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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본 중국 | 상하이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沪 아편전쟁이 바꿔놓은 어촌

  • 글 · 사진 김용한 | yonghankim789@gmail.com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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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hanghai You’의 뜻

검색 엔진인 고유명사 ‘Google’이 ‘검색한다’는 뜻을 갖는 것처럼, 영어에서는 자주 명사가 동사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상하이한다(shanghai)’라는 동사는 무슨 뜻일까.



① [바다 속어] (선원으로 만들기 위해) 마약 또는 술로 의식을 잃게 한 다음 배로 끌어들이다, 유괴하다

② [구어체 속어] (어떤 일을) 속여서 하게 하다, 강제로 시키다





참으로 적나라한 표현이다. 영국이 마약으로 중국의 정신을 잃게 만들고 억지로 상하이를 빼앗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중국의 역대 왕조가 전성기를 맞이할 때, 상하이는 궁벽한 시골이었다. 중국이 굴욕을 당할 때, 상하이는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위의 금융 중심지로 화려하게 피어났다. 이처럼 상하이의 흥망성쇠는 시작부터 제국주의 열강과 동기화하는 한편 중국과는 비동기화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상하이인은 스스로를 타 지역 중국인과 다른 존재로 여긴다. 상하이에서는 누군가가 눈치 없는 말이나 답답한 행동을 하면 “너 외지인이냐?”라고 핀잔을 준다. 농담이지만 외지인을 바라보는 상하이 사람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에게 외지인이란 ‘멍청하고 덜떨어졌으며 민폐나 끼치는 인간’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이러니하다.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인 것처럼 상하이 역시 이민자의 도시다. 상하이 해방 직후 상하이 호적상 인구는 554만 명이었는데 그중 원래 고향이 상하이인 사람은 23만 명에 불과했다. 오늘날 인구 2415만 명 중에 진짜 상하이 출신은 1%도 안 된다. 자신도 외지 출신이면서 조금 일찍 와서 자리 잡았다고 새로 온 외지인을 차별한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격이다.

1% 안에 드는 진짜 상하이 출신이라도 자랑스러울 게 없다. 상하이의 약칭 ‘호’자를 다시 떠올려보자. 이 말 속에는 “너희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강에서 물고기나 잡아먹고 살던 촌놈에 불과하지!”란 속뜻이 담겼다. 본적이 상하이라면 깡촌 어부에 불과하고, 상하이가 아니라면 결국 외지인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상하이인 그 누구도 원래 출신 앞에 떳떳할 수가 없다. ‘호’는 상하이의 짧은 역사, 얄팍한 문화, 뼈대 없는 출신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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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번화가 난징루(南京路), 20세기 전반 중국의 명작 영화를 많이 배출한 상하이의 영화박물관, 인민공원에 나붙은 구혼 게시물(왼쪽부터).

기회주의적 속성

상하이 사람들이 ‘호’ 대신 사용하고 싶어 하는 약칭은 ‘밝힐 신(申)’자다. 전국사군자(戰國四君子) 중 한 명인 춘신군(春申君)에서 따온 글자다. 상하이인은 약 2500년 전 초나라 재상 황헐이 상하이 지역에서 춘신군으로 봉해졌다고 주장한다. 이 약칭에 따르면 상하이는 유구한 역사, 고귀한 혈통, 찬란한 문화적 전통을 가진다.

외지인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상하이어를 쓰는 문화인이라고 과시하는 상하이인의 태도는 사실 열등감의 산물이다. 일천한 역사와 문화는 상하이인의 정체성을 확실히 심어주지 못했다. 개항 이후 상하이는 토박이에게도, 최초의 이주민에게도 낯설었다. 서양 귀신들이 판을 깔고 주도하는 세상,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살면서 그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또 어디인가?’ 그러나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상하이인은 자신과 남을 구분 짓고 나서야 정체성을 얻었다. 자긍심을 갖지 못하고, 남을 깔보고 나서야 자신을 높일 수 있었다. 외지인과 다른 존재이기 위해 그들은 많은 돈을 벌어야 했고, 영악해야 했고, 상하이어를 써야 했다.

열등감이 강한 사람은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상하이인의 기회주의적 속성은 베이징과 외국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도 베이징인은 상하이인이 말하는 ‘외지인’의 범주에서 열외가 된다. 또한 상하이는 외국에는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이다. 외지인은 무시하면서 외국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상하이인의 이중적 태도를 중국인은 이렇게 풍자한다. “광둥인은 돈이라면 무슨 돈이든 벌고, 베이징인은 말이라면 무슨 말이든 떠들고, 동북인은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고, 상하이인은 외국이라면 어느 나라든 간다.”

중국인은 손님 대접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상하이인은 손님 대접은커녕 오히려 외지인이라고 깔보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따라서 중국인은 대체로 “상하이는 좋지만, 상하이 사람은 싫다”고 한다. 사학자 이중톈은 이를 “상하이 외부 사람들은 상하이라는 도시는 과대평가하면서, 상하이 사람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어느 유학생이 상하이에서 일하는 외지 출신 아가씨에게 “따가운 차별에도 불구하고 상하이가 매력적인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상하이는 선택의 폭이 넓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더라도 일단 기회는 주어진다는 거지. 재미있는 콘텐츠도 많고. 게다가 국내는 물론 해외 각지에서도 몰려드니까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굉장히 자유로워. 국제도시라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깨어 있는 편이지. 결론적으로 상하이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그에 도전하는 중국인들의 파라다이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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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인파가 넘치는 예원상성(豫园商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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