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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2월생 윤석열은 설에 63살? 62살? 61살?

[노정태의 뷰파인더] 세계 유일 한국식 나이 셈법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1960년 12월생 윤석열은 설에 63살? 62살? 61살?

  • ● 자궁에서 10개월 보내면 한 살?
    ● 고대, 중세 중국 전통
    ● 일본 연호가 기년법
    ● 행정편의주의 ‘年 나이’
한국인은 매년 새해를 두 번 맞이한다. 양력으로 1월 1일에 한 번, 음력으로 1월 1일에 한 번. 새해 결심을 했다가 못 지켜도 두 번째 기회가 있다며 농담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인은 매년 나이도 두 번 먹는다. 1월 1일에 한 번, 자신의 생일에 한 번. 태어날 때부터 일괄적으로 부여받은 한 살에 매년 한 살씩 덧붙는 ‘세는 나이’, 그리고 대부분의 공문서에 사용되는 ‘만 나이’가 그것이다.

한국인의 나이 셈법. 이 문제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K-팝과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유행과 더불어 이제는 전 세계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식으로 나이를 세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이거니와 한국과 같은 한자문화권에 속한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에서도 출생 이후의 나이만을 세고 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한 사안이다. 그만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9년, 2020년, 2021년, 매해 빠지지 않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올해 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의제를 던졌다. 이준석 당 대표,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1월 17일 유튜브에 공개된 ‘59초 쇼츠’ 영상을 통해 서로 몇 살인지 물어보며 오락가락하는 한국의 나이 셈법을 문제 삼았다. 그러고는 윤석열을 향해 바꿔보자고 제안하자 윤석열은 “좋아, 빠르게 가”라고 답하며 영상이 끝난다.

생각해보면 이건 퍽 이상한 상황이다. 드러나는 의견만 놓고 보면 그 누구도 복잡하고 난삽한 한국식 나이 셈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만 나이를 쓴다. 그런데 왜 우리의 나이 체계는 쉽게 통일되지 않는 걸까?


허세, 주세, 실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21년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21년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일단 가장 흔한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하겠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부여하는 한국식 ‘세는 나이’는 태아가 잉태해 있던 시절을 포함하는 인간적인 나이 셈법이라는 주장 말이다. 그렇지 않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출생하기까지 사람은 대체로 자궁에서 10개월을 보낸다. 그보다 일찍 태어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12개월을 채우는 아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논리에 따라 1월에 잉태해 11월에 태어난 아기의 나이를 한 살이라고 센다면, 10월에 잉태해 이듬해 8월에 태어나는 아기의 나이는 두 살로 세는 것이 합당하다. 이미 자궁에서 보낸 시간에 세는 나이의 기본인 한 살을 또 더해야 할 테니 말이다.



세는 나이에 대한 두 번째 오해가 있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세는 나이는 ‘우리’ 전통이 아니다. 동아시아권, 특히 중국에서 풍부한 문헌 근거를 찾을 수 있는 중국 전통이다. 청나라가 무너진 신해혁명, 그리고 중국 대륙을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차지한 역사적 격변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형태의 나이 세는 방식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이기천 서강대 사학과 강사의 논문 ‘당송대(唐宋代) 묘지(墓誌)의 연구와 생년(生年) 표기: 나이 세는 방식의 혼란과 제안’(중국학보 96권, 2021년 5월)을 펼쳐보자. 당나라와 송나라 시대 사람들이 죽은 이를 매장할 때 묻는 묘지(墓誌)라는 문헌이 있다. 운 좋게 고스란히 발굴되면 상당히 큰 사료적 가치를 갖는다. 해당 시대의 사람들이 직접 작성하고 매장한 살아있는 텍스트다. 그리하여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묘지를 중요한 사료로 삼는다.

단, 문제가 있다. 당송대 사람들의 나이 세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처럼, 나이를 세는 방법이 세 가지나 있었다. 가장 흔한 것은 허세(虛歲)다. 지금 우리 ‘세는 나이’와 같은 방식이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치고, 매년 해가 바뀔 때 한 살을 더한다. 다만 그 시절에는 양력이 아니라 음력을 썼다는 차이가 있다. 둘째로는 주세(周歲)가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연 나이’와 같은 개념이다. 태어난 해를 한 살이 아니라 0살로 치고, 매년 정월 초하루에 한 살을 더한다. 마지막은 실세(實歲)다. 태어난 날부터 하루씩 더해 생일에 한 살이 된다. 다음해 생일에는 두 살. 지금 우리가 아는 ‘만 나이’다.

이기천은 당시 문헌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당송대 사람들은 대체로 허세에 따라 나이를 따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당연한 나이 셈법’, ‘표준적 나이 셈법’은 주세도 실세도 아닌 허세였다. 그러므로 후대 연구자들은 일단 허세, 즉 세는 나이에 따라 해당 시대 문헌을 읽자고 주장한다. 개별 연구자가 임의로 주세나 실세를 통해 당나라와 송나라 사람의 나이를 세고 논문을 쓰면 혼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독창적이고 고유하고 아름답다고?

그러니 ‘세는 나이’에 대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식으로 나이를 셌을까?’라고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왜 고대와 중세의 중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나이를 셌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그 방식은 베트남과 일본 등 한자문화권에 고루 수출됐지만, 오직 대한민국만이 여전히 이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는 나이’의 수수께끼는 간단하다. 기년법(紀年法)을 개인에게 적용한 것이다. 기년법이란 무엇인가? 왕의 제위 기간에 따라 달력을 구분 짓는 방식이다. 태종 이방원은 서기 1400년 11월에 즉위했다. 그에 따라 1400년은 ‘태종 1년’으로 불린다. 그는 서기 1418년 9월 9일에 왕좌를 세종에게 물려줬다. 따라서 1418년은 태종 18년이자 세종 1년이 된다. 0이라는 개념 없이, 왕에서 왕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시대의 흐름을 구분 짓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어떤 독자는 이런 식의 나이 세는 방식, 혹은 시대 구분하는 법을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전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동아시아의 전통적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일본의 연호가 바로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2019년 5월 1일, 아키히토 텐노가 물러나고 나루히토 텐노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을 때,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내각관방장관은 ‘令和’라고 쓰인 붓글씨를 대중에 공개했다. ‘令和’, 일본식으로 ‘레이와’라 읽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린 것이다. 2019년은 일본인에게 헤이세이 31년이자 레이와 원년, 즉 레이와 1년이 됐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전통에 대해 ‘기원’보다는 ‘사용’, ‘과거’보다는 ‘현재’를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대찌개가 어엿한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나는 기꺼이 동의한다. 일본의 ‘노리마키’(海苔巻)와 한국의 ‘김밥’은 모두 적당히 간을 한 밥을 김에 싸서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같고, 엄밀하게 기원을 따지자면 노리마키가 김밥의 원조다. 그러나 노리마키의 ‘전통’을 김밥은 넘어선지 오래다. 우리는 그 속에 치즈를 넣고 참치를 넣고 뒤집어서 싸고 청량고추로 매콤한 맛을 내며 심지어 밥이 아니라 계란지단을 꽉꽉 채워 넣으면서도 ‘김밥’이라고 부른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

그러니 ‘세는 나이’를 ‘우리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덧붙여 우리 문화의 ‘고유한’ 전통이라거나, 오직 우리에게만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므로 반드시 지켜야 할 미풍양속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는 나이의 기본이 되는 기년법, 그 연장선상에 있는 허세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한반도에 유입됐다. 앞서 언급했듯 전 세계에 기년법을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세습군주제를 유지하는 일본은 온 국민이 우리만큼이나 능숙하게 기년법을 쓴다. 세는 나이를 옹호하고자 우리 문화의 독창성, 고유성, 아름다움을 근거로 들이대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일 수밖에 없다.

71%가 세는 나이 폐지에 찬성

중국과 대만은 세는 나이를 일소한 지 오래다. 일본 역시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면 기년법이나 그로부터 파생된 나이 세는 법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허세, 혹은 세는 나이가 보편적으로 살아남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나 나름대로 열심히 논문과 책 등을 뒤져보았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아주 거친 추론을 해보는 수밖에 없겠다. 필자는 한국에서 쓰이는 또 다른 나이 셈법인 ‘연 나이’에 주목한다. 연 나이는 문화와 관습이 아니라 법에서 쓰이는 나이 셈법이다. 청소년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은 연 나이를 사용한다. 이런 법을 개정해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것이 국민의힘 공약이다.

연 나이를 사용하는 저 두 법에 뭔가 공통점이 느껴지지 않는가. 젊은이들을 ‘일괄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목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만 나이에 따라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한다고 해보자. 같은 학교와 학급 내에서도 청소년보호법의 대상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나뉠 수 있다. ‘관리’하기 힘들다는 소리다. 병역법의 목적은 더욱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로, 늘 전쟁 위험을 안고 있다. 여차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단번에 군사 단위로 편성해야 했다. 병역의무를 부과할 때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삼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연 나이와 세는 나이는 시작점이 0세냐 1세냐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같은 나이 셈법이다. 연 나이는 청소년이냐 성인이냐, 군 입대 대상자냐 아니냐와 같이, 한국인 특히 남자들의 인생에서 큰 분기점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니 그 자매품이라 할 세는 나이 역시 수십 년간 한국인의 문화에 깊게 자리 잡게 된 것은 아닐까.

이유가 무엇이건, 이제 세는 나이는 사라질 때가 됐다. 1월 5일 한국리서치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1%가 세는 나이 폐지에 찬성한다. 청소년 보호와 병역 의무 수행이라는 중요한 과제 역시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당사자의 실제 연령에 맞춰야 마땅하다. 국제적인 표준에 맞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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