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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연금복권 아내는 로또복권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남편은 연금복권 아내는 로또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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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가 세상을 뜨면 유대감은 점점 약해진다. 부모의 유산 때문에 다투더라도 피를 나눈 형제는 웬만하면 인연을 끊지 않는다. 그런데 며느리는 다르다. 특히 시아버지 이름으로 재산이 있었는데 본인이 원하는 만큼 상속받지 못하면, 시어머니가 살아 있어도 그 때부터는 시댁에 안 가는 경우가 있다.

이상한 사람 눈에는 상대방이 이상하게 보인다. 내가 이상한 것은 안 보인다. 시부모 중 한쪽의 성격이 이상한 경우 아들인 남편도 대개 그 성격을 닮는다. 남편 눈에는 아내가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성격 장애 여성의 눈에는 멀쩡한 시어머니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인다. 어머니 편을 드는 남편도 한통속 마마보이로 보인다. 자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성격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아무리 기를 써도 소용없다.

그렇다면 명절증후군 남편과 아내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먼저 아내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시부모가 이상한데 남편은 자기 부모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남편에게 “당신 부모님이 이상하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아무리 징징대고 짜증을 내도 소용없다. 그러니 일단 시댁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편을 자극하지 말자. 아내가 생각하기엔 시부모가 이상해도, 자기 부모가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아내가 시부모를 안 보고 살겠다 하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아내가 시부모를 우습게 여긴다면서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부부싸움은 가정폭력으로,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댁 문제만 빼면 남편에게 별문제가 없다면 시댁 때문에 남편과 이혼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시댁에 가야 한다. 그리고 이왕 가야 한다면 꾹 참고 그 시간만큼은 웃는 모습을 보이자. 대신 다른 것에서 뭔가 보상받기 위해 노력하자. 이혼을 각오하지 않는 한 시부모나 남편과 싸우면 자신만 손해다.

그런데 남편도 자기 부모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남편도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한다. 그렇다고 부모와 맞서 싸울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많은 아내는 “남자답지 못하다”고 남편을 몰아세운다. 남편은 그토록 싫어하는 자신의 부모와 아내가 점점 닮아간다고 느낀다. 아내에 대한 마음도 점점 멀어져간다. 이런 경우라면 우선 남편과 한 편이 돼서 서로 위로해주자. 그리고 평소에 서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자. 그러다보면 남편은 부모보다 아내가 점점 더 소중해진다. 아내의 사랑과 애정이 에너지로 축적되다 보면 남편은 언젠가 부모와 분리되어 홀로서기를 하게 될 것이다.



‘참고 살기’의 한계점

이제 남편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자신의 부모가 문제라면 당연히 아내편이 돼야 한다. 평생을 부모 때문에 괴로웠는데 그로 인해 내 가정마저 깨져서는 안 된다. 아내가 괴로워 이혼을 생각할 지경에 이르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시댁에 발길을 끊을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나를 평생 괴롭힌 부모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헤어질 순 없다.

부모가 아내를 대하는 것도, 아내가 부모를 대하는 것도 문제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엔 아무 문제가 없고 남편도 이혼을 원치 않는다면 가족을 깨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1원칙이다. 부모에게 “그러지 마시라”고 설득해도 그 역시 소용없다.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내가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라면 좀 더 참으라고 설득해도 소용없다. 둘 사이를 조정하려 하면 할수록 엉망이 된다. 아내가 못하는 만큼 내가 부모에게 잘하는 수밖에 없다. 부모가 아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만큼 내가 아내에게 잘하는 수밖에 없다.

아내가 정말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내가 고부갈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선 나무랄 데가 없다면 참고 살자. 아내가 명절에 시부모 앞에서만 티 내지 않고 행동하면 명절 전후로 징징대더라도, 짜증내더라도 참아주자. 만약에 진짜 막무가내인 아내가 명절에 안 가겠다고 버틴다면 그런 아내를 당해낼 남편은 없다.

이상한 아내 때문에 당하고 사는 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면 혼자라도 자주 가서 어머니를 위로하자. 어떤 아내는 남편이 부모를 찾아보는 것도 못하게 막는데, 그것에 응할 필요는 없다. 남편은 가도 아이는 못 데리고 가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내에게 그럴 권리까지는 없다. 아빠로서 아이를 당연히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데리고 갈 수 있다. 이건 양보해선 안 될 선이다. 만약에 아내가 시부모는 물론 남편과 자식에게도 못되게 굴면 그때는 이혼도 고려해야 한다. 진짜 이상하다면 함께 살지, 안 살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칭찬하는 완벽한 부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고 화가 나도 인내하는 상식적인 남편, 상식적인 아내와 살고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다. 최근에 남편을 복권에 비유하는 유머가 SNS에서 유행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은 나의 로또복권’이라고 하니까 남편이 좋아했다. 그러자 아내는 “매주 로또를 사도 당첨되지 않듯, 세월이 지날수록 당신에게 실망할 뿐”이라고 쏘아붙인다.

연금복권, 로또복권

이 유머를 접하고 나서 나는 성실한 가장은 그래도 연금복권쯤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또복권 같은 대박은 아니더라도 매달 또박또박 월급 가져오고 한눈팔지 않는 남편은 연금복권이다. 아내 처지에서는 남편이 연금복권 정도만 되더라도 만족하자. 그리고 그런 남편을 낳고 기른 분들을 뵙기 위해 명절에 시댁에 가는 것도 받아들이자.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시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자. 시부모도 잘 봉양하고, 살림도 잘하고,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는 아내는 로또복권일 수 있다. 명절을 앞두고 아내가 힘들다고 불평해도 너무 서운하게 여기지 말자. 막상 시댁에 가서 웃으면서 시부모를 대하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자. 시댁에 다녀오고 며칠 동안 아내가 짜증을 내더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자.

신동아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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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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