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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檢 인사 文 패싱 레임덕인가 도널드덕인가”

[진중권의 인사이트] 대통령을 바지사장 만든 ‘친문 하나회’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檢 인사 文 패싱 레임덕인가 도널드덕인가”

  • ● ‘추미애 시즌2’ 시작한 박범계
    ● 職을 걸고 문제제기한 신현수
    ● 대통령인가, 핫바지인가
2월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2월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이 돌아왔지만 파문은 진행 중이다. 복귀하면서 그는 “자신의 거취를 대통령에게 일임한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어느 쪽이든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한 것이다. 복귀는 했지만 여전히 사의는 거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조만간 저희가 정리를 할 것”이라며 사표가 “아마 수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나라를 누가 통치하는가

도대체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전자결재는 인사안이 발표된 다음 날에야 올라왔다고 한다. 유 비서실장은 사전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발표된 것이라 해명한다. 하지만 문제의 인사안을 ‘누가’ 민정수석도 거치지 않고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해 승인·결재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사임의 결정적 계기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유임된 것이란다. 이 부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윤 총장 징계의 실무를 주도한 인물이다. 윤 총장에게 유리한 보고서의 삭제를 지시했던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남편이다. 이 부장의 교체는 대통령에게 허락까지 받은 사안이었으나, 신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뒤집자 사임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폭주하던 추 전 장관을 경질하고 신현수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은 조국-추미애 라인에 끌려 다니던 국정의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민정수석을 건너뛰고 바로 ‘추미애 시즌2’를 시작했다. 대통령을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실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문제는 대통령 자신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엄중히 문책을 해야 하나, 문제의 인사안을 추인함으로써 그는 외려 사고를 친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통령이 이렇게 매사 ‘친문 하나회 세력’에게 휘둘리다 보니, 보다 못한 민정수석이 제 “거취를 일임”하는 식으로 대통령에게 어느 쪽이든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한 것이다.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

이게 어디 인사안만의 문제겠는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무산되자 여당에서 갑자기 중대범죄수사청을 들고 나왔다. 분풀이로 아예 검찰을 해체시켜 버리겠다는 것이다. 아직 검경수사권 조정도 안 끝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면 어느 수사를 어디서 맡을지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물론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이 박 장관을 통해 여당에 ‘속도의 조절’을 요청했다.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

첫 번째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두 달 밖에 안 됐으니 일단 그것부터 안착시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수사청의 신설을 서두르다 보면 그 동안 검찰이 담당해온 반부패 수사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이들의 우려를 대통령이 당에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주문한 적이 없다고 아예 사실을 부정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뜻을 전한 장관 자신도 슬쩍 발을 뺐다. 하지만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주문한 게 사실이냐고 묻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질의에 유영민 비서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지만,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고 대답했다. 대통령의 말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인가, 핫바지인가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은 2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은 2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한마디로 여당의 강경파들이 대통령의 말을 그냥 못 들은 것으로 했다는 얘기다. 추 전 장관은 아예 “이제 와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 버린다”며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속도 조절론에 반감을 드러냈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특정인의 인사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을 ‘바지사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런 구조 앞에서 느끼는 좌절감 때문이었을 게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말이다.

“대통령이 한 말씀 하면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돼야 한다는 건 과거 권위적인 정치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대통령을 바지사장으로 만드는 것을 아예 민주주의라 선언한다.

“문 대통령께서는 늘 국회 여당과 충분히 협의해 오셨고, 이번 논란도 그렇게 해 나가실 것이라고 본다.”

우리 ‘이니’는 착해서 늘 우리 말을 잘 들어왔고, 앞으로도 잘 들을 거란 얘기다.

문제는 김경수 지사의 이 발칙한 발언이 딱히 틀린 얘기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지난 1년여 간 내가 계속 지적한 것이 대통령이 친문 강경파들에게 국정을 맡겨놓고 ‘의전대통령’으로 전락했다는 것 아니었던가. 그저 막연한 느낌이나 추측으로만 머물러 있던 것이 이번 사태로 인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자신의 직을 걸고 바로 이 부분에 문제 제기를 하려 했던 것이다.

일찍이 이런 레임덕은 없었다

대통령의 합리적인 주문이 먹히지를 않는다. 친문 하나회 세력이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인사안을 발표하는 국정농단을 해도 대통령은 제지하지 않고 수수방관한다. 이를 ‘레임덕’이라 불러야 할까? 그렇게 부르기도 뭐하다. 왜냐하면 이게 임기 말에 발생한 누수현상이 아니라 임기 초부터 내내 유지되어온 일상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레임덕인가 도널드덕인가. 일찍이 이런 레임덕은 없었다.

이게 아예 구조로 굳어진 상황이라 신 민정수석 혼자서 이 상황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본인도 그럴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을 게다. 나 역시 ‘문 대통령께서는 늘 국회 여당과 충분히 협의해 오셨고, 이번 논란도 그렇게 해 나가실 것’이라고 본다. 그는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나, 대통령 자신도 그들에게 옹립 당한 바지사장에 불과한 터라, 이번에 보았듯이 설사 결단을 한들 먹힐 것 같지도 않다.

‘원칙주의자’라 불리는 그가 제 뜻을 꺾지 않는 이상, 신 민정수석의 사표가 수리되는 것은 결국 시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이 들어선 후 이 나라는 원칙과 소신을 가진 이들은 배척당하고 무능을 충성으로 때우는 완장들이 출세하는 기회주의자의 천국이 되었다.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대통령은 그 큰 눈만 껌뻑거린다. 그것이 답답했던 친구는 결국 그의 곁을 떠나기로 했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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