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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PD·마케터 “반응을 예측하라”

모바일 미디어 시대

  • 이의철 | 피키캐스트 에디터

독자가 PD·마케터 “반응을 예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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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에서 ‘예측’으로

댓글 참여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실험적으로 쓰인다. 음악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세계적인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서는 청취자가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느낀 그 순간에 댓글을 적는다. 순간적으로 느낀 감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음악 제작자는 매초 반응을 보고 다음 음악을 만들 때 참고한다.

독자의 반응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신생 콘텐츠 미디어 버즈피드는 2월 한 장의 드레스 사진으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콘텐츠의 제목은 ‘드레스의 색은 무엇인가요?(What colors are this dress?)’였다.

사람들은 사진의 드레스가 흰색과 황금색 줄무늬라는 편과 파랑과 검은색 줄무늬라는 편으로 갈려 수많은 댓글을 양산했다. 버즈피드는 재빠르게 투표 기능을 콘텐츠에 보강했다. 이 콘텐츠는 3800만 이상의 뷰를 기록했고, 투표에 참여한 사람도 340만 명을 넘었다. 수많은 이의 ‘공유’를 거치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양한 네트워크로 퍼져나갔음은 물론이다.

버즈피드는 2차 콘텐츠 제작에 돌입했다. ‘드레스가 파랑과 검은색이 확실한 이유를 보여주는 두번째 사진’ ‘사람들이 드레스를 다른 색으로 보는 이유’ ‘드레스를 보고 멘붕에 빠진 사람들의 반응’ 등 추가로 관심을 기울일 만한 소재를 찾아 콘텐츠를 늘려갔다. 그 결과 버즈피드는 40여 개의 관련 콘텐츠에서 5200만 넘는 트래픽을 얻었다. 이처럼 독자의 반응을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콘텐츠를 예측해 만들어내는 것이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의 숙제다.



비용 ‘제로’의 채널 입점

모바일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는 핵심 과정은 콘텐츠 유통이다. 과거 활자와 방송 콘텐츠가 정해진 방식으로만 전파됐다면 모바일 콘텐츠는 수많은 경로로 독자와 만난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넘나들며 살아 움직이는 콘텐츠는 독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는 반면, 한 사이트, 한 서비스 안에서 정체된 콘텐츠는 생명력을 잃어간다. 콘텐츠의 질이 좋고 의미가 있다 한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콘텐츠를 선택할 독자는 없다.

콘텐츠 생산자는 모바일 생태계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네트워크는 그물망이다. 서로 이어진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유튜브와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가 다 연결됐다. 한 플랫폼과 다른 플랫폼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그곳으로 정보의 상호교류가 일어난다.

따라서 다양한 모바일 유통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의 채널은 현실 세계의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과 유사하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각 유통 지점에 입점하거나, 콘텐츠를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제로다. 서로 다른 유형의 독자를 가진 여러 플랫폼에 동일한 콘텐츠를 퍼뜨려야만 잠재고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콘텐츠의 노출 방식도 변했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시대에는 콘텐츠 유통이 검색에 의존했다. 검색 키워드에 맞는 콘텐츠를 정확하게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가치 있는 행위였다.

모바일 시대는 검색이 불편하다. 좁은 화면에 모든 정보가 나열될 수 없다. 오히려 몰랐던, 다시 말해 개발되지 않았던 관심사가 우연인 것처럼 모바일 화면에 나타날 때 가치가 발생한다. 물론 우연일 리 없다. 사용자의 선호도, 친구 관계망, 행동양식 등을 알고리즘이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를 노출한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스스로 공유되는 콘텐츠가 그것이다. 힘이 있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자발적 공유를 통해 여러 네트워크를 넘나들며 파급된다. 독자가 마케터 구실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콘텐츠는 트위터에서 처음 게시돼 페이스북으로 공유된 후, 다시 카카오톡으로 넘어간다. 이후에도 또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콘텐츠 플랫폼으로 퍼져나간다.

‘재구성’의 시대

모바일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피키캐스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창작 영상이 하나 있다. 영상은 한 주 만에 220만 번 재생됐다. 그런데 그중 160만 번은 페이스북 인기 스타가 자신의 페이지에 영상을 직접 공유한 덕분에 재생됐다. 좋은 콘텐츠가 파괴력 있는 유통 채널을 만났을 때 파급력을 얻는다는 점을 본 사례였다. 영향력 있는 유저가 공유했을 때 콘텐츠는 날개 단 듯 퍼져나간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라고 해서 콘텐츠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핵심은 내용이다. 나영석 CJ E·M PD의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온라인 전용으로 서비스한 신서유기는 공개 3일 만에 전체 영상 재생 수가 1500만 회를 넘었다. 아직 일부만 공개된 상황에서도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면서도 내용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다.

모바일 화면 속에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과 인터뷰 기사, 깊이 있는 칼럼, 탐사보도 기사가 함께 자리하는 시대다. 콘텐츠 간의 가치 우위는 무너졌다. 기존의 약자가 강자가 될 수 있으며 강자가 약자로 전락할 수 있다. 독자는 각자의 흥미와 관심사에 따라 ‘좋아요’ ‘공유하기’ ‘댓글’ ‘하트’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모바일 시대에는 모든 콘텐츠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자의 선택이 아니라 독자의 반응 및 재구성, 공유, 전파가 콘텐츠의 생명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새로운 시대에는 공급자가 선택한 콘텐츠가 아니라 독자가 선별해 ‘스스로 공유하면서 재구성되는’ 콘텐츠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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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철 | 피키캐스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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