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 글자로 본 중국 | 상하이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沪 아편전쟁이 바꿔놓은 어촌

  • 글 · 사진 김용한 | yonghankim789@gmail.com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3/3
상하이식 빈곤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상하이 미술관 전시 작품, 물화(物化) 연작 중 한 작품.

개항 이후 상하이는 매우 위험하지만 크게 성공할 수도 있는 마도(魔都)였다. 외국인과 중국인 모두 상하이에서는 본국의 법률과 도덕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었다. 전 세계의 상인과 모험가가 몰려든 상하이에는 기묘한 활력이 넘쳐흘렀다. 무엇이든 가능한 마도의 신통력에 대해 사람들은 말했다.

“우둔한 사람이라도 상하이에서 한번 살아보면 현명하게 된다. 성실한 사람이라도 상하이에서 한번 살아보면 교활해진다. 못생긴 사람이라도 상하이에서 한번 살아보면 아름다워진다. 일자 눈썹에 납작코인 여자라도 상하이에서 며칠만 지내면 어엿한 귀부인이 된다.”

근대 상하이에는 “가난이 부끄럽지, 성매매는 부끄럽지 않다”는 말이 나돌았고, “좋은 남자는 일하지 않고 좋은 여자는 사장님에게 시집간다”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상하이가 얼마나 일찍부터 자본주의에 물들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뉴욕’이라고 불리는 상하이는 그야말로 미친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급속한 자본주의화만큼 양극화도 빠르다. 상하이의 임금과 수입은 타 지역에 비해 높지만, 동시에 물가도 비싸고 소비의 유혹도 크다. 명목임금은 높지만 지출이 많아 실질적으로는 더 가난해지는 현상을 중국에서는 ‘상하이식 빈곤’이라고 한다.



경제성장기에 돈을 버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부동산 투자다. 외국인 투자자와 중국 부동산업자들의 투기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정작 상하이인은 상하이에서 살 자리가 없어진다. 갈수록 시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하이인은 자조적으로 말한다. “내부순환선 안에서는 영어로 말하고, 내부순환선과 외부순환선 사이에서는 표준어를 쓰며, 외부순환선 밖에서는 상하이어를 한다.”

2009년 ‘워쥐’(蝸居, 달팽이집)라는 상하이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달팽이집처럼 좁디좁은 집에서 벗어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성공담이다. 왜 이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는지는 명확하다.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애환에 공감하고, 번듯한 내 집을 갖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한다.

그러나 현실은 차갑다. 상하이 도심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300만 위안(약 5억4000만 원)으로 상하이 근로자 연평균 임금(약 5만8000위안)의 약 51배 수준이다. 월급의 절반을 고스란히 저축해도 집 사는 데 100년, 한 푼도 안 쓴다 해도 50년이 걸린다.

추억 속 황금시대

외부 사람들의 선망과 질투를 받는 상하이지만, 그 속에서 사는 것은 실상 매우 고단하다. 상하이의 영광과 대다수 상하이인의 일상은 따로국밥이다. 대만 지식인 우샹후이는 국제금융의 중심지를 꿈꾸는 상하이를 비판했다.

“국제적인 공신력을 갖추지 못하고, 화폐와 정보의 자유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법제도 구축되지 못했으며, 정부가 청렴하지도 않고,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회의 신뢰도마저 낮은 국가는 결코 국제금융의 중심지가 될 수 없다.”

이를 비웃듯 중국은 상하이-홍콩 증시 연동 시스템인 후강퉁을 출범시켰다.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모은 중국 증시는 반짝 상승 후 다시 폭락했다. 일찍이 ‘중국 증시 콘서트’를 쓴 한우덕 ‘중앙일보’ 기자는 현재 중국 주식이 하나도 없다며, 중국 증시의 속성 3가지를 경고한다. 첫째, ‘중국 경제의 양심’인 우징롄 교수의 비판대로 중국 증시는 내부자 거래, 허위 공시, 주가조작 등 불법의 온상이며 거대한 도박장이다. 둘째, 국가가 나서서 증시를 왜곡한다. 셋째, 주가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사기꾼과 투기꾼이 어떻게 어울려 노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면 문화는 어떨까. 인민공원 지하의 풍경가(風情街)는 1930년대에 대한 상하이의 애착을 잘 보여준다. 양우기념관의 편집자 친링은 상하이의 1930년을 ‘황금시대’라고 회고한다. “이 시대는 자유, 개방, 선진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서방의 새로운 문화와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려는 개방적인 기운이 넘쳐흘렀다.”

20세기 100대 중국어 영화 중 수십 편은 20세기 전반 상하이에서 촬영됐다. 그러나 현대 상하이는 예전만큼의 활력이 없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하고 옛 영화만 회고한다. 경제에 상응하는 수준의 문화를 창조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는다.

왜 이렇게 됐을까. 중국 현대 예술의 이단아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사례를 살펴보자.

상하이는 상하이를 이겨야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개항 전 상하이의 모습을 지금도 간직한 상하이 교외지역 주자자오(朱家角). 운하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2011년 1월 11일 밤, 상하이 정부는 아이웨이웨이의 상하이 스튜디오를 기습 철거했다. 아이웨이웨이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을 설계한 명망 있는 예술가로,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 정부에 맞서왔다. 그중 하나가 양지아(楊佳) 사건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것이다. 양지아 사건은 상하이 공안이 양지아를 자전거 도둑으로 오해해 일어난 사건이다. 취조 중 성불구가 된 양지아는 보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서에 난입해 경찰 6명을 살해했다.

아이웨이웨이의 상하이 스튜디오는 원래 상하이 고위 관리가 문화특구를 만들기 위해 아이웨이웨이를 특별 초빙해 지은 것이다. 관리들은 그의 건축에 열광했고, 건축 과정이 모두 정부의 감독 아래 진행됐다. 그러나 아이웨이웨이의 고발이 거슬린 상하이 정부는 돌연 ‘스튜디오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므로 철거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재기발랄한 아이웨이웨이는 당국을 조롱하는 ‘철거 기념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서 사람들은 상하이의 명물 민물게를 먹었다. 중국어로 민물게는 ‘허셰(河蟹)’로, 후진타오의 슬로건 ‘허셰(和諧, 조화)’와 발음이 같다. 당국의 비위를 거스르면 허가받은 건물도 불법건축물로 바뀌는 사회. 이것이 당국이 그렇게도 떠들어대는 ‘조화’인지 묻는 퍼포먼스였다. 상하이 경찰은 파티 전 아이웨이웨이를 가택연금했다가 파티 다음 날 풀어줬다.

국제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는 상하이, 그러나 이면에선 표현의 자유가 철저히 탄압받고 정부에 대한 도전이 허용되지 않는다. 상하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한 큐레이터는 말한다. “홍콩은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어요. 홍콩 정부는 미술관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중국처럼 이런저런 규제를 거의 두지 않지요. 중국이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중화권 상류층 미술 애호가들의 구매력이 홍콩으로 몰려가는 추세입니다.”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김용한

1976년 서울 출생

연세대 물리학과, 카이스트 Techno-MBA 전공

前 하이닉스반도체,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


중국처럼 이런저런 규제가 거의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상하이 출판계 역시 “99권의 좋은 책을 포기할지언정 나쁜 책은 한 권도 내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런 문화적 풍토에서 활력이 생길 리 없다. 중국의 교육학자 양둥핑은 말한다.

“상하이의 경쟁 상대는 런던이나 뉴욕, 도쿄가 아니다. 상하이가 이겨내야 할 상대는 상하이 자신이다.”

신동아 2015년 12월호

3/3
글 · 사진 김용한 | yonghankim789@gmail.com
목록 닫기

부자도시의 열등감 국제도시의 고단함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