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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대접 옹졸하기 짝이 없다”

제3국 망명 北 노동당 간부들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한국 정부 대접 옹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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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에 와서 고생합니까”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2014년 이후에만 군부 인사를 비롯해 해외에 파견된 간부 10여 명이 제3국에 망명했다”고 전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어느 날 잠적하거나 평양의 귀국 명령에 응하지 않고 다른 길을 간 것이다. 올해 탈북한 북한군 좌급(한국의 영관급) 인사 1명도 중국에 체류 중인데, 이 인사 탈북이 박재경 대장, 박승원 상장 망명설로 둔갑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시대에 탈북한 장령급(한국의 장성급) 인사가 정치적 망명을 해 중국에 거주하며, 호주에 망명해 조용히 사는 노동당 간부 출신 탈북자도 있다. 지난해엔 러시아 극동지역 조선대성은행 지점에서 일하던 간부가 은행 돈을 들고 잠적했다.

소식통은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노동당 간부 중 중국에 정착한 이가 가장 많다. 베이징이 용인한 망명이기에 평양이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하지 못한다”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에서도 북한 당국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간부들이 잠적했다”고 말했다.

‘튀다튀다 보위부까지 튀는’데도 한국이 아닌 제3국을 선택하는 탈북 간부가 더 많은 것이다. 노동당 간부 출신의 한 망명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앙당 간부쯤 되면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어떤 대접 받으면서 어떻게 사는지 잘 알아요. 해외에서 일하면서 챙겨둔 돈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일자리도 한국보다 제3국이 더 찾기 쉬울 거예요. 평양에서 별 탈 없이 지내는 간부라면 서울에 올 까닭이 전혀 없고요. 바보가 아닐진대 기득권을 버리고 왜 서울에 와서 고생합니까.”



평범한 탈북자들의 제3국행도 증가한다. 북한군 복무 중 휴전선을 넘어 탈북한 주승현 민주평통 자문위원(정치학 박사)은 ‘신동아’ 8월호 기고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1998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온 탈출자 350만 명 중 제3국행을 택한 이는 극소수인데, 우리는 탈북자 중 상당수가 제3국을 선택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북한 주민은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고향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통일 후 자신들이 받을 대우와 삶의 질을 가늠할 것이다.”

사족(蛇足) : 1997년 괴한의 총탄에 맞아 숨진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 씨를 논외로 하면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함께 유이한 고위급 탈북자인 ○○○ 씨는 고령이다.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해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2010년 김성환 당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인사의 증언을 소개하면서 신상의 일부를 밝히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 글에서도 김 수석이 당시 공개해 알려진 내용만으로 그를 소개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공학자 출신으로 북한에서 해군 무기체계 관련 직종에 오랜 기간 종사했으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지냈다.

그는 현재 김일성에 반대하다 해외에 망명한 박갑동, 이상조, 정추 씨 등이 1991년 조직한 ‘구국전선’이라는 조직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구국전선의 실제 활동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적(籍)을 두게 됐다. 자문비 명목으로 활동비 및 생활비를 보조해준 것이다. 그는 고마워했다. 이듬해 국정원장이 바뀐 후 자문비 지급이 종료됐다. 한 인사는 “통일 과정의 자산인데, 정부 대접이 옹졸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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