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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여의도 여성파워

양성평등 향해 5배 더 뛰었다

19대 여성의원 입법활동 결산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양성평등 향해 5배 더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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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의결된 여성 관련 법안 110건
  • ● 남인순·김상희·김희정 ‘성적’ 돋보여
  • ● “의결법안 量 변화 없지만 내용 다채로워져”
  • ● ‘1회’로 끝나는 여성 비례대표 재고해야
“2015년이잖아요(어깨를 으쓱하며) .”

지난해 11월 캐나다 총리에 취임한 쥐스탱 트뤼도는 사상 첫 남녀동수 내각을 출범시킨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트뤼도의 ‘쿨’한 대답은 세계인들에게 회자되며 그를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이처럼 남녀동수 의회, 나아가 남녀동수 내각까지 추진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거리가 멀다. 2013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현재 국무회의 구성원 19명 중 여성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유일하다. 국회 내 여성 의원 비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졌지만 아직 10%대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8.2%에 훨씬 못 미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여성의 국회 및 내각 참여를 확대해나가는 것은 수적(數的) 평등이 곧 정치적·정책적 평등을 의미하진 않더라도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록 여전히 수적으로 열세라 하더라도 한국의 여성 의원들은 ‘성별에 구애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 일조해왔을까. 제19대 국회가 낳은 여성 관련 법안을 중심으로 여성 의원들의 활약상을 결산해본다.





여성계 출신 활동 두드러져

19대 국회에서 의결된 여성 관련 법안은 모두 110건. 성평등 관련 법안이 60건으로 가장 많고, 청소년 관련 법안이 26건, 가족 관련 법안이 24건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단독 발의한 9개 법안을 제외하면 국회가 주도해서 제·개정한 법안은 101건이다.

이 법안들을 만드는 데 기여한 남녀 의원 비율은 1대 1이다. 누적인원으로 299명이 여성 관련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들 중 남성 의원은 150명, 여성 의원은 149명이다. 젠더(gender) 이슈에 보다 집중한다고 할 수 있는 성평등 관련 법안만 따로 떼서 봐도 남성 의원 84명, 여성 의원 83명으로 동등한 비율이다.  

19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이 15.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있어 여성 의원은 남성 의원보다 5배 더 열심히 일한 셈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차인순 입법심의관은 “이 정도 수치면 여성 의원이 여성, 가족, 아동, 젠더 등에 관한 입법 활동을 남성 의원보다 더 적극적으로 펼쳤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153명, 새정치민주연합(現 더민주당) 142명, 정의당 및 통합진보당 각각 2명이었다. 정당별 의석수를 고려할 때 특정 정당이 여성 관련 법안을 독점하기보다는 골고루 나눠 가진 모양새다.

개인별 집계에서 10위 안에 든 25명의 의원이 대표발의해 의결된 여성 관련 법안 건수가 187건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여성 관련 법안 활동은 특정 의원들이 주축을 이뤘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별 순위는 남인순 의원(더민주당)이 21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김상희(더민주당, 14건), 김희정(새누리당, 13건), 김현숙(새누리당, 12건), 류지영(새누리당, 12건), 이자스민(새누리당, 10건) 의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여성 의원들의 여성 관련 입법 활동이 두드러졌다. 남인순, 김상희 의원은 각각 한국여성단체연합회 공동대표,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내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류지영 의원도 유아교육 전문가로 여성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다.

김희정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수행하느라 19대 국회 4년 임기 중 1년 7개월간 여의도를 떠나 있었지만 13건으로 3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김 의원은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의결까지 이끈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성별영향분석평가법’ 개정안이 유의미한 입법 활동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초·중·고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은 정책을 마련할 때 특정 성별에만 이득을 주지는 않는지 사전에 검토하도록 한다. 김 의원은 “화재 사고를 당하면 여성 환자만 외모 재건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 여성 보험금이 남성에 비해 3배 높게 책정돼왔는데, 법안 개정으로 이를 시정했다”며 “문구는 간단하지만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은 큰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진 나경원, 추미애

10위 안에 든 25명의 의원 중 여성은 13명, 남성은 12명으로 남성 의원이 적은 편은 아니다.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는 군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군인사법을, 다태아(多胎兒)를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출산전후휴가를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김광진 의원실 관계자는 “여성가족위는 2012년 가을까지만 짧게 활동했다”며 “어느 상임위원회에 속해 있든 여성,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 법안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관련 법안 활동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 초선의 활동이 역시나 두드러졌다. 상위 25명 중 9명이 19대 때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인물들이다. 비례대표가 지역구에 구애하지 않고 전문적인 정책 마련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인 만큼, 이들은 자신의 소임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평가받는 인물은 신경림 의원(새누리당)이다. 간호사 출신으로 대한간호협회장을 지낸 신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 등을 통해 여성의 건강증진 시책을 마련할 때 여성의 생애 전 주기에 걸친 특성을 반영하도록 했다. 신경림 의원실 관계자는 “질병의 증세가 남녀가 다르게 나타난다. 심혈관 질환을 예로 들자면 남성은 긴급한 통증을 느껴 약을 빨리 먹게 되는데, 여성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깨가 뻐근한 정도로 약한 증세로 나타난다. 이런 성별 특성을 반영해 보건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못하다. 이런 점을 시정하려는 것이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성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한 번 이상 이름을 드러낸 여성 의원은 28명이다. 다시 말해 48명의 여성 의원 중 20명은 단 한 건의 여성 관련 법안도 의결하지 않았다(2014년 재·보궐선거로 19대 국회에 들어온 나경원 의원 포함). 그중에는 여성 정치인계의 ‘간판급’이라 할 추미애(더민주당), 나경원·김을동(새누리당), 심상정(정의당)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여성가족위가 수집한 여성 관련 법안은 모두 여성가족위원회가 관할하는 법률일까. 그렇지 않다. 총 110건의 법안 중 47건이 여성가족위가 관할하는 법안이고, 나머지 63건은 9개 상임위원회에 분산돼 있다. 139쪽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개인별 여성 관련 입법 활동 순위에서 10위 안에 든 25명의 의원 중 13명은 여성가족위 소속이 아닌데도 각자의 상임위에서 성평등 혹은 가족, 청소년과 관련한 법안 제·개정을 이끌었다. 국방위는 군 내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문화체육관광위는 박창식 의원(새누리당)의 대표발의로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다.

국회운영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6개 상임위에서는 의결된 여성 관련 법안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상임위 따지지 않는다

19대 국회 여성 관련 법안의 이 같은 의결 현황에 대해 차인순 입법심의관은 “18대와 비교해 입법된 양으로는 비슷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훨씬 풍부해졌고, 여성계의 숙원이던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희정 의원은 “19대 국회는 여성 의원만 늘어난 게 아니라 여성 보좌진, 국회를 출입하는 여기자 등도 함께 늘어 분명 예전보다 발전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여성 관련 논의가 우리 삶에 깊게 연관된 문제인데도 여전히 국회에서 중요 사항으로 다뤄지진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4년간의 비례대표 의원 활동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는 류지영 의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를 꾸준하게 이끌고 나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떻게 분석했나무엇이 ‘여성 관련 법안’일까? 여성 관련 법안은 비단 여성이 법 적용 대상이 되는 법안을 뜻하진 않는다. 학계에서는 △여성 대표성 제고 △여성 인적자원 개발 및 지원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아동·청소년·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여성 관련 법안으로 본다. 이번 분석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여성 관련 법안으로 판단하고 매년 수집하는 의결법안 자료를 기준으로 삼았다. 위원회는 △성평등 △가족 △청소년 3개 범주로 나눠 여성 관련 법안을 수집하며, 그 내용을 위원회 소식지 ‘성평등·가족·청소년과 입법’에 게재한다.

각 법안을 만든 의원은 대표발의자에 한정했다. 다만 국회는 여러 명의 대표발의자가 발의한 법안을 한데 묶어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한다. 따라서 분석 대상이 된 101개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은 누적인원으로 299명에 달했다(상임위원회 발의로 상정된 3개 법안은 제외).

19대 국회 빛낸 여성 관련 법안

‘반의사불벌죄’ 없애고 ‘性 주류화’ 기반 닦았다

여성계가 19대 국회의 중요 성과로 평가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성(性) 주류화로 패러다임 전환 기반 마련 △아동·청소년 성보호 및 성폭력 관련 법안 개정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그것이다.

우선 19대 국회는 여성발전기본법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부 개정했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은 여성의 발전을 독려해 양성평등을 이뤄나가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개인적 분발보다는 정책·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을 갖춰나가도록 하는 것이 최근 세계적 정책 흐름이다. 이를 나타내는 개념이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로, 공공정책을 추진할 때 모든 면에서 양성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것을 뜻한다.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양성평등기본법이 밝히는 기본이념(제2조)은 다음과 같다.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

19대 국회 개원을 전후해 우리 사회에는 제주도 올레길 여성 살해사건 등 잔혹한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사건이 유독 많이 발생했다. 이에 국회는 18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아동·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특위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대거 손질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아동 성범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가 폐지됐고, 강간의 객체도 종전의 ‘부녀(婦女)’에서 ‘남성을 포함한 사람’으로 확대됐다. 또한 형법에 유사강간죄를 신설해 청소년, 장애인 외에 일반 성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 3월 개원해 이혼 후 양육비 문제로 고민하던 한부모 가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 양육비이행관리원도 19대 국회의 작품이다. 2014년 3월 의결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하여금 양육비 채권 추심을 지원하고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서도 제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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