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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가족살인’ 피붙이라 더 잔혹하다?

안구 파내고, 아킬레스건 끊고…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늘어나는 ‘가족살인’ 피붙이라 더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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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지수 낮춰야

가족 간 살인, 묻지마 범죄 같은 강력사건이 증가하면서 최근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2008년 출범한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전국 58곳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함께 범죄 피해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치료비, 간병비, 긴급생계비, 취업을 지원하고 범죄 현장 정리와 이사를 돕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펴고 있다. 김지한 사무국장은 “지난해 지원활동 실적은 5만8400여 건으로 최근 3년 사이 53% 증가했다. 업무와 유가족 요구사항은 폭증하는데 일손이 부족해 고민”이라며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 중에 경제사정이 열악한 사람이 많은데 우리가 돕는 데는 한계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맨앞에 언급한 정군 사건의 경우 1년이 넘었지만 정군과 정군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병원을 다니고 있다. 재활치료와 정신과 치료 때문이다. 생계가 막막하다.

“아이가 양손을 제대로 못 쓰니 내가 밥 먹이고 옷 입혀 등교시키고 병원에 데리고 다녀야 한다. 그러니 취업할 엄두를 못 낸다. 기초생활수급비를 신청하러 갔더니 직원이 ‘몸이 멀쩡한데 왜 일을 안 하느냐’고 하더라. 긴급생활비 지원을 받으려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2~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지금도 사람이 무섭고 밤마다 악몽으로 불면증에 시달리지만, 당장 생계가 급해 일주일에 2~3일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살인 범죄를 줄이려면 정부와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모두가 힘들어하기에 누가 누구를 위로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아이들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할 것을 강요당하고, 성인이 되면 그 스트레스를 부모나 사회로 전이하면서 가족 간 살인이나 묻지마 범죄로 연결된다. 우리 사회 전반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권일용 경감)

“가족 중 누군가가 정신질환이 있어도 질병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편견을 없애는 등 가정 내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위한 정책적,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가족 간 살인의 발단이 되는 가정폭력, 아동학대에 대한 경찰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고, 관련기관 간에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정성국 박사)

인터뷰 |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화 풀고 위로하는 법 가르쳐야”


늘어나는 ‘가족살인’ 피붙이라 더 잔혹하다?
9월 중순,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교육원은 ‘무궁화 디딤돌 캠프’를 마련해 살인범죄 피해 유가족들의 고통 극복 돕기에 나섰다. 1박2일 동안 열린 캠프에 유가족 14명을 비롯해 피해자 전담경찰관, 상담전문가, 관련학과 교수와 대학생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유가족이 겪은 경험과 아픔을 공유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은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사진)가 직접 기획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

-살인 피해 유가족에 주목한 이유는.

“일각에서 ‘피의자 인권은 있고 피해자 인권은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범죄 피해 유가족의 인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게 사실이다. 범죄자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연구는 소홀했던 게 안타까웠다. 그나마 최근 들어 관련 연구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가족 간 살인이 발생하면 그 가족이 받을 충격과 후유증이 엄청날 것 같다.

“가족 중 자살자가 1명 나오면 7명이 함께 죽는다고 한다. 나머지 가족이 ‘심리적 죽음’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하물며 살인범죄 가해자가 가족일 경우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 채로 살게 된다.”

-어떤 심정일지….

“한국인은 가족 내 살인으로 받는 충격이 서구인보다 훨씬 크다. 혈연을 중시하고 가족 유대감이 긴밀하기 때문이다. 특유의 문화에서 오는 충격도 있다. 살인범죄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대개 피해자와 유가족을 동정하고 분노에 공감한다. 그런데 가족 간 범죄일 경우 동정의 여지나 위로가 차단된다. ‘어떻게 가족끼리…’라는 부정적 정서 때문에 유가족들이 상처를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자신도 가해자(가족)와 연루돼 있다는 죄책감도 있어 심리적으로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히게 된다.”

-가족 간 살인은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 같다.

“가족 간 살인은 일반 살인범죄보다 2, 3차 피해가 훨씬 크고 심각하다. 범죄 발생 원인을 놓고 서로 비난하고 원망하다 가족 와해를 불러오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거나 자살하는 유가족도 생긴다. 결국 사회문제로 귀결된다. 범죄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당하거나 목격하면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깨지고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그 파장이 ‘불신 사회’를 만든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나.

“화가 쌓이는 것은 대부분 가까이 있는 사람들 때문이고, 쌓아두면 병이 된다.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이 안 돼 있다. 선진국은 대인관계에서 화가 날 때 어떻게 대화하고 푸는지를 학교에서 가르친다. 우리는 누군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어떻게 위로하고 도와야 할지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범죄 피해 유가족들은 ‘그만 잊어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같은 말을 듣기 싫어한다. 위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처럼 화 풀기 교육, 위로하고 도와주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생활상담협회를 만들었나.

“서로 힘들 때 대화 상대가 돼서 돕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생활상담의 기초가 되는 의사소통과 감정 나누기, 집단상담 참여 같은 교육을 할 계획이다. 원하는 사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고문으로 활동 중인 한 교수는 최근 기업 대표, 교수, 교장, 언론인 등 각계 인사 20여 명으로 이사진을 구성해 한국생활상담협회를 출범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신동아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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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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