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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문화권력 장악…우파도 선동가 돼야”

‘보수 女전사’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좌파가 문화권력 장악…우파도 선동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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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의 길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국가가 개입하려 드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 국가의 특징”이라고 썼다. 국가의 개입이 인간을 국가의 노예로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타적 권력을 갖게 되면 자유는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개인에 대한 자의적 강제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하이에크 신봉자들은 ‘시장 실패’도 국가나 사회의 개입 탓에 벌어지는 것으로 본다.
▼ 자유주의자가 국정화를 찬성하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요.   
“자유주의의 핵심은 당연히 시장의 힘을 믿는 거죠. 시장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으로 좋은 제품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교과서 소비 시장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좌파에 의해 진입장벽이 세워졌어요.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게 뭡니까. 학생, 학부모의 선택이죠. 역사 교사의 상당수가 전국역사교사모임에 속합니다. 전교조의 핵심 세력이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전국국어교사모임이죠. 이들의 사상적 투철함이라는 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학생, 학부모가 시장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이 선택하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경제학에서 ‘시장 실패’라고 말하는 상황이기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경제학의 일반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 미제스는 “독점시장일지라도 국가 개입보다는 낫다”고까지 주장합니다. 개입주의는 필연적으로 자유를 제한한다는 건데요. 하이에크에 따르면 국정화는 ‘노예로 가는 길’ 아닌가요.
“이상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현 상황은 달라요. 국가 대 시민의 대립이 아니라 시민 대 시민의 대립이 더 심각합니다. 시민이 다른 시민의 자유로운 선택과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하는 지경입니다. SNS에서 다른 사상을 말하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집중 난타를 보세요. 어느 쪽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합니까. 1970~80년대처럼 독재국가와 민주시민의 대결이 아닙니다.
하이에크나 미제스의 얘기를 교조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자유주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의 궁극적 지향은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입니다. 획일적이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공부하는 개인은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현재의 교과서는 하이에크와 미제스가 강조한 자유의 가치를 담아내지 못해요. 두 사람이 한국의 교과서를 봤다면 ‘이것은 고칠 수밖에 없다’고 했을 겁니다.”
하이에크의 사상을 따른다고 해서 그와 생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자유경제원의 전신인 자유기업원 원장을 지낸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11월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떤 책으로 배울 것인지는 배우는 사람이 선택할 문제다. 정부와 정치가 학생에게 무엇을 배울지 강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썼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유주의 입장에서 본 역사교과서 논쟁’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국정화의 논거로 이용한 시장 실패 개념부터 틀렸다”며 “검정제는 바른 교과서를 만들어 좌파와 경쟁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국가독점은 그 가능성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민 교수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원칙을 버리면 기다리는 건 자유의 상실”이라고도 썼다(‘문화일보’ 10월 28일자 참조).



# ‘자유주의 버스’에 올라타기 

▼ 보수주의 운동가가 진보주의 운동가에 비해 젊은 세대에게 마케팅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러냐면, 하이에크가 ‘선동가가 돼라’고 한 것도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인데, 보수주의의 가치인 ‘책임을 자신이 진다’는 말은 무섭습니다. ‘국가는 충분한 자유를 보장하면서 최소한의 것을 지켜주는 역할만 한다. 사회의 모든 작동원리는 시장에 의해서 당신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할 때 ‘아, 좋다’라고 반응할 사람은 몇 명 안 됩니다. 경쟁에 놓이고 선택에 따라 책임을 진다는 게 두려운 일이거든요.”     
그가 덧붙여 말했다.
“대표적 자유주의자인 복거일 선생에 따르면, 정치적 자유를 부르짖고 표현의 자유를 외치면 많은 사람이 자유주의의 버스에 올라탄답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달라고 외칠 때는 환호하다가 경제적 자유 얘기를 하면 상당수 사람이 버스에서 내린다는 거예요. 왜? ‘국가가 책임을 져줘야지’ ‘약자도 배려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자유주의가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자유주의자들에게 냉혈한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습니다. 좌파의 장막 탓에, 젊은 세대가 자유주의가 가진 철학적 가치에 닿기 전에 외면해버리는 겁니다. 자유주의야말로 젊은 세대에게 가장 많은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일례로 청년 고용을 막는 것은 기득권을 과보호하는 정부의 룰 때문이죠. 자유주의로 그런 것들을 허물어뜨려야 하는데 젊은 세대는 좌파가 씌워놓은 주홍글씨에 휘둘립니다.”
▼ 우파 운동가 그룹은 좌파 운동가 그룹보다 응집력이 떨어지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자유주의, 뉴라이트 등 다양한 그룹이 각개 약진하는 듯해요.  
“뭉치지 못한다기보다는 우파의 속성이, 작은 차이라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뭔가를 뒤에서 조정하는 어떤 세력이라든지, 막후가 없습니다. 과거 좌파 운동권은 전선에 나서는 사람들 뒤에 막후가 있었죠.
당장은 잘 뭉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쁘다고만 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돈으로 우파 운동에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돈으로, 재능으로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재능으로, 지적·학문적인 것으로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그것으로, 거리에서 운동하실 수 있는 분은 또 그 분들대로 반대한민국 전선과 맞서는 일입니다.”
▼ 그거 김일성이 한 얘기인데요.
“그래요?”
김일성은 광복 후 평양에 돌아와 개선 연설에서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힘 있는 사람은 힘으로 부강한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자”고 말했다.
▼ 국가 개입이 자유를 억압한 최악의 사례가  북한이죠.
 “사람들이 국가가 시키는 대로 갔죠. 결과는 참혹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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