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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강 신드롬

폭력의 세계에서 인간을 질문하다

논문으로 본 한강 작품 세계

  • 권혜린 | 이화여대 국어국문과 박사 수료

폭력의 세계에서 인간을 질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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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하지 않고 고통 증언하기

폭력의 세계에서 인간을 질문하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에서 나타난 폭력의 고통을 모독하지 않고 어떻게 증언할 수 있을까. 한강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폭력을 증언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폭력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증언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감정’을 증언하는 것이다. 폭력과 관련된 감정은 살아남았다는 수치심과 고통에 대한 공감이다.

심영의는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의 주체가 민초나 민중, 무장시민군 등의 정치적인 이름이 아니라 사건을 겪은 개인의 감정이 모인 ‘집합적 감정’이라고 말한다. 동호, 은숙, 선주 등 소년과 소녀들이 도청으로 간 것은 저항의식 때문이 아니라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살아남은 자에게는 증오와 복수뿐 아니라, 죽음을 목격하는 경험을 통해 연대의 감정도 나타난다. 조연정도 애도를 통해 사건이 종료되는 것을 거부하고, 슬픔의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고통을 함께 겪는 것과 연관된 ‘공감’은 ‘채식주의자’에서는 찾기 힘들다. 이귀우는 ‘채식주의자’에서 영혜와 인혜가 같은 약자로서 진정한 공감을 한다고 해석했는데, 인혜는 자신을 영혜와 동등하게 놓지 않고 영혜를 관찰하면서 ‘이해’하므로 고통을 함께 겪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공감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진정한 공감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 포함될 것이다.

양현진이 ‘희랍어 시간’을 통해 공감을 증언한 것은 긍정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주인공인 그녀는 죽어가는 백구를 안음으로써 백구의 고통을 느낀다. 이는 죄의식 혹은 동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실명한 그가 소리로 느낀 병원을 설명하고, 말을 할 수 없는 그녀가 이를 들은 뒤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리는데 이는 ‘감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폭력의 세계에 놓인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희랍어 시간’의 주인공들도 언어라는 폭력의 세계를 살아내는 인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때 인간은 개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다. 한강에 대한 최근의 논의에서 신샛별은 작가가 개인주의적인 인간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로서의 인간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이분법을 넘어서

한강도 인터뷰에서 다른 이의 고통에 몸을 기울이는 것이 인간의 고귀함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작가가 말한 것처럼 폭력적인 세계에서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일 것이다. 이러한 고민들을 이어가는 한강의 소설과 더불어, 한강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은 진행 중이다.

한강의 소설은 이분법을 넘어서 볼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에서 식물로 변신한 영혜가 동물의 성격도 가졌다고 보는 시각 또한 그에 해당한다. ‘채식주의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혜는 동박새를 물어뜯고, ‘몽고반점’에서는 몸에 그린 꽃을 보고 성욕을 느낀다. 강지희는 이를 ‘동물적인 식욕과 성욕을 보존하고 있는 기이한 식물의 몸’이라고 말한다. 김미현도 육식성을 제거할 수 없다고 말하며, 우미영도 영혜는 식물도 동물도 아닌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소년이 온다’에서도 죽은 정대의 ‘혼’을 통해 광주를 증언할 때 육체와 정신의 대립을 넘어선다. 죽은 사람은 증언할 수 없지만, 상황을 가장 잘 증언할 수 있는 사람도 죽은 사람이다. 혼의 증언들은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리얼할 수 있다.

동호가 “혼한테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볼까”(‘소년이 온다’ 12쪽)라고 질문하는 것은 몸과 분리될 수 없는 혼이 어떻게 광주를 증언하는지 보여준다. 고문 때문에 혼이 없는 몸으로 살아남거나, 이미 죽어서 몸이 없는 혼으로 나타나는 것은 어느 쪽의 고통이 더 무거운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니 몸과 혼의 우열을 가리는 것도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동호를 모독할 수 없도록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에필로그의 말처럼, 이들의 고통을 잊음으로써 모독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함으로써 증언하는 것이다.  






신동아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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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린 | 이화여대 국어국문과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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