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사바나] ‘오바마 존경한다’ 했더니 ‘사상검증’ 안 됐다더라

민주당 텃밭에서 40% 김재섭 前 통합당 청년후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4-29 14: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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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차명진 같은 막말 정치인이 보수 품격 떨어뜨려

    • 탄핵 인정 못하니 선거 참패할 수밖에

    • 비판적 목소리에는 ‘대깨문’ 낙인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김재섭 전 서울 도봉갑 후보. [홍태식 객원기자]

    김재섭 전 서울 도봉갑 후보. [홍태식 객원기자]

    서울 도봉갑은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이곳을 대표하는 인물은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꼽히는 故 김근태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과 그의 아내인 인재근(67) 의원은 도봉갑에서 15대 총선부터 내리 6번 당선됐다. 

    이런 지역에 겁없이 들어간 청년이 있다. 김재섭(33) 전 서울 도봉갑 후보다. 낙선했으나 지금껏 도봉갑에서 인 의원과 맞붙은 3명의 보수정당 후보(유경희·이재범·김재섭) 중 가장 높은 득표율(40.49%)을 기록했다. 김 전 후보에게 청년의 눈으로 본 통합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아스팔트 우파 목소리만 들었다”

    -총선을 치르고 2주일이 지났다. 

    “낙선이 문제가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 직후에도 보수 궤멸 위기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2년 사이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 홍준표 전 대표라든지 차명진 전 의원 같이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보수의 품격을 날이 갈수록 떨어트리고 있다.” 

    -IT(정보기술) 벤처기업 창업자의 시각에서 볼 때 무엇이 문제인가. 

    “벤처기업은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피드백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제품에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정당은 유권자의 말에 긴밀히 반응해야 한다. 통합당은 이런 부분에 굉장히 소홀했다. 탄핵 이슈라든가 세월호 참사 등 국민적 합의가 끝난 사안을 인정하지 않거나 유야무야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론은 뻔하다. 당연히 참패로 이어진다.” 



    -왜 국민의 공감대에서 벗어나게 됐을까. 

    “많은 정치인들이 칭찬만 듣고 싶어 한다. 통합당도 굉장히 편파적으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흔히 광장 정치라 불리는 아스팔트 우파의 목소리만 들었다. 그들의 목소리 역시 중요하지만 너무 의존했다. 중도나 진보 측 유권자들이 제기하는 따가운 비판에 대해서는 ‘일부의 소리’ 혹은 ‘대깨문’의 비판으로만 받아들였다.”

    보수 유튜브 채널 출연했다 곤혹

    김 전 후보 역시 보수 유튜브 채널이 정치인에게 미치는 힘을 체감한 바 있다. 예비후보 시절 보수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하면서다. 당시 김 전 후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인으로서 따르고 싶은 롤모델이 누구냐”는 물음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오바마를 존경한다고 했는데. 

    “당시 나는 오바마 대통령과 생각과 사상의 방향이 다르다고 전제한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의 공감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바마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채팅창에 엄청나게 많은 욕이 달리기 시작했다. ‘좌파’라느니 ‘사상 검증이 안 됐다’느니 등의 이야기가 많았다.” 

    -당황스러웠겠다. 

    “시청자들이 오바마라는 단어에 꽂힌 것 같다. 지인들은 별 말 없었는데 시청자들이 불편해했다. 굉장히 우호적이었던 사람들의 태도가 확 바뀌는 것을 보면서 한쪽 말만 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치인은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정의당이나 녹색당 당원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야 통합당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가 올라간다.”

    청년 비대위, 쇄신 마중물 될까

    4월 27일 김 전 후보를 포함해 4‧15 총선에서 낙선한 통합당 청년 후보 및 당원 20명은 ‘청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청년 비대위 측은 “비대위에 만 45세 이하 청년 당원을 50% 이상 배치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청년 비대위원은 청년 비대위에서 결정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통합당은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전국위원회를 열어 323명 중 찬성 177명, 반대 80명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임명안을 가결시켰다. 다만 김 전 위원장 측 최명길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종인 대표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김 전 후보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김 전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터라 두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는데. 

    “어쩌다보니 손자설까지 도는 상황이다.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직접 만난 것도 손에 꼽는다. 지인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소개받았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정치를 할 생각이라면 젊은 나이에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후 청년 정당인 ‘같이오름’을 창당했다. 정당에 가입하기보다 직접 정당을 만들며 정치를 시작한 모습을 (김 전 위원장이) 좋게 봐준 것 같다.” 

    -홍준표 전 대표와 당내 다선 의원들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 비대위로는 쇄신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이권을 찾기 위해 당을 망치는 패악질을 하고 있다. 보수 정당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 보다 대권 욕심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강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당내 의원들의 일부 비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내부자가 가지는 강한 관성에 브레이크를 걸려면 제3자를 통해 쇄신을 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김 전 후보는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선 의원들도) 반성을 하기 보다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움직임을 벌써부터 보인 탓에 국민들이 불편하게 보실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년 비대위 결성 이후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반응이 좋았다. 이전까지 젊은 사람들이 단합해서 행동을 한 경우가 없었는데, 선배들보다 우리가 먼저 반성하고 ‘으쌰 으쌰’하는 모습이 있어서 고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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