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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의 호모 에로티쿠스

“그래 나 섹스 좋아한다 어쩔래?”

파란만장 性체험기 ‘이기적 섹스’ 펴낸 은하선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그래 나 섹스 좋아한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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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 남성’ 위한 성문화

▼ 섹스와 관련해 당신이 느낀 한국 남성들의 문제는 뭔가.

“남자는 뭔가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다. 나도 해볼 만큼 해봤는데, 자기가 해본 것만이 정석인 것처럼 여긴다. 자기 섹스에 대해 자신만만해하는 남자도 많다. ‘이렇게 하면 다른 여자들은 다 좋아서 울고, 뻑 가는데 너는 왜 안 그러느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데 계속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심지어 여자가 ‘나 이렇게 해줘’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남자도 있었다.”

▼ 상대를 배려하는 남자도 많지 않나.

“대부분 여자들이 내 글을 보고 동의한다. 그만큼 이런 남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 섹스 문화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는 섹스란 게 대부분 성인 남성 이성애자 중심이다. 여성 자신을 위한 섹스는 이야기되지 않는다. 여성의 욕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남성의 욕망을 어떻게 충족시켜줄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 명기(名器)를 만든다는 방중술도 결국 여성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남자들에게 맞춰진 거다.”

▼ 상당수 남자도 성에 개방적인 여성들을 좋아한다.

“그 개방이란 게, 남자들을 위한 개방일 뿐이다. 여자를 쉽게 ‘따먹으려는’ 술수라 할까. ‘성 개방’ ‘섹스의 자유’를 명분으로 남자가 요구하면 다 받아줘야 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쿨’하지 않은 여자로 낙인찍는다. 섹스 경험을 공개하지 않거나 섹스 경험이 없다고 하면 ‘내숭 떤다’고 비난하고, 당당하게 섹스 경험을 공개하는 여성이 세련되고 쿨한 여성인 것처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까졌다’고 욕한다.”

그는 “같이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헤픈 년’ ‘걸레’로 불리고 있을 때의 배신감과 치욕스러움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했다.

“이런 일을 겪고도 당당하게 ‘나 섹스했다. 그래, 어쩔래?’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 나 걸레다, 그래 나 헤픈 년이다, 그래 나 섹스 좋아한다. 그래서 어쩔래?’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웃긴다, 남자들의 ‘근자감’

▼ 여자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여자들도 이젠 이타적 섹스가 아닌 이기적 섹스를 해야 한다. 자기만족적 섹스, 자기중심적 섹스를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 이젠 스스로 느끼며 즐길 때도 되었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 몸을 알고, 자기가 어떤 섹스를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 자기 몸을 아는 방법은.

“자위를 통해 자기가 어떻게 해야 느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위는 자신의 몸과 욕망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자 주체적인 성 경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자위를 통해 스스로 오르가슴에 올라본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는 다르다. 부끄러운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절대 아니다.”

그는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여전히 많은 여성이 섹스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그런 여성들에게 네가 섹스를 하고 싶은 게, 자위를 하는 게 잘못이 아니다. 너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다 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섹스에 대해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여성을 깨이지 않았다거나 쿨하지 못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은 경계하는 편이다.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조신하라는 말을 들으며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자기 성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자위 방법도 모르고 자랐는데 어른이 됐다고 갑자기 섹스를 즐기고 잘할 순 없다. 다른 사람이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여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책을 통해 어떤 식으로 살아야 이 세계가 조금 더 나아질까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성해방은 섹스를 좋아하는 것도, 섹스를 무조건 많이 하는 것도, 섹스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싫은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성해방이다. 여자들이 섹스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입을 열 때,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에 대해 알 때 비로소 진정한 성해방의 시대가 열린다고 본다.”

▼ 섹스를 좋아하는 것과 그 경험을 글로 써서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섹스 경험과 생각을 글로 쓰기 시작한 이유 중엔 나 스스로 얽매고 있는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10대 때 처음 섹스를 했는데, 그땐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나를 까진 애로 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이중적인 면,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있었다.”

▼ 그게 스트레스였나.

“스트레스는 아니었지만, 응어리로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20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사귄 남자친구들에게 10대 때 섹스를 했다고 하면 불량학생, 잘못된 길을 걸어온 아이로 봤다. 그래서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굉장히 자유로워졌다. 또한 글을 쓰면서 옛날에 있었던, 그동안 잊고 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일종의 치유작업이 되었다.”

▼ 섹스에 대한 글을 쓰다보면 난감한 일도 많이 겪을 것같다.

“내가 매일 섹스를 하고, 언제든 섹스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는 오해를 받는다. 섹스하자는 메일을 종종 받는다. 심지어 자기가 몸이 아파서 고추가 작아졌는데 괜찮겠느냐는 메일을 보낸 사람도 있다. 내가 바이섹슈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나랑 섹스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여자는 한 명도 없다. 그만큼 뻔뻔한 남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한 이 정도 고충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짜증이 날 때도 있다.”

▼ 성격이 긍정적인 모양이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분이 겪은 일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그분은 함께 술을 마시던 남자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자러 가자’고 하더란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고 하자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 섹스도 못해줘’라고 하더라나. 섹스에 대한 글을 쓴다고 취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겠다. 얼마 전 책 관련 기사 밑에 성희롱에 가까운 댓글들이 달렸는데, 그걸 보고 짜증이 나기보다 ‘아, 내가 이래서 책을 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그런 것을 보면 긍정적인 것 같기도 하다.”

‘신동아’와 인터뷰한 이유

▼ 마지막 꿈은 여성 전용 섹스숍을 만드는 것인가.

“그건 기본이고, 섹스에 대한 글을 계속 쓰면서 여성들을 위한 섹스 워크숍 같은, 섹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 ‘신동아’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신동아 독자는 아무래도 성에 대해 보수적인 교육을 받은 세대가 주류가 아닐까 싶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살아오면서 정립한 섹스에 대한 생각이 옳다고 고집하기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그걸 깨며 변화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들 즐겁게 섹스를 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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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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