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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폭주 기관차’ KFX를 고발한다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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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배제 요구한 록히드마틴

쌍발기 선호론자들은 라팔과 유로파이터가 쌍발인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는 지적이다. 유럽 국가들은 저급 전투기에 넣을 수 있는 대형 엔진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들이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작은 엔진이기에 쌍발기를 만든다. 유럽은 미국의 국방 기술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다. 전투기 가격을 낮추려면 미국에서 대형 엔진을 사와 단발기를 만들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기술 종속이 되니, 비싸더라도 자신들이 만든 엔진으로 쌍발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작은 엔진조차 제작하지 못하는 한국이 ‘유럽의 길’을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은 어떻게 해서든 KFX를 싸게 만들어 수출하고, 수출로 번 돈으로 엔진 등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한국은 비(非)첨단 기술을 국산화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은 그다음에 도전할 과제다.

‘쌍팔년도’ 정서에 젖은 공군의 고집에 적극 편승한 것이 ADD다. 독자는 ADD가 첨단무기 개발에 노력한다고 믿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DD가 첨단무기 개발에 진력한 것은 노태우 정부 때까지다. 이후로는 기업의 능력이 크게 발전해, 현재의 무기 개발은 기업들이 주도한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T-50 개발이다. T-50은 ADD를 배제하고 KAI가 미국의 록히드마틴을 ‘선생’으로 삼아 공동 개발한 것이다. 그때 록히드마틴은 ADD 배제를 조건으로 T-50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세계 최고의 전투기 업체는 왜 ADD를 배제했을까.



록히드마틴 처지에서 T-50은 처음 만들어보는 신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T-50은 팔기 위해 만드는 ‘보통품’이니, 록히드마틴은 상업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 했다. ADD와 함께 하면 첨단에 주목할 것이고, 그러면 단가가 올라가 ‘장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록히드마틴의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음이 입증됐다.

KFX도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고 제작해야 한다. 그러나 ADD는 기술에 중점을 두고 KFX를 만들려고 한다. 4개 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것 등이 그 증거다. ‘돈과 시간과 인력을 한정하지 않은 개발은 개발이 아니다’라는 업계 금언을 놓치는 무책임이다.

ADD에 T-50 사업 배제는 충격이었다. 그런 까닭에 공군이 KFX 사업을 검토하자 주도권을 잡으려 공군 주장에 편승했다. ‘공군+ADD’ 대 ‘KAI’ 대결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쌍발파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정하는 작전요구성능(ROC)에 쌍발을 집어넣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는 월권이다. 작전요구성능에는 ‘이러한 작전을 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해달라’는 내용만 들어가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한 능력을 가진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엔진을 단발로 할지, 쌍발로 할지는 업체에 맡겨야 한다. KFP와 1, 2, 3차 FX 등 한국이 펼친 사업이 모두 그러했다.

3전 3승한 쌍발론

모든 공군이 쌍발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2002년 처음 KFX 사업을 기획한 공군본부의 실무자들은 미 공군(F-16)을 본보기로 삼아 단발기 소요를 제기했다. 이 기획서는 공군본부 ‘별’들의 회의인 정책회의에 올라갔다. 공군본부 장성은 대부분 조종사 출신이다. 조종사 출신들은 전투기 추세에 밝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는 택시 운전기사가 세계 승용차 트렌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 승용차 추세는 현대차나 기아차에서 최신 승용차를 기획하는 이들이 가장 잘 안다.

정책회의에 들어온 장성들은 쌍발기가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었다. 이들은 실무자들이 내놓은 소요제기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 번에 끝내야 할 회의를 3차례 거듭한 끝에 쌍발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KFX 탐색개발을 하면서 다시 단-쌍발 논쟁이 일었다. 이 싸움 역시 매우 치열했는데 다시 쌍발이 이겼다. 그리고 국방부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조사했을 때 역시 공군이 이겼다. 신승(辛勝)이긴 하지만 쌍발 주장은 3전 3승을 한 것이다.

쌍발론이 3연승을 한 데는 ‘음흉한 비결’이 있었다. 그 비결은 공군이 자기 예산만으로 KFX를 개발하겠다고 한 것이다. KFX사업은 누가 봐도 예산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공군이 자기 예산만으로 해내겠다고 했으니, 조사기관들은 ‘그렇다면 해봐라’는 심정으로 쌍발론을 승인해준 것이다. 공군의 이런 다짐을 음흉하다고 한 것은, 중대한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군의 주요 전력증강 사업 중 하나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방공유도탄 도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PAC-3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고 있으나, 이 체제로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 개발을 뜻하는 ‘한국형’을 떼어내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실질적으로 요격하는 PAC-3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최근에는 북한이 대포동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 실험한 것이 확인되자, 이를 요격하기 위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게 됐다.

공군은 ‘PAC-3와 사드는 별도 예산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아예 공군 사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산 여유’가 생겨 쌍발의 KFX 개발을 고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음흉한 비결이라고 표현했다.

왔다갔다 하는 ADD의 주장

공군은 작전을 하는 부대이니 쌍발화를 주장하려면 작전과 관련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기자는 참모차장과 기획참모부장 등 공군 요인이 참석한 회의에서, “쌍발화 주장은, 공군 작전을 하는 데 쌍발 엔진이 유리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쌍발 엔진을 택해야 하는 작전적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러한 공군에 ADD가 혼을 빼놓은 제의를 했다. 지금 문제가 된 4개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2013년 1월 28일 국회에서는 KFX 사업과 관련해 분수령을 이루는 행사가 있었다. KFX를 쌍발로 개발하느냐 단발로 개발하느냐를 놓고 토론회가 벌어진 것이다. 공군은 토론장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장병을 보내 쌍발파의 주장을 성원하게 했다.

그때 ADD는 토론장 밖에 쌍발의 KFX 모형과 함께 4개 부품 가운데 핵심인 AESA 레이더 모형을 전시해놓고,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시절 ADD의 A박사는 공사 동기인 공군 참모총장 B대장을 수시로 만나며 KFX를 쌍발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공군과 하나가 됨으로써 ADD는 T-50을 개발한 KAI를 밀어내고 KFX 사업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한 ADD가 미국에 AESA 레이더 등 4개 기술 제공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곤란해진 ADD는 다시 AESA 레이더 등을 독자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그 주장을 믿지 않는다. ADD는 레이더를 개발할 능력도 장비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더와 항공기는 전혀 다른 분야다. KFX는 항공공학자들이 만들지만, 레이더는 전자공학자들이 만든다. ADD에서 쌍발의 KFX 개발을 외쳐온 A박사는 항공공학자이지 전자공학자가 아니다. 국내 최고의 레이더 기술 집단은 ADD가 아니라 ‘LIG 넥스원’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AESA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ADD가 아닌 이 회사의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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