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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충돌위기 이후 한반도

北이 두려운 건 확성기보다 전방위 동시다발 심리전

남북 심리전 막전막후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주승현 | 前 북한군 심리전 제압조장, 정치학 박사

北이 두려운 건 확성기보다 전방위 동시다발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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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만지면 손 썩는다”

새벽에 방송된 종교 프로그램 시간에 찬송가를 따라 부르던 DMZ 인근 지역 주민이 보위부에 적발돼 공개 총살되는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적지물자(남쪽에서 보낸 전단과 물품)’를 통해 한국이 북한보다 잘산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도 있고, “전단을 만지면 손이 썩는다” “물품에 독이 발라져 있다”는 당국의 선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지물자를 사용하는 군인들도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랩 가사나 정서에 맞지 않는 최신 가요를 들으면서 무심코 “썩어빠진 놈들…”이라고 중얼거렸다가 북한 처지에서 보면 ‘옳은 말’을 한 것이기에 무탈하기도 했다. 일부 한국 인사들은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걸그룹 동영상만 틀어놔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북한 군인들은 한국의 청년과는 전혀 다른 성장기를 보냈다.

“국방부가 대응책으로 건의했고, 결심권자에 의해 확정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9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군은 8월 4일 1사단 지역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11년 만에 확성기를 다시 틀었다. 북한은 DMZ 남측 지역에 포사격을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내놓고는 준전시상태에 돌입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조성됐으나 북측이 지뢰 폭발에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북한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낸 확성기 방송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앞서 설명했듯 위력과 영향력이 과장된 면이 있다. 도발→위기→대화로 이어진 국면은 확성기 방송만이 아니라 복합적 요인이 결합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북측은 남측의 고출력 방송을 막을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 제압방송에 동원된 북한의 확성기는 조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해외에서 고성능 방송장비를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난이 해소되는 상황에서 전력만 보장된다면 남측의 확성기 방송을 맞불 방송으로 제압할 수 있다.

북한이 실제로 민감하게 생각한 것은 확성기 방송을 신호탄으로 삼은 다양한 심리전 수단의 전방위적 동시다발 재개다. 2013년 2월까지 고위 안보 당국자로 일한 A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에겐 핵 못지않은 비대칭 무기가 있습니다. 북한 체제의 취약점은 ‘진실’입니다. 북한 정권은 세계로부터 주민을 격리해 체제를 지켜왔어요. 외부 세계의 진실, 내부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은 핵으로 막지 못합니다.

北이 두려운 건 확성기보다 전방위 동시다발 심리전

북한이 최후통첩을 한 8월 22일, 대피소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관련 뉴스를 지켜보는 연평도 주민.

北 체제 취약점은 ‘진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순 없지만 북한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심리전을 많이 구사했습니다. 현재 신의주 라인(신의주~함흥·북위 40도)까지 북한 주민이 한국 TV 방송을 시청하는 게 가능합니다. 수신이 잘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북한 주민이 공중파로 우리 방송을 볼 수 있는 겁니다. 라디오의 경우 과거엔 주파수가 고정돼 있었지만, 요즘엔 장마당에서 중국산 라디오가 팔립니다. 한국 콘텐츠가 담긴 USB, DVD도 활발하게 유통되고요.”

북측은 “남측의 ‘최고존엄’을 욕하지 않을 테니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지 말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북측은 심리전 중단을 요구한 회담이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북측의 요구에 대해 ‘민간단체에서 하는 일은 막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대응했어요. 남측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해놓고는 구차하게 그렇게 나온 겁니다.”

북한이 느끼기에 전방위, 동시다발 심리전은 남측이 흡수통일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뜻한다. 확성기 방송뿐 아니라 라디오 방송, TV 방송, 이동식 방송, 전단, 전광판, 입간판, 각종 선전물이 심리전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전개되면 남측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단이나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은 선전·선동의 나라다. 무차별적 선전·선동의 효과를 잘 안다. 하태경 의원은 이렇게 주장한다.

경제교류도 유용한 심리전

“한국에서 잘 듣지 않는 AM 주파수 일부를 대북방송으로 돌려야 해요. 라디오 뉴스도 방송해야 합니다. 비공식적으로 국경지방을 통해 한국 영화, 드라마나 외부 소식이 담긴 USB, DVD, CD를 북한에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고요. 북한 내부에서 한류나 외부 소식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우선 TV 방송 등 북한 언론매체를 한국에서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를 선제적으로 개방해버린 후 우리도 북한을 향해 더 강한 TV, 라디오 전파를 쏘는 겁니다.”

정보당국은 민간단체 등을 앞세워 한국 영화, 드라마를 북·중 접경을 통해 북한에 대량으로 집어넣는 공작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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