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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신 피 흘리겠다” 중국 포위전략 선봉 자임

1930년대 빼닮은 아베의 일본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 · 정치학 박사

“미국 대신 피 흘리겠다” 중국 포위전략 선봉 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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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급격한 경제력 증강, 군사력 강화로 인해 중국 중심의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가 수립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지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20세기 초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일본의 손을 빌려 러시아의 남진을 막고, 어부지리로 중국에서 이권을 챙기려 했다. 일본은 러시아의 남진 저지를 자임하고 나섰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 지금의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 외부 세력에 일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도 닮았다. 아베의 일본은 중국의 동진을 저지하는 전선에서 미국 대신 피를 흘려주겠다고 나섰다. 일본은 중국 포위 전략의 선봉을 자처하며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라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편승해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나라는 힘으로 지키는 것

아베는 지난 9월 안보법 처리를 강행함으로써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봉인(封印)을 해제했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제3국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대외 무력행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세계 3위 경제력과 국방비 기준 세계 4위의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아베의 지휘 아래 집권 자민당 정책 브레인, 외교관, 군사 전문가들이 모두 합심해 중국과 맞설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일본 지도부는 일본의 장래가 △미일동맹의 유지 및 강화 △한반도의 안정 유지 △인도, 베트남, 호주 등과의 관계 강화에 달렸다고 본다. 특히 일본열도의 목구멍을 겨누는 비수(匕首) 한반도와 복부를 겨누는 단도(短刀) 타이완의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서울 국립묘지 현충탑에는 ‘스스로를 지키려 하지 않는 자, 그 누가 도우려 하겠는가?’라는 이탈리아 현실주의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글귀가 있다. 중국이 부상하고, 일본이 총력 대응에 나섰으며, 북한이 핵무장한 지금은 제비와 참새의 집이 있는 초가가 불타오르고 기둥으로는 구렁이가 기어오르는 연작처당(燕雀處堂)의 상황이다. 스스로 나라를 지키려 하기보다 미국만 바라보거나 ‘일격도 가할 수 없는’ 군대를 갖고는 이러한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05년 조선 지원을 요청한 조선 주재 미국 공사 호러스 앨런에게 “당신은 왜 패할 나라를 지지하려 하는가. 스스로를 위해 단 일격도 가할 수 없는 나라를 위해 미국이 헛되이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1905년 7월 미국은 일본과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체결해 필리핀과 조선에 대한 권리를 교환했다. 그해 8월에는 영국이 제2차 영일 동맹조약을 체결해 일본 지원에 나섰다. 그로부터 석 달 후(11월 17일)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앨런 공사의 후임 에드윈 모건은 7일 뒤 하야시 곤스케 일본 공사에게 축하인사를 남기고 조선을 떠났다. 조선의 운명을 안타까워한 선교사 호머 헐버트는 “미국은 작별인사도 없이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가장 먼저 조선을 버렸다”고 했다.

지난 8월 말 비무장지대(DMZ) 지뢰 사건 후 북한 잠수함의 절반 이상이 모항(母港)에서 사라지고, 후방의 화력이 휴전선 부근으로 전진 배치됐을 때 우리에겐 북한에 일격을 가할 카드가 없었다. 스텔스 폭격기와 핵항모 등 미국의 무력 자산을 빌려 북한의 공세를 눌렀다. 최후의 순간, 나라는 입(외교)이 아니라 힘(군사력)으로 지키는 것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 자기 계획을 갖고 전쟁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다. 우방국의 도움을 바란다면,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 단 한 번도 반격하지 못하는 나라를 위해 자국민의 피를 흘려줄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통일외교를 추진하려면 먼저 통일할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자위대의 북한 출병

북한이 남침하거나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아마도 일본 내 7개 지점(Camps)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이 한반도에 투입될 것이다. 또한 자위대가 병참 지원에 나설 것이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47척의 군함 중 37척에 일본인이 탑승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인은 소해(掃海, 기뢰 제거) 작전에도 투입됐다. 그때처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서 작전하는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의 요구로 자위대가 투입될 수 있다.

우리가 이를 제어할 방법은 없다. 전시작전권이 없는 우리의 한계다. 따라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반도는 해양세력, 대륙세력 모두에게 사활이 걸린 땅이기에 일방이 군대를 동원해 현상 변경을 추구할 경우 타방도 군대를 파견하게 돼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져 압도적 해·공군력을 갖춘 자위대가 자국 안보 불안을 이유로 12해리(약 22㎞)에 불과한 우리 영해 밖에서 진을 칠 경우 우리 땅에 진입한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3만여 명에 달하는 자국민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투입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영토 진입 전에 당연히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들어온다면 침략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백한 국제 규정은 없다. 일본이 인도적 상황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군과 자위대가 충돌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국방부는 4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토의(DTT)에서 미군 등의 북한 진입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을 따르겠다고 합의해줬다.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은 유사시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도 북한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11월 초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회의(SCM) 미국 수석대표인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같은 견해를 표명했다. 카터 장관에게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느낌이 난다.

우리 헌법은 한국의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고 규정하지만, 국제법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한다. 한미일 안보토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 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주장하고 이와 관련한 기록을 남겼어야 했다. 휴전선이 남북 간 육상분계선이듯 북방한계선(NLL)은 서해 해상분계선으로 NLL 이북의 바다 역시 당연히 우리 영해에 속한다는 사실도 확실히 강조해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0월 14일 국회에서 “부득이한 경우 우리 정부가 동의하면 일본군이 입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1894년 동학 봉기에 겁먹은 조선 정부가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한 것을 빌미로 일본군이 개입해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든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빚어진 청일전쟁이 러일전쟁의 불씨가 됐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일제 식민 지배, 한반도 분단, 6·25전쟁으로 이어진 사실도 떠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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