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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시대…北 비핵화‧인권 문제로 文과 충돌?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美 바이든 시대…北 비핵화‧인권 문제로 文과 충돌?

  • ● 신임 美 외교‧안보라인, 이란 핵 합의 이끈 사람들
    ● 北 강경책 카드 쥔 바이든, 평화협정 설득한 文
    ● 북한 人權 강조하는 바이든, 침묵하는 文
    ● ‘북한 자금줄’ 中, 북한 제재 동참은 ‘필수’ 인식
    ● ‘동맹 강조’ 바이든 정부, 기로에 선 文의 ‘동상이몽’
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뉴시스]

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있는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엔 유명한 순두부 전문 음식점이 있다. 이 음식점은 역대 주한 미국 대사들과 외교관들을 비롯해 서울에 출장 온 미국 관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국무부 부장관 시절인 2016년 10월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 대사의 소개로 이 음식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훌륭한 식사에 감사하다. 정말 맛있다! 다시 돌아오겠다”(Thank you for a Wonderful meal. Super delicious! I’ll be back)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순두부집에서 한 약속

2016년 10월 방한한 토니 블링컨(맨 오른쪽) 당시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마크 리퍼트(맨  왼쪽) 당시 주한 미국 대사 등 동료와 서울 종로구 한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먹는 모습. 블링컨은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마크 리퍼트 공식 트위터 계정]

2016년 10월 방한한 토니 블링컨(맨 오른쪽) 당시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마크 리퍼트(맨 왼쪽) 당시 주한 미국 대사 등 동료와 서울 종로구 한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먹는 모습. 블링컨은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마크 리퍼트 공식 트위터 계정]

블링컨은 국무장관에 취임해 한국을 방문할 경우 이 약속을 지킬 것이 확실하다. 블링컨이 당시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북한의 제5차 핵실험(2016년 9월 9일)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였다. 블링컨은 방한 내내 북핵 실험을 강도 높게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단결된 대북 제재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방한 당시 서울대 국제대학원 특강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가장 최근의, 그러나 마지막은 아닌 조치”라면서 “만약 북한의 위협이 계속된다면 향후 그 외의 추가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같은 해 9월 30일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대북 제재에서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우리가 북한 정권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과 경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블링컨을 비롯해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자타공인 북한과 이란 핵 문제에 관여해온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블링컨과 함께 ‘투톱’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데이비드 코언 CIA 부국장 지명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버락 오바마 정부가 최대의 외교 업적으로 내세워온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성사시키는데 기여한 인물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에도 깊이 개입했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경제적 압박을 지속하며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이 바이든 정부에서 기용되면서 앞으로 북한과 이란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 정책 양축인 블링컨과 설리번은 그동안 북핵 해법으로 ‘이란 모델’을 제시했다. 블링컨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북한과의 핵합의에서 최선의 모델은? 이란’이라는 제목의 기고문(2018년 6월 11일)에서 북한에 부분적 경제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대신 △모든 핵 시설 공개 △국제사찰을 통한 농축 우라늄 시설과 핵 재처리 시설 동결 △일부 핵탄두와 미사일 폐기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선 잠정 합의를 통해 협상 시간을 번 다음 비핵화 청사진이 담긴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며 “오바마 정부 때 타결한 이란 핵합의는 이런 접근을 통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25일 CBS방송 대담에서도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언급하며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리번도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설(2016년 5월 16일)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에 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란과의 핵 협상처럼 북한에 대해선 압박과 대화 모두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핵 문제 해법, 이란 핵 합의

북핵 문제 해법에 이란 모델을 적용하려면 우선 이란 핵합의가 어떻게 도출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란 핵합의 핵심 내용은 ‘이란이 핵능력을 동결하고 사찰을 수용하는 대가로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이란이 미국과 협상에 나선 것은 2010년 들어 미국이 국방수권법에 따라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독일·프랑스·영국 3개국이 유류 운송보험을 중단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에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란은 원유 수출 중단으로 인한 경제난을 견디지 못했고, 미국과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들 3개국은 모두 이란의 유전 등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이란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해왔다. 또한 이란이 핵 개발을 할 경우 자국 안보는 물론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적극 참여했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의 이란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이란 내에서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퇴진했다. 제재조치로 경제난에 빠진 국민들은 2013년 6월 중도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진전을 보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이란 모델’로 해결하려면 유럽 3개국처럼 ‘북한 자금줄’인 중국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도록 해야만 한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조치에도 북한의 버팀목이 돼왔다. 물론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경우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통일 한국’과 국경을 맞대야 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반도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면 완충지대와 전략적 균형을 위한 ‘지렛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바이든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블링컨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진정한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며 “북한의 다양한 수입원과 에너지 등 자원 접근 통로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었다. 설리번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자금줄을 쥔 중국이 협상의 중심이 돼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중국을 압박할 명분과 기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中 압박과 文 동참 여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뉴시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뉴시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압박할 때 문재인 정부가 이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우리가 중국 정부에 무역 악폐와 기술, 그리고 인권에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파트너 및 동맹과 연합을 구축할 때 우리 입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반중(反中) 연합전선 구축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청할 게 분명하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아시아 차르’인 캠벨 (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호주, 인도, 일본, 미국이 참여한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확대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이른바 ‘쿼드 플러스(Quad Plus)’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이런 요청을 외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대립할 수도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포용정책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이 언젠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화상회담을 비롯해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거나 예외승인을 받으면 남북이 협력 사업을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인식과는 동떨어진 말이다. 무엇보다 블링컨과 설리번은 북한을 크게 불신하는 데다 과거 트럼프 정부의 북핵 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도 높다. 블링컨은 “트럼프가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one of the world's worst tyrants)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반열에 올렸을 뿐 아니라, 그들을 달래려고 동맹과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경제적 압박의 페달에서 발을 뗐다”고 비판했다. 설리번도 “북한은 미국이 경제적 숨통을 터주는 대가로 일련의 약속을 하겠지만 나중엔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캠벨도 “겉으로 드러난 김정은의 말만 믿고 ‘평화가 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응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北 강경책 카드 쥔 바이든, 평화협정 설득한 文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벤치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벤치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문재인 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는 일단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해보고 진전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고강도의 대북 압박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유화정책을 추진하지 말 것을 압박할 것이다. 블링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평화협정 협상이라는 북한의 희망을 묵인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는 미국의 오랜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트럼프 정부에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왔다. 때문에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블링컨이 평화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 기존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바이든 정부와 불협화음이 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인권 외교에 상당한 비중을 두다. 바이든은 “미국은 더 이상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을 싸잡아 ‘불량배’(thug)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중국 공산당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인종청소’(Genocide)라고 표현하는가하면, 홍콩국가보안법을 비판하는 등 동맹국과 국제사회와 연대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中 위구르족 탄압‧홍콩보안법에 침묵한 인권 변호사

하지만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과 홍콩국가보안법은 물론 북한 인권 문제에도 침묵해왔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남북협력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켰고,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인권단체들은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미국 의회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도 초당적으로 이 법을 비판하고 있다. 미 의회의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이 법을 공포한 문재인 정부의 인권에 관한 조치들을 청문회에서 다루겠다고 벼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이다. 게다가 오랜 의정생활을 해온 그는 의회를 존중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 문제를 거론할 게 분명하다.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조정관은 “바이든 정부에서 대북정책 최우선 순위는 비핵화가 되겠지만, 적절한 범위 내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북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평화·화해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전략적 가정 하에서 한국이 대북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한·미 동맹의 근본 문제”라고 밝혔다. 

아무튼 바이든 정부의 동맹과의 협력 정책을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로선 그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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