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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쇼크, 대학 상권 몰아닥친 ‘해고 쓰나미’

“홀에서 일하던 파트타임 직원 13명 모두 해고했어요”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코로나19 쇼크, 대학 상권 몰아닥친 ‘해고 쓰나미’

  • ●“2월 취소 예약만 300명 규모… 환장할 노릇”
    ●2~3월 대목 사라져… 대리운전 등 ‘투잡’ 고려
    ●42년 역사 ‘홍익문고’, “지난해 번 돈으로 관리비 충당”
    ●“1998년부터 장사… 이렇게 힘든 적 없었다”
    ●홍대 옷가게, 월 1000만 원 임대료 감당 못해 4명 해고
3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로가 한산하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3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로가 한산하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갓 입학한 신입생들과 이들을 맞이하는 선배들로 활기가 넘쳐야 할 대학가가 유령도시로 변했다. 대학가는 3월 내내 개점 휴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4월 첫째 주까지 진행키로 했던 온라인 강의를 더 연장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아예 1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로 학사 일정을 꾸리기로 결정한 대학도 나타났다. 2~3월 대목을 기다리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신음하고 있다. 이에 감원(減員)의 칼바람이 대학 상권을 동시에 강타했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3월 23일~26일, 서울시내 대표적 대학 상권인 서울지하철 신촌‧안암‧회기‧홍대입구역을 차례로 찾았다. 자영업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적이 있었나….”


스터디카페 “어쩔 수 없이 알바 해고”

서울 서대문구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은 청춘의 놀이터다. 인근 3개 대학교(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학생들과 유흥을 즐기러 온 20대, 외국서 온 관광객이 한데 뒤엉켜 북적이는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이어지자 거리는 조용해졌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는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고기를 먹고 술을 마셨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기가 막히고 환장할 노릇이다.” 

3월 23일 신촌역 인근에서 만난 남성 A씨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A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스무 개 넘는 테이블을 갖추고 있다. 단체 손님을 받으면 야외 빈 공간을 이용해 테이블을 추가로 설치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신촌역 상권은 입학 시즌인 2월과 3월 대목을 맞이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단체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단체행사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A씨는 “지난 2월 취소된 예약만 5개 팀이고, 인원으로는 300여 명 규모”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찾는 스터디카페도 텅 비었다. 코로나19로 각 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이 연기되고 온라인 강의가 늘자 자연스레 학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신촌역 인근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모(64) 씨는 “이대로라면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가 운영하는 스터디카페는 지난해 3월 2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2월 매출은 1000만 원 안팎으로 급감했다. 김씨는 “건물을 매입할 때 빌린 대출금 1500만 원과 관리비 500만 원이 매달 빠져 나간다”면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현재 스터디카페는 사장인 김씨 부부가 번갈아가며 지키고 있다. 김씨는 “스터디카페 운영을 위해 대리운전이나 배달기사 같은 ‘투잡’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100년 서점 목표였는데…”

신촌역 3번 출구 인근의 홍익문고는 1978년 지금의 위치에 문을 열었다. 42년을 버텨온 덕에 신촌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곳이지만 유례없는 위기감이 홍익문고를 감싸고 있다. 홍익문고 측에 따르면 지난해 3월 4억여 원에 매출액이 올해 3월(1일부터 23일까지) 1억3000만 원 선까지 급락했다. 인근 대학 개강이 미뤄지면서 수업 교재를 구매하기 위해 서점을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탓이다. 

박세진 홍익문고 대표는 “18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데 지난해 번 돈으로 인건비와 관리비를 충당하는 상황”이라며 “신촌에서 100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인데 유례없는 상황이 닥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3월 24일 서울 성북구 서울지하철 6호선 안암역 인근 ‘참살이길’을 찾았다. ‘참살이길’은 안암역 3번 출구와 2번 출구를 양 옆에 둔 큰 길로, 안암오거리까지 이어지는 먹자골목이다. 식당, 노래방, 주점, PC방 등으로 가득한 이 길은 개강 후엔 늘 인파로 붐볐다. 각각 20~30개의 방을 꾸려 영업하는 코인 노래방은 노래를 즐기러 온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다. 

“개강하면 방이 항상 꽉 차 줄을 서야 이용할 수 있던 곳이다.”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4학년 장모 씨가 코인 노래방 한 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날 점심 시간 무렵 장씨가 가리킨 곳을 방문해보니 23개의 방 중 1곳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 이곳을 포함해 기자가 방문한 10곳의 코인 노래방에는 모두 합해 3명의 손님만 있었다. 

50~60명은 너끈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오락실에도 손님 한 명 찾아 볼 수 없었다. 보드게임 카페에는 손님이 없고 일하는 직원 두 명이 가게를 지켰다. 한 분식집은 문을 열어 놓은 채 주인이 20분 넘게 자리를 비웠다. 그렇게 해도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어차피 손님이 없어데 비워놓아도 상관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 도서관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 자취생들이 식사하는 점심시간에서야 식당에 손님들이 이따금씩 보일 뿐이었다.


“200~300만 원이 20~30만 원 됐다”

3월 30일 서울 성북구 참살이길. [이현준 기자]

3월 30일 서울 성북구 참살이길. [이현준 기자]

안암역 인근에서 22년 동안 터줏대감으로 버텨온 A식당도 어려움을 피해가진 못했다. 가게 사장의 부인 조모 씨는 “1998년부터 장사를 해오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조씨는 학교 앞 장사를 두고 “1년 중 6개월 장사”라고 표현했다. 방학 기간은 학기 중에 비해 매출이 30% 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호황일 때 하루 200~300만 원에 달하던 매출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급전직하했다. 조씨는 “10시 30분부터 지금(오후 2시)까지 한 테이블 팔았다”면서 “하루 매출이 20~30만 원 수준”이라고 했다. 

A식당에서는 홀 4명, 주방 3명 등 직원 7명이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7명의 직원들은 주6일 출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하자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이에 조씨는 7명의 직원 모두를 주4일만 출근토록 했다. 직원 처지에서는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조씨는 “2월 중순부터 3월 사이가 개강 파티, 새내기 오리엔테이션(OT) 등 단체 손님이 많은 ‘대목’인데 꽉 찼던 예약 리스트가 전부 취소됐다”며 “이 시기에 신입생이 방문해야 이들이 가게를 기억하고 계속 찾는다. 코로나19로 잠재적 고객을 확보할 기회도 사라진 셈이다”라고 걱정했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 서울지하철 1호선 회기역 인근 먹자골목도 찾았다. 회기로21길과 경희대로4길을 아우르는 이곳은 ‘벽화골목’으로도 불린다.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53) 씨는 “방학 때 매출 비중은 원래 학기 중의 50% 수준”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매달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일하던 직원 3명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 일한다고 했다.


30평 옷가게에서도 일자리 사라져

3월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클럽 입구에 임시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3월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클럽 입구에 임시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3월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을 찾았다. 9번 출구 인근 ‘젊음의 거리’ 인근 상권은 개학 연기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홀에서 일하던 13명의 파트타임 직원을 모두 해고했다. 가게 매니저 신모(39) 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1월 매출과 비교하면 약 25%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최근 배달 주문으로 매상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홍대입구역 인근 30평 규모 옷가게에서도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사장 박모 씨는 “코로나19 확산 전 하루 최대 400만 원에 달하던 매출이 최근 20~30만 원 대로 줄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4명씩 근무하던 직원들을 내보냈다”고 토로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임대료는 월 1000만 원으로 그대로다. ‘젊음의 거리’에 위치한 건물 1층 점포의 월 임대료는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에 달한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빚을 내 임대료를 내야 할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쇼크, 대학 상권 몰아닥친 ‘해고 쓰나미’


신동아 2020년 4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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