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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징계위?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 재판관이 될 수 없다

신평 前 한국헌법학회 회장 기고

  • 신평 前 한국헌법학회 회장

    lawshin@naver.com

    입력2020-12-11 11: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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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계위, 秋 뜻 따르는 자동판매기

    • 헌재 재판관 “尹 가처분 신청 결정 늦어질 것”

    • 尹 징계 결정에 따라 헌재에서 각하될 듯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위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10일 열렸다. 징계위가 열리기까지 빚어진 절차상 파행은 말할 것도 없고, 과연 추미애 법무장관이 제시한 사유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점에 관해 소상히 다시 언급할 여유는 없다. 여기서는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점을 부각해보려 한다. 

    여권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윤 총장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국가 중 사법신뢰도가 꼴찌인 나라이다.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뜻이다. 한국의 사법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가 무엇일까? 추 장관은 윤 총장 개인 혹은 윤 총장이 선두에 선 ‘검찰당’의 작폐(作弊)에 의한 것이라고 우긴다. 비겁하고 비열한 선동이다. 사법신뢰도가 꼴찌 나라의 사법시스템이 잘못된 책임을 어느 한 개인에게 덮어씌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사법시스템이 안고 있는 근본적 결함을 오직 윤석열 한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사법 불신으로 가득 찬 국민들을 향해 윤 총장이 제거되면 마치 우리의 사법제도가 바로 설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게 죽창을 휘두르도록 사주하는 자세를 취한다. 

    추 장관은 왜 윤 총장을 겨냥할까. 윤 총장이 정권의 핵심을 건드리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이 진정한 의도를 숨긴 채 윤 총장이 한국의 사법제도 전반을 망치고 있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으로 선량한 국민들을 거짓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 재판관이 될 수 없다”

    사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배심제의 본격 도입이나 검찰·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강화 및 실질화, 사법기관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이와 같이 사법개혁의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없다. 논의가 없었으니 실효성 있는 제도의 마련은 당연히 없다. 이래놓고 갑자기 검찰개혁을 한다며 정권핵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고약하게도 국민들을 검찰에 대한 불법적 공격에 동참시키기 위해 교활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는 절차상 파행적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구성조차 적법하지 않다. 법학계나 법원, 수사기관의 실무에서 먼 옛날 로마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격언이 여럿 있다. 이를 법언(法諺)이라고 한다. 여기서 세운 원칙은 어떤 특정한 법 집행적 행위가 어긋나는 경우, 다른 어떤 가식을 갖다 붙이더라도 그 행위를 결국 불법으로 끝나게 하는 힘을 갖는다. 말하자면 이 법언들은 재판이나 수사 현장에서 ‘관습법적 헌법’의 역할을 한다. 법언은 현재 동서양 어느 나라에서건 이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debet esse judex in propia causa)”는 법언이 있다. 스스로 재판관이 돼 진행하는 재판은 ‘사적 보복’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누가 나에게 기분 나쁜 일을 했다고 치자. 그를 법정에 세워놓고 내가 재판관으로 나가서 형을 선고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보도된 바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징계위원을 자신이 모두 위촉했다. 자신이 혼자 징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점이 부당하다며 윤 총장 측은 헌법재판소에 징계 절차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10일 필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제까지 관례에 따라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윤 총장에 대해 징계 결정이 조만간 난다면 가처분 신청은 ‘신청의 이익’이 없는 것으로 각하될 것이다. 징계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겁내는 것 같다. 그래서 10일 밤까지 회의를 하고 이튿날 바로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가, 윤 총장 측 항의로 기껏 닷새 후 2차 회의를 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전에 속전속결의 의지를 보인 셈이다.


    쉐임 온 유(Shame on you), 추미애!

    10일 출석한 징계위원은 고작 5명이다. 5명 중 안진 전남대 교수는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한 전력이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경우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공정한 역할을 할 수 없는 인물로 드러났다.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반(反)윤석열’ 행보를 보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은 정한중 징계위 위원장 직무대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오직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소속된 것을 내세워 출세가도를 닦아온 사람이다. 그가 학문적으로 어떤 성과를 쌓아왔는지, 아니면 학계에서 인정받아왔는지 들어본 일이 없다. 현 정부 들어 주요 직위를 맡으며 꽃길을 걸어왔다. 민주당이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으나 그가 사양했다는 ‘설’도 있다.

    이렇게 심하게 기울어진 성향의 사람들이 임기가 정해진 검찰총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거나 정직 등 징계처분을 가해 식물총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징계위원으로 적합한가. 나는 차마 그들이 ‘추미애의 졸개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 스스로 그 자리에 있는 부끄러움을 알기를 바랄 뿐이다. 대신 그들은 ‘추미애의 대리인’들임은 확실하다. 

    추 장관이 대리인을 내세운 건 법언에 비춰 합당한 일인가. 대리인들은 지금 드러난 성향을 보더라도 추 장관의 분신 역할을 충실히 할 사람들 아닌가. 징계위는 결국 추 장관의 뜻을 따르도록, 마치 돈 넣으면 상품이 재깍 나오도록 만들어진 자동판매기의 역할을 하도록 예정돼 있다. 이것은 명백히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에 위배되는 짓이다. 추 장관과 그 대리인들은 대담한 사람들이다. 한 조각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이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쉐임 온 유(Shame on you), 추미애!(부끄러운 줄 알아라,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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