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심층 리포트

‘不沈 항공모함’ 띄워 원유·천연가스 독식?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개발 속내

  • 모종혁 |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

    입력2016-06-23 14: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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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이틀째인 5월 27일. 회담 분위기는 세계 경제 현안을 주로 논의한 첫날과 달랐다.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G7 정상들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회의가 끝난 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상황을 우려하며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정상회담 선언도 채택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행동이었다.

    # 2  같은 날 미국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축사에서 중국을 22차례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확장 조치를 유례없이 계속해 스스로 고립되는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며 “미국의 동맹국과 비동맹국, 파트너 국가 등 모든 관련국이 높은 수준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행동은 미국이 만들어놓은 국제 시스템과 국제 준칙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화춘잉 대변인은 “G7 정상회담 선언은 남중국해 긴장을 부채질했기에 오히려 남중국해 안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G7 정상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영토 문제에서 (한쪽)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무책임한 발언을 중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만리장성’

    화 대변인은 다음 날 브리핑에서 “(카터의 발언에)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방식과 미국식 패권이 반영됐다. 몸은 21세기에 있으면서 머리는 냉전시대에 머물러 이야기와 뉴스를 조작하고 세계 각지에 적을 만든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같은 날 ‘환추시보’는 중국군 장성의 반응도 실었다. “카터 장관이 말하는 준칙은 미국이 마음대로 군함과 전투기를 파견할 수 있는 준칙이다. 우리는 6·25전쟁 때도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오늘날 더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카터 장관이 언급한 ‘남중국해의 만리장성’이란 중국이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남중국해에 3200에이커(12.9㎢, 여의도 면적 4배 이상)의 땅을 매립해 만든 ‘인공섬’을 말한다. 중국은 엄청난 속도전으로 남중국해 융수자오(永暑礁, 피어리크로스 환초), 주비자오(渚碧礁, 수비 환초), 메이지자오(美濟礁, 미스치프 환초) 등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인공섬은 3㎞의 활주로를 갖춘 비행장, 2만t급 선박이 정박하는 항구, 건물과 도로 등을 갖췄다.

    미국은 2014년 초 위성을 통해 시사군도(西沙群島, 파라셀 군도)·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 섬과 환초(環礁, 해면을 둘러싸고 환상(環狀)으로 발달한 산호초)에서 벌어지는 묘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를 출발한 대규모 벌크 선단은 이들 섬과 환초에 토사를 쏟아부었다. 1년 넘게 지속된 매립작업이 끝나자 기반시설 공사가 시작됐다. 올해 초 공사가 마무리됐는데, 초소 몇 개가 있던 섬과 환초는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변했다.


    남중국해 制空權 노린다

    5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사군도의 야궁다오(鴨公島)에서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현지 거주하는 조건으로 하루 45위안(약 8000원)을 지급한다”고 보도했다. 1년을 거주하면 1만6425위안(약 289만 원)을 받고, 부부가 함께 9개월 이상 거주하면 그 2배를 받게 된다.

    이런 지원책에 힘입어 야궁다오에는 현재 78명의 어민이 이주해 와 어로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착 지원금뿐만 아니라 가구당 발전기, 태양열 전지판, 공중화장실, 위성TV와 수신기 등을 설치해주고, 이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청사진까지 마련했다. 5월 28일 샤오제 싼사시 당서기는 관영 ‘중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시설이 없는 남중국해 인공섬에 호텔, 리조트 등을 개발, 제2의 몰디브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싼야에서 시사군도를 잇는 유람선 관광사업은 2013년 4월 시작됐다. 지난해에만 65차례에 걸쳐 1만6000명의 관광객이 시사군도를 찾았다. 샤오 당서기는 “올해 안에 공항이 정식 개항하고 하이커우와 싼야를 출발해 융싱다오에 내리는 항공편도 조만간 개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난사군도의 융수자오 공항이 개항하면 중국은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 1월 중국 외교부는 “남중국해 상공은 국제 항공노선에서 가장 분주한 지역 중 하나”라면서 “이곳의 항공교통 서비스 기능을 제고하고 항공기상, 항행정보, 통신관제, 구조수색 등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의 속셈은 다르다. 4월 항공잡지 ‘항공지식’의 왕야난 편집장은 환추시보 인터뷰에서 “융수자오 공항은 군용기를 위해 이용될 준비가 됐음을 증명했다”며 “작전 반경 500∼1000㎞ 전투기가 주둔하면 남중국해 전체의 제공권(항공 전력이 적보다 우세해 적으로부터 큰 방해를 받지 않고 육·해·공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을 다룰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결정이 빠르면 이달에 나올 예정이다.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은 PCA의 분쟁 중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는 독도, 중국과는 이어도를 두고 겨루는 우리 처지에선 중국의 최근 행보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최고 휴양지 싼야의 변신
    ▼  남중국해 겨냥한 막강 해군기지 ▼

    중국인들에게 하이난다오 싼야는 오랜 세월 중국 최남단으로 각인돼왔다. 6세기부터 이곳은 ‘땅끝 낭떠러지’라는 뜻의 애주(崖州)라 불렸다. 역대 왕조는 우리의 제주도처럼 하이난다오를 유배지로 활용했다.

    애주는 1911년 신해혁명 후 애현(崖縣)이라 불렸고, 1961년 싼야로 바뀌었다. 1987년 시로 승격됐지만, 낙후된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다 198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하이난다오를 독립시켜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싼야는 고도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아름다운 해안과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인 싼야는 5성급 호텔만 40여 개에 달하는 중국의 하와이가 됐다.

    남해함대 전력 급상승
    그런 싼야에 뜻밖의 존재가 있다. 위린(楡林) 해군기지가 그것이다. 위린 기지는 중국 남해함대의 전략 기지다. 남해함대는 광둥성 잔장(湛江)에 사령부를 둔 중국 해군의 3대 함대 중 하나. 나머지 둘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사령부를 두고 서해를 관할하는 북해함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사령부를 두고 동중국해를 관장하는 동해함대다. 금세기 초까지 남해함대는 3대 함대 중 최약체였다. 중국 정부가 전통적인 ‘근해 방어전략’에 따라 수도권을 지키는 북해함대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남해함대의 전투력은 막강해졌다. 지난해 7월 남중국해에서 10일 간 벌어진 군사훈련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남해함대는 100여 척의 함선과 수십 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작전을 펼쳤다. 참가한 함선 중에는 갓 취역한 052D형 이지스함이 눈에 띄었다. 중국의 1.5세대 이지스함으로 1세대인 052C형보다 개선된 레이더와 방어 시스템을 장착했으며 64발의 대함ㆍ대공ㆍ대잠수함 미사일을 갖췄다. 중국 해군은 052D형 구축함 5척을 공식 취역했거나 시험운행 중인데, 이 가운데 쿤밍(昆明), 창사(長沙), 허페이(合肥) 등 3척이 남해함대에 배치됐다.

    화력훈련에 참가한 제2 포병은 세계 유일의 지대함 탄도미사일 둥펑(東風)-21D를 쏘아 올렸다. 사거리가 1700~3000㎞로,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항공모함 킬러’다. 중국 해군은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 “둥펑-21D를 운용하는 수개 대대가 남해함대에 배속됐다”고 밝혔다. 최신예 전략폭격기 훙(轟)-6K도 모습을 드러냈다. 최장 비행거리가 8000㎞로, 괌과 하와이 공습이 가능하다.

    중국이 남해함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남중국해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싼야 아래 중국ㆍ대만ㆍ필리핀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브루나이 등 6개국을 둘러싼 바다를 가리킨다. 전체 면적이 350만㎢에 달하는데, 여러 섬과 환초가 집중된 해역에 따라 시사군도, 중사군도, 난사군도로 나뉜다.

    현재 중국은 시사군도와 중사군도를 장악해 영유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점유한 시사군도는 싼야에서 336㎞ 떨어져 중국과 가까운 편이다. 중사군도는 필리핀에서 더 가깝지만, 중국이 막강한 해군력을 앞세워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난사군도의 사정은 다르다. 중국은 난사군도의 48개 섬 중 10개를 지배하고, 나머지는 베트남(24개), 필리핀(7개), 말레이시아(6개), 대만(1개)이 영유한다. 난사군도는 싼야와 1000㎞, 베트남과 450㎞, 필리핀과 100㎞, 말레이시아와 100㎞ 떨어져 있다. 면적은 73만㎢로 시사군도, 중사군도보다 넓으며 환초, 모래톱 등 자원도 풍부해 1970년대 이래 남중국해 연해 6개국이 모두 나서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항공모함 전용부두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중국은 남해함대의 최신예 병기를 난사군도에 집중 배치했다. 지난 5월 나온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 해군은 공격형 핵잠수함(SSN) 2척, 탄도탄 발사 핵잠수함(SSBN) 4척, 디젤 잠수함(SSK) 20척 등 잠수함 핵심 전력을 북해함대에서 남해함대로 이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2012년 3월 필자는 싼야를 찾았다. 2011년부터 위린 기지 주변에서 건설 중인 항공모함 전용부두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때껏 전용부두 일대 주민들의 보상과 이주가 완료되지 않아 항공모함 전용부두 공사장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부두는 길이 800m, 폭 120m, 최고 수심 30m에 달해, 한눈에도 항공모함이 드나들 곳으로 보였다. 현재 중국 해군은 위린과 칭다오 두 곳을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의 전용부두로 운용한다.

    지난해 12월 다시 찾은 싼야는 많이 변해  있었다. 항모 전용부두뿐만 아니라 다둥하이(大東海) 해수욕장 절반까지 위린 기지에 편입됐다. 위린 기지는 항만 양쪽에 돌산이 있어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고 수심이 22m나 된다. 이 때문에 1939년 하이난다오를 점령한 일본은 이곳을 인도차이나반도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했다. 주변 돌산 10여 곳을 뚫어 터널 속에 잠수함 부두도 구축했다.

    과거 다둥하이 서쪽에선 하루에도 연인 수십 쌍이 웨딩 사진을 찍었지만 이제는 민간인이 들어가지 못한다. 위린 기지가 남해함대의 모항인 잔장보다 시사군도ㆍ난사군도와 가까워 함선과 잠수함 배치를 늘린 탓에 규모가 그만큼 확대된 것이다.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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