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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강남역 사건은 여혐 범죄 아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강남역 사건은 여혐 범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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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
  • ● ‘3박자’ 맞아떨어져야 범죄 발생
  • ● 1인 가구는 주변에 늘 관심 가져야
  • ● 경제지표 나쁠수록 증오범죄 증가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5월 17일), ‘부산 길거리 무차별 각목 폭행사건’(5월 25일),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5월 30일), ‘사패산 등산로 살인사건’(6월 8일) 등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흉흉한 분위기가 가실 줄 모른다. 길 가는 남성만 봐도 섬찟하다는 여성이 적지 않다.

급기야 정부는 6월 1일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형량 범위 내 최고형을 구형해 처벌하는 방안 등을 담은 ‘여성 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내놨다. 주요 내용은 ▲부처 간 협업을 통한 범죄 예방 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사업 강화 ▲폐쇄회로(CC)TV 확충 ▲신축건물의 남녀 화장실 분리 설치 의무대상 범위 확대 ▲중증 정신질환자 조기 발견을 위한 학교기반 조기 발굴체계 마련 ▲자해·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 조치, 행정입원 요청 ▲정신질환·알코올중독 수형자·소년원생 등에 대한 전문치료 시스템 마련 ▲여성 대상 강력범죄자 가석방 심사 강화 등이다.

그럼에도 언제든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처지로 내몰릴 수 있는 여성들의 우려와 공포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호신용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어떻게 해야 불시에 맞닥뜨릴지 모를 흉악범죄로부터 여성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 신체적 약자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에게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의 민낯과 그에 대한 대응법을 들었다. 이화여대 언론정보영상학부 출신인 박 교수는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형사사법학(석사)을, 플로리다대에서 범죄학(박사)을 전공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전문가. 2009년엔 국내 최초로 데이트 폭력(연인 간 폭력) 관련 범죄학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왜 여성 대상 범죄가 날로 늘어날까.

“우리 사회에서 중요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늘 있어왔다. 제3자 관점에선 여성 대상 범죄를 ‘(피해자가) 길 가다 똥 밟은 격’으로 여겨온 거다. 지금껏 우리 사회에선 누가 살해당하거나 엄청나게 큰 재산적 피해를 입은 범죄만 이슈화했다. 그만큼 범죄나 안전에 둔감했다. 그런데 이젠 작은 범죄도 나와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돼 그런 범죄에 대해서도 이슈화하는 분위기로 흐르는 듯하다.”

▼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주된 동기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지 신체적·물리적 약자인지는 분간해야 할 것 같다. 통상 우리가 ‘여성’이라고 할 땐 후자를 의미한다. 반면 사회적 약자는 계층적 측면, 즉 소외집단 등과 같은 다른 요소를 내포한 개념이다. 사회경제적 지표로 따졌을 때 하류층에 속하거나 하는.

여성을 단순히 사회적 약자라고 보기엔 그 수가 많다. 남성 반(半), 여성 반이란 점에서 사회적으론 다수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에서 보듯, 뒤늦게나마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부각되는 것은 다수이기에 응집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아동, 노약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그래서 아쉽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해자의 심리는 어떤 것인가.

“범죄 유형마다 다르다고 본다. 하지만 폭력이든 사기든, 약자를 냉대하고 멸시하며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 공격적 성향의 사회이기에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을 것이라고 보는 거다. 약하니까 저항도 하찮을 거고. 이는 사회에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누가 말 못하는 동물한테 화풀이한다고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거나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활동 이론

▼ 어떤 경우에 그런 범죄가 발생하나.

“흔히 ‘동기를 지닌 가해자’와 ‘취약한 피해자’가 있었기에 범죄가 발생했거니 여긴다. 거기에 상황을 감시하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범죄는 거의 발생치 않는다. 감시자 혹은 보호자의 부재라는 조건이 더해져야 범죄가 발생한다. 즉 동기가 부여된 범죄자, 취약한 피해자, 보호자의 부재라는 3가지 범죄 유발 요인이 동일한 시공간에서 맞아떨어질 때 범죄가 발생한다. 강남역 살인사건도 그런 경우다. 이게 범죄학에서 말하는 ‘일상활동 이론(routine activity theory)’이다.

범죄자는 단지 취약한 피해자가 있다고 그냥 공격하는 게 아니다. 범행 상황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고 판단한다. 따라서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보호자 노릇을 하는 구조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 정부의 종합대책 중 지역개발 사업에 CPTED 반영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CPTED 역시 부재한 보호자의 기능을 메워보고자 하는 대책이다. 도시 생활 공간의 설계에서부터 다양한 안전시설과 디자인적 요소를 적용해 도시계획과 건축설계를 하는 것이다. 과거엔 건물을 지을 때 건물 자체의 효율성과 안전성 등만 따졌다. 범죄 예방은 경찰의 몫이라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예를 들어 발코니나 가스 배관 형태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침입 절도의 가능성은 확 달라진다. 가스 배관을 매립하는 것과 건물 외벽에 노출해 설치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CPTED는 이처럼 건물 자체에 범죄예방적 기능을 갖게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감시 기능이다. 범죄자는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는 걸 싫어한다. 그렇기에 건물에 창문을 많이 내서 범죄 상황과 무관한 사람들이 무심코 고개를 돌리거나 주변을 오가면서 시선을 옮기다 무의식적으로 범죄 상황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남녀 공용 화장실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용이 아니라 남자·여자 화장실 영역을 미리 지정해놓아야 여자화장실 앞에서 얼쩡거리는 남자가 있으면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의심하거나 알리지 않겠나. 공용 화장실에선 그런 의심을 받지 않으므로 범죄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범죄예방 도시 디자인 조례를 제정하는 등 CPTED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세종시의 경우 CPTED 관련 시행령도 있다.”



‘내가 보호자다!’

▼ 여성단체들은 이번 대책이 젠더(gender) 폭력 예방책은 없고 가해자 처벌 등 사후적이고 근시안적인 조치만 강화한 졸속이라고 비판한다.

“가해자를 엄벌하는 구조만 만드는 건 범죄 억제 효과가 없다. 국민 대다수가 범죄와 안전에 대해 민감해져 범죄 위기에 처한 타인에 대해 ‘난 저 사람을 모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내가 그의 보호자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CPTED 확대나 CCTV 확충 등도 사회의 감시자, 보호자 구실을 하겠지만.”

▼ 이번 대책의 명칭에 붙은 ‘동기 없는 범죄’라는 표현은 적절한가.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지칭한 듯한데.

“동기 없는 범죄란 게 어디 있겠나. 다수에 대한 무차별 폭력 같은 범죄를 그렇게 이름 붙인 것 같다. 외국에선 통상 ‘증오(혐오)범죄(hate crime)’라고 한다.”

▼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일각의 주장엔 동의하는지.


“혐오범죄로 몰아가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 특정 집단을 그 집단의 속성 때문에 혐오하고 이것이 범죄로 나타나면 증오범죄라고 한다. 그런데 미디어가 그걸 ‘여성혐오 범죄’ 하는 식으로 갖다 붙인 것이다.

이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로 인식된 것은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피의자의 한마디 때문 아닌가. 정말 여성혐오 범죄라면 여성이 많이 모인 곳을 찾아가 다수에게 무차별적인 범죄를 저질렀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피의자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단지 여성만일까. 또한 여성에게 무시당해 기분이 나빴다면 자신을 무시한 당사자에게 앙갚음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도 화장실에 들어올 미지의 여성을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만만한 약자를 찾았던 것이다. 남성들은 저항이 강할 테니 범행 대상에서 뺀 거고.”


증오범죄와 경제지표

▼ 어떤 범죄를 증오범죄라고 할 수 있나.

“그냥 범행 대상 집단의 속성 자체가 싫어서 저지르는 범죄다. ‘난 여자가 싫어’ ‘난 불교가 싫어’ ‘난 기독교가 싫어’ ‘난 동성애자가 싫어’…. 그러다 그 대상이 나타나면 공격하는 거다. 우리나라엔 관련 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선 1990년에 ‘증오범죄 통계법’이 제정돼 연방수사국(FBI)이 공식 통계를 발표한다. 눈여겨볼 것은 증오 자체가 반드시 범죄로 연결되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미국 학자들이 연구해보니, 증오범죄자 집단이 커지거나 작아지고 실제 범죄로 이어지고 하는 과정엔 경제지표가 개입되더라는 것이다. 빈곤율이나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 긴장이 팽배할 때 증오범죄가 극단적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 우리 사회도 증오범죄가 빈발할 만한 상황인가.

“그렇다고 본다. 다만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보다는 이주노동자 등 외부에서 유입된 이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지표가 나빠질수록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의 것을 뺏아간다고 여기곤 하기에 그런 공격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범죄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많이 높아진 듯하다.

“예전 같으면 그런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에 대한 동정, 공감 등에 그쳤을 텐데, 요즘은 이를 통해 무엇인가 사회적 함의를 이끌어내고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행태가 관찰돼 인상적이다. 1970~8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날 때와 유사한 것 같다. 당시 가정이라는 성(城)에 둘러싸인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가정폭력, 성폭력 등 꼭꼭 감춰진 범죄들이 경찰과 법원의 합법적 개입으로 하나둘씩 밖으로 새나온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히 개인적 불행으로 치부됐을 범죄 피해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정치적 이슈로 발전하면서 관련법이 신설, 개정되는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본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공감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준다. ‘내가 저렇게 당해도 날 도와주는 이들이 있을 거야’ 하는…. ‘흑산도 여교사 집단성폭행 사건’의 경우도 그렇고.”



모두가 ‘감시자’ 돼야

▼ 국민 스스로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당연하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에 대해서도 민감한 감시자, 보호자를 자임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대처법은 범죄 유형별로 다를 수 있다. 가령 절도범들을 면담해보면 그들이 범행 표적을 어떻게 고르는지 알 수 있다. 대개는 값비싼 물건이 있을 것 같으니 범행 장소로 택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절도범 대다수는 그저 문이나 창이 열려 있어 만만해 보여서 들어갔다고 한다. 훔칠 물건은 그다음 고려 대상이다. ‘없으면 말고’다. 그러니 절도범을 피하려면 문부터 잘 잠그는 등 사소한 부주의를 경계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모두 호신용품을 갖고 다니라고 하고 싶진 않다. 개인이 혼자 뭘 어떻게 한다고 모든 범죄를 피할 순 없다.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면 총기를 사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총기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한다.

국가가 국민 안전을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문제이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 어쩌다 범죄 피해자가 된 사람한테만 ‘좀 더 조심하지…’ ‘넌 취약하니까 범죄를 피하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 1인 가구가 늘고 있는데.

“원룸촌 등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일수록 개개인이 내적 공간에 갇혀 교류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그런 무관심이 범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안전한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의 큰 차이가 뭐냐면, 전자는 낯설고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재빨리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반면 1인 가구, 취약계층이 주를 이루는 후자의 경우 우선 자기 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자기 동네에 대한 무관심 지수가 높다. 그래서 무질서가 방치되고 범죄자들이 꼬인다. 따라서 단기간 거주하더라도 주변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無知가 범죄 키운다

▼ 박 교수도 신체적·물리적 약자인 여성이다. 범죄 피해를 당하거나 그런 위기에 처한 경우가 있나.

“두려움은 큰데 실제로 그런 적은 없다. 늘 주위를 잘 살핀다. 범죄에 대해 많이 알수록 두려움 지수가 높아져서다.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남의 행동을 관찰한다. 그러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그 상황과 장소를 회피한다. 상황 진단이 너무 잘된다고 할까.”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사회적 약자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텐데, 그들을 겨냥한 범죄의 속성 같은 것보다는 양형(量刑)에서의 차별과 기준의 불합리성 등을 다뤄보려 한다.”

박 교수가 범죄학에 빠져든 건 청소년기부터 가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 때문. 하지만 그들을 대변하는 ‘확성기’ 구실을 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 선택한 언론학에선 ‘정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부전공인 사회학 수업 중 ‘일탈 사회학’ 강의를 들으면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이 곧 범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범죄학자의 길로 선회했다.

‘범죄 사회’가 된 대한민국. 우리는 안전한가.

박 교수는 “범죄를 알면 지나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지난 4월 범죄·보안 전문가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와 펴낸 공저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메디치)의 서문 ‘두려움의 폭심지(爆心地)’엔 이런 구절이 있다.

“모든 범죄는 근본적으로 테러와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두려움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고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 두려움을 키우는 것은 범죄에 대한 우리의 무지다. (…) 범죄의 진화를 모를 경우 두려움이 커지고 심지어 피해를 입고도 자기가 피해자인 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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