평면 제약을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복층 구조를 도입할 예정이다. 집이 옆이 아닌 위로 확장되는 셈으로, 아래층에 거실, 부엌, 침실 하나가 있고 아래층 절반 크기의 위층에는 침실 두 개와 가족실을 배치하는 식이다. 

한편 이원식 포스코건설 도시재생사업그룹장은 “국토부가 세대 간 벽체 철거 허용을 2019년까지 유예했는데, 이것이 허용돼 세대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되면 리모델링 아파트의 평면 제약이 거의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대 간 벽체를 철거할 경우 구조 보강 공사를 병행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신축에 비해 고난도 기술을 요구한다. 따라서 공사기간이 재건축에 비해 짧지 않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3년이 소요된다. 다만 리모델링은 추진 절차가 재건축에 비해 간소하다. 준공한 지 15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고, 임대주택을 넣지 않아도 된다. 재건축처럼 초과이익 환수 규제도 없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세대수나 용적률 상한선도 없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리모델링 준공 후 용적률이 350%, 400%여도 상관없다”고 말했다(현행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3종 일반주거지 기준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은 250%가 상한이다).

“용적률 상한 없다”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조감도. [포스코건설 제공]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조감도. [포스코건설 제공]

서울시와 건설업계는 앞으로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는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기존 용적률 250% 이상은 세대수 증가 없는 일대일 재건축이 아닌 이상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3종 일반 주거지 기준으로 215% 이상이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유리하다는 업계 시각도 있다.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계획’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을 용적률을 기준 삼아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 나눠놨는데,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가능 공동주택’으로 추정된 단지는 전체 4136개 단지 중 168개 단지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좀 넉넉하게 잡으면 500여 단지가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리모델링을 재건축의 대안으로 권고해온 서울시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하에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리모델링에 관심 있는 아파트 중 5개 단지를 선정해 어떤 유형의 리모델링이 적합한지 컨설팅해주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유형을 기본형, 평면확장형, 세대구분형, 커뮤니티형(이상 저비용 리모델링), 그리고 증축형의 고비용 리모델링 등으로 나눈다. 시범사업을 통해 유형별 리모델링의 가이드라인을 도출해 향후 늘어나는 서울 시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건설사들은 정중동(靜中動)인 가운데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리모델링 수주가 활발한 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에 비해 난도가 높은 반면 수익성은 높지 않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현재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와 우성9차아파트 등 8개 단지를 수주했고, 현대산업개발은 대림건설과 함께 2000세대 규모의 개포동 대치2단지 리모델링을 맡았다. 이동훈 대표는 “전국적으로 500만 호가 리모델링 대상임에도 현재 1만 호가량만 리모델링에 나선 상태”라며 “수직 증축 및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에 착공한 아파트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리모델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식 그룹장은 “선진국은 리모델링이 전체 건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라며 “우리도 언제까지고 부수고 새로 지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국내 건설 시장도 결국 리모델링 위주로 재편될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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