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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온상에서 청렴 아이콘으로

강원랜드의 변신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부패 온상에서 청렴 아이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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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가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우수’ 등급에 해당하는 2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간 강력한 부패척결 의지를 피력해온 함승희 대표의 의지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년 연속 최하위 5등급의 굴레를 벗고 ‘우수기관’으로 환골탈태한 강원랜드를 밀착 취재했다.
주말의 강원랜드는 언제나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행렬이다. 몇 시간이고 줄을 서 입장권을 받은 후에도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성이기 일쑤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만큼 거래되는 돈도 엄청나다. 하룻밤 사이에 1인당 적게는 수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돈을 베팅하다 보니 날 선 긴장감이 감돈다. 카지노라고는 난생처음 가본 사람들에겐 이 모든 상황이 낯설다. 영화에서 보던 긴박감 넘치는 게임 광경보다 눈앞의 인산인해가 더 신기하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는 “강원랜드는 태생적으로 범죄의 요소를 안고 있다”고 스스로 단언한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그가 취임한 2014년 11월 이전까지 크고 작은 사건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대표 자리에 오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청탁과 비리에 연루돼 사직하거나 슬그머니 정치판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강원랜드는 주인 없는 수레처럼 삐걱대며 이리저리 치이기 일쑤였다. 검사 출신인 그가 대표 자리를 수락했을 때 주변의 반응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대놓고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공직생활을 하며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교육생 채용 비리’ 척결

“저는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한 사람입니다. 내가 돈을 벌어 남의 월급을 줘본 적은 없으니,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요. 저더러 ‘돈 벌라’고 했다면 ‘적성에 안 맞아 못 한다’ 했을 겁니다. 그런데 강원랜드는 단순히 ‘비즈니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허가를 내줘 운영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도박은 ‘불법’이니 태생적으로 범죄 요소가 깃든 곳이지요. 다행히 저는 검사 시절 범죄 수사를 해 범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기업 부패, 카지노의 생리를 잘 아니 부패의 유혹에 말려들지 않고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 대표는 ‘부정부패 척결’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법과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는 원칙을 견지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시작한 일도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를 전면 재조사하는 것이었다. 회사에 큰 피해를 주거나 명예를 실추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사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절차를 밟았다.

 2013년 교육생 채용 비리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취임 초기 “모든 부정부패의 원인은 인사 파행에서 비롯된다”는 말로 인사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한 그는 고강도 내부감사를 통해 당시 인사팀장의 주도로 교육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적성검사를 인사 채용 평가에 반영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집단토론 면접 계획을 변경해 인성면접만 실시하는 등 편법과 부정이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이에 강원랜드는 당시 인사팀장을 면직하고, 관련 직원 8명을 징계했다. 강원랜드는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자 올 2월, 검찰에 진정서 형식으로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인사담당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강원랜드 측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공정한 인사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함승희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부패 원인은 인사 파행

“외부의 도움으로 사장이 된 사람은 청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 국회, 정부, 우리 사회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권력이나 지역의 토호세력을 등에 업고 출마한 사람은 권력이나 그 세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내가 청탁해 그 자리에 앉았으니 나를 그 자리에 앉힌 사람의 청탁을 거절할 수 없는 거죠. 이렇게 형성된 패거리 문화는 상호 견제를 불가능하게 합니다. 인사 파행이 곧 부패의 원천이 되는 겁니다,”

그는 “잘못된 관행을 방치하면 비슷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취임한 후 부패척결에 따른 ‘줄초상’이 난 데도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는 개혁 의지가 반영됐다.

강원랜드는 우선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각종 사안에 대한 광범위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비리를 저지른 직원 14명을 횡령 및 비리 혐의로 적발했다. 이들 중 죄질이 나쁘거나 회사에 끼친 손해가 큰 6명에 대해선 면직,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물론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공금 횡령이나 절도로 인한 피해금액, 외부업체에 대한 채권 가운데 돌려받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도 회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외부 추심기관에 미회수 금액 재산 압류 등을 위임한 강원랜드는 지금까지 51건의 크고 작은 채권추심을 통해 8건을 회수하는 한편 당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재산조사를 진행 중이다.

2007년 강원랜드 임직원 중 일부가 지침을 어기고 카지노 출입제한 고객의 입장을 허용해준 사건에 대해서도 구상금 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시 출입제한 고객들이 “강원랜드 측에서 몰래 출입허가를 해줘 카지노에서 돈을 잃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해 강원랜드 측이 58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한 바 있다. 이에 강원랜드는 당시 판결문을 근거로 카지노 출입관리지침을 어긴 임직원에게 10억 원을 배상케 하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원랜드가 출자한 폐광지역 자회사에 대한 자체감사도 벌였다. 지난해 7월 하이원상동테마파크 조성사업 적정성을 조사하던 중 설계 변경을 통한 공사금액 과잉 지급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대표이사와 공사업체 간 유착의 실체가 파악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는 감리단의 반대에도 공사설계변경 내역을 승인해 시공사가 약 15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전 대표 등 관련자 4명은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방만 경영’ 책임 물어

리조트 단지 내 횡행하는 불법 사채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벌였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연 400% 이상의 고리로 고객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은 물론 조직폭력과 연계해 거액의 탈세를 조장할 위험성마저 안고 있어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불법 사채업 단속에 나선 강원랜드는 경찰에 사채업차 59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이들 중 8명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리려 나섰다. 2012년 파산 직전의 오투리조트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제111차 이사회 의결을 통해 태백시에 150억 원을 기부한 사실에 대해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사회의 회사에 대한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는 2014년, 당시 이사회에서 찬성 또는 기권 의사를 표한 전 대표이사 등 9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사외이사이던 K 전 이사에 대해 30억 원과 이자, 지연손해금을 강원랜드에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아울러 나머지 8명에 대해서는 K 전 이사와 연대해 30억 원 중 15억 원과 이자,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강원랜드 내부는 물론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주목받는다.

감면받은 지방세를 추징 처분한 사건에 대해 취소 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강원랜드는 정선·사북 탄광문화관광촌 개발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구 동원탄좌 일대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관광단지개발사업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지방세법에 의거해 취득세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2012년 정선군은 강원랜드에 취득세 약 9억 원을 추징했다. 부지 인수 후 강원랜드가 개발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강원랜드는 소송을 냈고, 올해 1월 법원이 ‘일부 개발사업은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판결함으로써 정선군의 취득세 추징 처분은 취소됐다. 이에 관련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부당한 세금 징수를 바로잡는 것이 주주와 기업의 자산을 지키고 신뢰를 이어나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클린데이’ ‘헬프라인’

강원랜드는 지난해 6월 윤리경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윤리경영위원회와 윤리경영 전담부서 청렴문화TF팀을 만들었다. 올해 3월, 청렴문화TF팀은 명칭이 청렴문화팀으로 바뀌며 정식 직제에 편입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6월 임직원 500여 명과 함께 ‘하이클린 데이’ 선포식을 열고 청렴활동 전개를 위한 ‘하이클린 추진단’을 발족했다.

현장 중심의 자율적 청렴활동으로 청렴한 조직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에서 발족된 하이클린 추진단은 부서별로 추천을 받아 선발된 55명의 반부패 윤리경영 리더로 구성된다. 이들은 현장에서의 반부패 윤리청렴정책 실무 활동을 바탕으로 부서별 업무 특성에 따른 부패 취약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 청렴활동 자율개선과제를 추진한다. 부서별 행동강령을 세워 모범·위반 사례를 발굴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하이클린 추진단의 활동으로 부서 특성에 맞는 청렴윤리행동수칙을 제정하고 부서별 자체 청렴윤리교육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다음은 고영윤 호텔 조리팀 대리의 말이다.

“하이클린 추진단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는 동료들 사이에 청렴활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닐까 합니다. 조리팀의 경우도 하이클린 추진단을 발족한 이후부터는 반부패 윤리경영 리더가 자체 교육을 실시해, 식료품 관리나 유통기한 관리 등 레스토랑 영업장과 주방 업무 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규정 위반 사례나 안전사고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수시로 인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강원랜드는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헬프라인’을 도입해 신고자의 익명성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청렴문화팀 박승렬 감사팀장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던 횡령 비리 관련 사건이 지난해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청렴윤리 활동에 대해서는 내부 경영평가와 연동해 자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각 부서 특성에 맞는 활동을 했는지, 직원 교육은 얼마나 했고 비리 행위로 처벌된 직원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임원 접대비나 업무 추진비와 같은 지출 부분을 전면 공개하면서 경영 투명성 확보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징계위원회의 경우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내부는 물론 외부 인사도 참여하도록 했고요. 임원을 포함한 전 직원 청렴도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입니다.”

반부패 인프라 구축과 청렴윤리 활동 성과는 고객 피드백으로 이어진다. 테이블영업팀 딜러 이정아 과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고객이 인정하다

“지난해 ‘하이클린데이’ 선포식 이후 사내 분위기도 많이 변했지만 무엇보다 뿌듯한 것은 고객이 그 변화를 알아준다는 거예요. 현장에서 일하는 딜러들은 고객 반응에 따라 사기가 꺾이기도 하고 힘이 나기도 하거든요. 과거에는 일부 직원들의 부정부패로 성실히 근무해온 직원들까지 불신의 눈초리를 받아야 한 적이 많았어요. 기계 결함으로 게임이 잠시 중단되기만 해도 ‘사기 아니냐’며 항의하는 분이 있었어요. 고객이 ‘예전에 절취 같은 것 많이 하지 않았느냐’ 하고 큰소리를 낼 때면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까지 들으며 일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기계 결함 등의 문제가 생겨도 저희를 의심하는 분이 없어요. 고객이 저희를 믿어주니 자신감도 생기고 힘도 납니다.”

고객 반응이 달라진 것은 ‘직원 스스로 실천하는 청렴윤리 활동’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예전에는 사소한 매뉴얼이라 생각해 공공연하게 그냥 넘기던 것들도 요즘에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분위기예요. 누가 강요하거나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직원 스스로 떳떳하게 업무에 임하고 싶어 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핸드 클리어(Hand Clear), 그러니까 딜러가 고객의 칩이나 돈을 만진 다음에는 반드시 손등과 손바닥을 한 번씩 보여주며 ‘내가 회사나 고객의 돈을 횡령하지 않았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원칙인데, 과거에는 모든 직원이 그런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불과 1년여 사이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서 요즘에는 핸드 클리어를 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정도죠.”

‘하이클린데이’ 선포식 이후 개선된 인사 체계도 직원의 근무 태도가 달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청탁이나 친분에 의해 인사가 이뤄지던 시절에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이정아 과장의 말이다. 

“성실하고 좋은 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과거에는 개인의 능력이나 성실한 근무 태도가 아무런 평가 기준이 되지 못했거든요. 당연히 근무 의욕은 떨어지고 기강도 해이해졌죠.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나만 열심히 잘하면 충분히 보상과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거든요.”


도시 재생의 꿈

강원랜드의 ‘2015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는 지역사회에서도 크게 주목받는다. 강원랜드가 그동안 투명성 확보를 전면에 내세우며 폐광지역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앞서 투명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폐광지역 협력사 운영정책을 개선한 데 이어, 올해는 폐광지역 농수산물 우선구매제도를 도입하는 등 단계적으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함 대표는 “경영진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잘못된 문화와 관행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실천한 것이 직원과 폐광지역 주민으로부터 공감대를 끌어내는 요인이 됐다”고 평가한다.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이미지 쇄신 노력도 성과를 거뒀다. 과거에는 카지노를 운영하는 도박시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는 스키장과 골프장, 콘도미니엄을 모두 갖춘 힐링 리조트 이미지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랜드 인근에는 고원 트래킹 코스와 산책로, 래프팅 코스, 동굴 탐사 코스 등 자연을 벗 삼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민물매운탕, 수수부꾸미 등 풍부한 먹거리가 많아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더없이 매력적이다. 특히 정선과 태백, 영월, 삼척 등 폐광 4개 시·군을 무료로 돌아볼 수 있는 ‘정태영삼’ 투어 버스는 강원랜드 방문객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주변 인프라만 잘 활용한다면 칙칙한 카지노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가족위락시설로 거듭나는 것이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강원랜드의 혁신이 오래된 폐광 도시의 혁신, 도시 재생으로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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