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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이버, ‘앱 암묵적 끼워팔기’ 논란

‘대기업 골목상권 잠식’과 뭐가 달라!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ljj@pi-touch.re.kr

카카오·네이버, ‘앱 암묵적 끼워팔기’ 논란

  • ● ‘앱 암묵적 끼워팔기’로 고용 줄어
    ● 배달, 헤어숍, 음원, 게임, 스크린골프…
    ● 플랫폼과 별개로 앱 판매하면 생산량 29.5% 증가
    ● “카카오 카풀도 독소”
    ●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
카카오·네이버, ‘앱 암묵적 끼워팔기’ 논란
2018년 12월 7일 ‘카카오 카풀’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 사흘 뒤 택시기사 한 명이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분신했다. 이후 택시기사의 분신이 또 한 차례 있었다. 결국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택시업계와 카카오 간 갈등을 풀기 위해 올 1월 22일 택시단체 4곳, 카카오모빌리티, 더불어민주당, 국토부가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했다. 150여 차례 회의와 협상이 진행됐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3월 7일 합의를 이끌어냈다.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만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택시기사 월급제를 도입하는 ‘플랫폼 택시’를 상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곧바로 반발이 일어났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 100여 명은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풀 일부 허용 합의는 그동안 분신하신 분들의 희생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다른 승차공유 업체에서도 반대했다. 합의의 핵심인 제한적 카풀 허용은 현행법인 여객운수사업법 81조 1항에 ‘출퇴근 시간에 한해 카풀을 허용한다’라고 이미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합의안에 넣고 극적 타결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야기였다. 택시업계와 카카오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의한 합의도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톡이라는 독점적 플랫폼

출퇴근 시간대 부족한 택시 공급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카카오 카풀 사업은 언뜻 택시 서비스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할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특히나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끼리 승용차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공유경제’라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비치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취지의 카카오 카풀을 왜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지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 ‘공유경제’라는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에 대한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 지키기 차원의 저항이라는 접근은 근시안적인 해석이다. 

카카오 카풀은 ‘카카오톡’이라는 독점적 플랫폼을 기반으로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카풀 이용자와 카풀 운전자를 연결해 준다. 이 경우 독점력이 플랫폼에서 앱 사업으로 전이될 수 있다. 독점적인 플랫폼을 이용해 앱 사업까지 하는 곳은 카카오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포털 기업인 네이버도 여기에 해당한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 및 앱은 매우 다양하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이 재연되는 양상으로 비친다.


직접 운영하거나 종속 기업이 운영

카카오·네이버, ‘앱 암묵적 끼워팔기’ 논란
카카오가 운영하는 주요 플랫폼 사업은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와 다음 포털이다. 카카오가 직접 운영하는 앱 사업은 배달 앱(카카오톡 주문하기), 헤어숍 예약(카카오헤어샵), 음원 서비스(멜론) 등이다. 카카오의 종속 기업이 운영하는 앱 사업은 유료 게임 아이템 중개, 웹툰·웹소설 유통, 스크린골프, 콜택시, 간편 결제(카카오페이), 영·유아 영어 교육 앱, 모바일 쇼핑(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쇼핑하기) 등이다. 카카오의 관련 기업이 운영하는 앱 사업은 인터넷은행, 부동산 정보 제공 등이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주요 플랫폼 사업은 네이버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라인)다. 네이버가 직접 운영하는 앱 사업은 간편결제(네이버페이), 음원 서비스(네이버뮤직), 개인 방송 앱(브이 라이브) 등이다. 네이버의 종속 기업이 운영하는 앱 사업은 캐릭터 상품 제조·판매, 소셜네트워크(밴드), 웹툰 유통, 모바일 게임, 화장품 제조·판매 등이다. 네이버의 관련 기업이 운영하는 앱 사업은 온라인 전자결제대행/부가가치통신망 사업 등이다. 


카카오·네이버, ‘앱 암묵적 끼워팔기’ 논란
플랫폼 사업자가 앱 사업까지 하는 것은 ‘암묵적 끼워팔기’로 볼 여지도 있다. 소비자는 독점적 플랫폼 기반으로 운영 중인 앱을 다른 경쟁자의 앱보다 더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끼워팔기는 일반불공정행위 중 거래강제에 해당한다. 여기서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는 강제성이 동반돼야 한다. 즉,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앱을 같이 사용하도록 강제할 경우만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 

암묵적 끼워팔기는 현재 공정거래법상으로 규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규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독점적 플랫폼에 끼워파는 앱을 플랫폼과 별개로 개별적으로 판매하면, 끼워팔 때보다 총 실질소비, 총 실질생산, 총 노동수요(일자리), 총 투자가 각각 4.4%(43조 원), 3.9%(60조 원), 8.9%(1.8백만 명), 6.5%(26조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앱을 끼워파는 플랫폼 가격, 앱을 끼워팔지 않는 플랫폼 가격, 앱 가격은 각각 20.5%, 10.8%, 56.8% 하락한다.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에만 전념하고, 별개의 사업자가 앱 사업을 독립적으로 할 때 경쟁이 촉진된다. 이럴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고 플랫폼 및 앱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또한, 카카오와 네이버가 앱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에만 전념하면, 플랫폼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독점적 플랫폼에 끼워파는 앱을 플랫폼과 별개로 개별적으로 판매하면 끼워 팔때보다 플랫폼 생산량은 29.5% 증가한다. 앱 끼워팔기로 분산된 노동을 한층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딕싯(Dixit)과 스티글리츠(Stiglitz)의 독점적 경쟁시장 모형과 루카스(Lucas)의 통제범위 모형을 기반으로 한 일반균형모형을 통해 도출된 것이다.


앱 사업 못 하게 해야

2018년 12월 20일 카카오 카풀 반대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택시기사들이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서울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2018년 12월 20일 카카오 카풀 반대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택시기사들이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서울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이 결과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즉, 카카오와 네이버가 앱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사업에만 집중하고 앱 사업에는 진출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에 대해 일정 기간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앱 사업을 축소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 후 법으로 제도화해 매년 일정비율로 앱 사업을 줄이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미래 사업에 대해 이 플랫폼 사업자가 추가 앱 사업에 진출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도 도와야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할 때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앱 사업을 할 경우 독점력이 전이되는 문제를 경계해야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창의적인 앱 사업자가 많이 나타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방향은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 조항인 헌법 제119조는 이러한 정신을 담고 있다.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이다.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이다. 

1항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창의를 북돋우고 다양한 앱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도록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그러나 2항에 따라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수 없도록 정부는 규제와 조정에 나서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앱 사업을 규제하는 것과 더불어 시급히 고려해야 할 사항은 플랫폼과 앱 사업에 대한 통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에 대한 통계자료는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 모든 분야의 통계를 종합해 관리하는 통계청도 플랫폼에 대한 자료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어떤 사업자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그 플랫폼에서 누가 어떠한 앱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를 확보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특히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끼워팔기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는 절실하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올바르게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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