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단독] 확진자 접촉 간호사 15명, 같은 샤워실 쓰고 환자 계속 치료…간호사, 환자 감염

중앙보훈병원의 안이한 방역

  • reporterImage

    이현준 여성동아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0-09-10 18:32:4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코호트 격리 간호사들, 2인 1실 혹은 5인용 병실 3명이 써

    • 업무 배제 않다가 확진자 추가 발생 후 대체인력 투입

    • “밖에 알리면 수당 주고 싶겠나” “그만 제보하라” 은폐 정황

    • 병원 측 “은폐 압력? 있었더라도 개인 행위”

    • 병원 측 “병원, 호텔 아닌데 샤워실 공용 사용 어쩔 수 없어”

    • 강동구 보건소 측 “병원마다 사정이 있다”

    • 김우주 고대 감염내과 교수 “방‧샤워실 함께 쓰면 감염 위험 더 높다

    8월 28일 중앙보훈병원 간호사들이 간격을 두지 못한 채 집단으로 격리돼 있다. [페이스북 캡처]

    8월 28일 중앙보훈병원 간호사들이 간격을 두지 못한 채 집단으로 격리돼 있다. [페이스북 캡처]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병동의 간호사들을 집단 격리시키고도 업무 배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다. 또 병동 간호사들에게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은폐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중앙보훈병원 입원환자 80대 신모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시간은 8월 27일 오후 1시 55분경. 이에 중앙보훈병원은 오후 6시 30분경 병동의 간호사들을 모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다. 간호사들은 전원 음성 판정을 받고 병동에서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중앙보훈병원은 임산부 1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간호사를 7평 남짓한 공간에 집단 격리했다. 간호사들은 거리를 두지 못한 채 다닥다닥 붙어 잠을 청해야 했다. 이에 간호사들이 항의하자 중앙보훈병원은 8월 28일 저녁 무렵 격리 장소를 변경했다. 9월 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중앙보훈병원과 강동구 보건소 측은 이때부터 간호사들에게 1인 1실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신동아’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간호사들은 2인 1실을 사용하거나 5인용 병실을 3명이 함께 쓰는 등 다인 1실 형태로 격리됐다. 샤워실이 한 곳밖에 없어 모든 간호사가 함께 사용했다.

    “외부에 이야기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전경. [이현준 기자]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전경. [이현준 기자]

    간호사들은 업무도 계속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확진자 발생 관련 의료기관 지침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환자 및 의사환자 접촉 의료진 업무 기준’에 따르면 개인보호구 미착용 의료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환자와 긴밀하게 접촉한 경우 14일 동안 업무배제 조치를 취하게끔 돼있다. 



    신동아 취재 결과, 확진자 신씨는 8월 25일부터 38~39도까지 체온이 오르며 발열 증상을 나타냈다. 병동의 간호사들은 KF94마스크 외에 별도의 보호구 없이 신 씨의 가래 뽑기‧체온 측정‧혈액 검사 등을 시행하며 밀접 접촉했다. 그럼에도 중앙보훈병원은 간호사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지 않고 기존 일정대로 근무하게끔 했다. 간호사들은 코호트 조치에 들어간 27일 저녁부터 8월 31일까지 확진자 4명(환자 3명, 간병인 1명)을 간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간호사들은 중앙보훈병원 측에 자가격리 및 업무배제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월 4일 결국 간호사들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그때서야 중앙보훈병원은 간호사들의 업무를 중지시키고 자가 격리로 전환토록 한 뒤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자가격리를 할 수 없는 간호사(고시원‧기숙사‧가족과 거주)들은 병동에 남았는데, 병원 내에서의 1인 1실 격리는 이때부터 시행됐다. 

    중앙보훈병원이 코호트 격리 중에도 간호사들의 업무 배제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중앙보훈병원 간호본부의 고위관계자는 간호사들에게 “보상으로 수당이나 휴가 등도 생각하고 있는데 외부에 병원 망신을 시키면 해주고 싶겠나”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제보를 했다면) 제보한 것이 잘못된 내용이라고 (언론에) 연락하길 바란다” “그만 제보해라. 간호사로 일하기로 했으면 이런 일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등의 말을 했다.

    중앙보훈병원 “병원이 호텔은 아니지 않나”

    이에 대해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을 집단 격리시킨 이유는 별도의 공간을 준비하는 동안 마땅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간호사들을)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것은 서울시, 강동구 보건소, 질병관리본부와 협의 끝에 따르게 된 방침이다. 병원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항이 아니다. 병원마다 사정을 고려해 방침이 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호트 격리 상황에서 다른 인력을 투입하는 조치가 방역 상 더 좋지 않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병원측은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은폐한 적은 없다. 설령 그런 압력이 있었다 해도 개인의 행위일 뿐 병원의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다.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병원이 호텔은 아니지 않나. 방마다 샤워실이 있진 않다”고 해명 했다. 

    강동구 보건소 관계자는 “첫 날 집단 격리를 한 것은 맞다. 의료진보단 환자가 우선이기에 환자 병상부터 우선 배치하다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인 1실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1인 1실이 물론 좋지만 병원마다 사정이 있다. 방역 지침 상으로도 불가피한 경우 다인 1실을 사용할 수 있다. 5인실은 상당히 넓어 3인이 사용하는 경우 1인 1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간호사들이 샤워실을 함께 사용한 것에 대해선 “샤워실 이용에 대한 지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고온 다습한 환경 상 감염 위험이 높지 않기에 방역 지침을 심각히 위배했다고 볼 순 없다”라고 말했다. 또 “간호사들을 섣불리 자가격리로 전환할 경우 지역사회에 감염이 전파될 우려가 있어 병동 격리를 택했다. 업무배제를 했다면 환자는 누가 돌보나. 대체 인력 투입도 신중히 생각해야 했다. 대체 인력에도 감염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샤워실, 교차 감염 우려 있어 안전한 공간 아냐”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실 등 시설이 부족했다면 자가 격리가 가능한 간호사는 속히 내보내서라도 1인 1실을 쓰게 하는 것이 훨씬 안전했을 것”이라며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잠복기인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방이나 화장실‧샤워실을 함께 쓰면 감염 위험이 더 높다. 실제 간호사 중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는 건 그만큼 (방역) 원칙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샤워실의 경우, 고온 다습한 곳에서 바이러스의 전파가 약한 건 사실이지만 온도가 60~70도 이상이어야 바이러스가 죽는다. 샤워할 때의 물 온도는 기껏해야 40도 안팎이어서 불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샤워실을 출입하기 전 거치는 탈의실에서도 교차 감염의 우려가 있기에 안전한 공간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