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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편과 희생이 큰 변화 이끈다” 믿음 줘야

소비자 불매운동, 한국에선 용두사미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작은 불편과 희생이 큰 변화 이끈다” 믿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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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소비’의 불편함

이처럼 기업의 비도덕성을 잘 인지하면서도 소비자가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임예리 금융소비자원 간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소비자 처지에선 불매운동에 참가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면 외면하기 쉽다. 더욱이 불매운동 대상이 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즐겨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불매운동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2010년 8월 발간된 공주대 경영행정대학원 석사논문 ‘불매운동에 대한 소비자 의식과 인터넷 불매운동이 기업의 이미지 및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불매로 인한 ‘제한된 소비’가 기업의 비도덕성을 상쇄하고 나아가 불매운동 참여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편과 희생이 요구되는 행동일수록 힘을 보태고자 하는 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불매운동 참여를 결정하는 요인이 ‘비용’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부 소비자는 자신의 불매행위가 과연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2014 국민통합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사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무척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력(참여)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절반 이상(52.8%)이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20~30대는 ‘자신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60%)고 답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소비자들이 갑의 횡포가 문제라는 건 알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진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자신의 의사 표명이 기업에,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가 이런 성향을 가졌다면 불매운동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말로는 불매를 외치고도 돌아서면 그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상황. 이런 역설적 현실을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이주홍 수원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는 불매운동 참가를 통해 본질적인 보상을 원한다. 소비자에게 불매운동을 통해 무엇인가 변화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불매운동으로 인해 소비자가 사용하지 못하는 해당 기업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대상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해외 소비자단체처럼 국내 소비자단체도 다양한 불매운동 전략과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매운동이 경제·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기업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매운동 대상이 된 기업은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해당 기업의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에까지 피해를 줄 것이라고 강변한다. 이를테면 기업의 저임금 때문에 불매운동이 일어날 경우 이로 인해 기업은 공장을 폐쇄하게 되고, 그 결과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식이다. 이런 논리로 기업의 부도덕성과 불매운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확실한 고객’ 만들 기회

소비자에게 불매운동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정보검색 비용이 크면 참여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했다간 불매운동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이주홍 사무국장은 “따라서 불매운동을 전개할 때는 여러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매운동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도 변해야 한다. 불매운동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미국 컨설팅업체 매킨지를 창립한 마빈 바우어 전 회장은 “불매운동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 불만을 제기하던 소비자를 오히려 확실한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퍼듀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객의 89%는 “기업이 고객의 불만을 경청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더라도 재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고객이라도 이후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펴는지에 따라 재구매하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에 대한 로열티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불의의 사고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면 기업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우선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재빨리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상책이다. 최명동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 전무는 “기업은 신중하게 해결책을 마련하고, 일단 사안을 결정했으면 절대 번복하지 않아야 한다”며 “입장을 번복하는 것만큼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서 기업 CEO와 마케팅 담당자는 불매운동 참가자뿐만 아니라 참가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가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에 대한 요구사항이 없는 게 아니다. 기업은 늘 사회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최 전무의 지적이다.

“작은 불편과 희생이 큰 변화 이끈다” 믿음 줘야

2008년 1월 서울 금천구 홈에버 시흥점에서 기독교대책위와 이랜드-뉴코아 일반 노조원들이 이랜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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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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