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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마을’로 진격한 청풍상회 총각들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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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일 씨는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를 인용하면서 답변했다. 매슬로는 인간의 동기가 작용하는 양상을 설명하고자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분했다. 매슬로에 따르면 각 욕구는 우성 계층(hierarchy of prepotency) 순으로 배열됐으며, 욕구 피라미드의 하단부에 위치한 욕구가 충족돼야만 상단부의 욕구가 나타난다.



無恒産無恒心

“버티는 게 먼저다  꿈은 그다음에” 청풍상회

신희승, 김토일, 조성현(왼쪽부터) 씨가 도우를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

“정부나 지자체가 각 지역의 콘텐츠를 이용해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도모할 수는 있겠으나 청년들이 문화를 만들고 꿈을 펼치려면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해요. 지금은 다섯 명이 한집에 삽니다만, 언젠가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야죠. 예술활동도 하고 남다른 색깔도 입히려면 생존 기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청풍상회를 통해 살아남을 기반을 마련하는 겁니다.”(김토일)

▼ 맹자가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교, 공장, 회사, 군대가 다 같은 구조예요. 사회문제에 궁구해 답을 구하기보다는 문제를 은폐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놓고 입에 발린 소리만 합니다. 학교, 공장, 회사, 군대에는 ‘개인’이 없습니다. 개인이 확장된 ‘지역’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외국에 다녀온 후 ‘선진국 사례’라면서 우리도 저런 걸 해보자며 관 주도로 지역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지만 단기적으로, 짧은 생각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색깔은 입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겁니다. 어느 개인이 나팔꽃을 좋아해 뜰에 심었습니다. 이웃들이 하나둘씩 나팔꽃을 심으면서 개인의 취향이 지역으로 퍼져나갑니다. 결국엔 지역 전체에 나팔꽃이 만발합니다. ‘나팔꽃 마을’은 이렇듯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생겨나는 겁니다. 저희는 개인의 생존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청풍상회를 시작으로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문화가 싹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고요.”(신희승)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 협동조합 모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볼로냐에서 느낀 게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쟁 딱 하나잖아요. 볼로냐의 학교들은 협동조합을 학교 정규수업 커리큘럼으로 가르칩니다. 제가 나고 자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죠. 협동하고 공유하는 것을 학교에서 배운 사회의 개인과 경쟁만 가르친 사회의 개인은 삶의 지향이 다를 겁니다.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과 협력해 일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없다더군요. 살아온 방식 자체가 경쟁이어서 그런지, 협력하고 공유하는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유명상)       

“내가 기댈 수 있는 벽이 있다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 오늘도 회의하면서 뭐랄까, 누가 내 옆에서 벽이 돼준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습니다”.(신희승)

▼ 뭔가 해낼 수 있겠다 싶습니까.

“아직은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버텨낼 겁니다. 고성장 시대가 끝났는데도 과거의 방식이 어른들의 DNA에 박혀 있어요. 기성세대들은 나무가 죽어가는데 씨앗을 뿌리기보다 열매를 따느라 더 분주합니다. 남보다 더 많이 열매를 챙기려다 보니 뒷세대를 볼 겨를이 없는 거예요. 10년, 20년, 30년 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유명상)

“윗세대는 ‘너흰 아직 멀었어, 부족해, 경험을 더 해야 해’라고 여깁니다. 윗세대가 제 나이 때 한 일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굉장히 큰일을 했죠.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세상이 다르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습니다.”(이충현)

▼ 버티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죠.    

“강화도에서 버틸 겁니다. 그러면서 공감대를 넓혀갈 거예요. ‘커뮤니티 펍’의 건물주께서  도와준 것도 저희의 생각에 공감한 덕분이고요.”(김토일)

▼ 정부도 창조경제를 외치는 등 노력은 합니다만…  

“창조경제가 뭐예요? 그게 뭔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궁금합니다.”(이충현)



“생태계가 건강해야”

▼ 여러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창조경제’가 정책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방증인 것 같네요.    

“창조경제, 청년창업 같은 정부의 어젠다가 폭력적인 것으로 느껴집니다. 청년들을 어디로 보내 활성화한다, 예술가를 어디로 보내 활성화한다, 뭔가 빠진 것 같지 않습니까. 창업 보조금을 줄 테니 ‘청년 창업’ 프로젝트에 응모하라 하고…. 참 쉽죠. 정부는 일한다는 명분을 쌓고 잘못되면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면 그만입니다. 창조라는 낱말은 굉장히 높은 수위예요. 창작도 힘든데 창조? 그것도 창조경제를?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게 먼저여야 해요.”(신희승)   

“경제 생태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생태계가 건강하면 자연스럽게 창조가 일어납니다. 정부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 죽은 저수지 둔덕에 앉아 있는 청년들에게 제안서를 내라고 한 후 경쟁을 붙여 몇 명을 선별하고 최고급 낚싯대를 지원해주고는 물고기를 잡아보라고 합니다. 물고기가 다 떠났는데, 낚싯대가 좋으면 뭐합니까. 생태계가 되살아나 물고기가 돌아오면 정부에서 낚싯대를 안 줘도 청년들이 어디에서든 기어이 낚싯대를 구해와 물고기를 잡습니다.”(유명상)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창업을 독려하고자 전국 18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웠으나 청풍상회 청년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 어느 경제학자는 골목길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창조경제’라고 하더군요.  

“공감합니다. 현재의 정부 정책은 ‘희망 고문’일 뿐이에요.”(신희승)  

농담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시작한 청년들과의 대화는 무거운 문답을 오랫동안 주고받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이정표도 없는 비포장도로를 내비게이션도 없이 달리는 그들이 버텨냈으면 좋겠다. 창업 3년도 안 돼 ‘화덕식당’ ‘아삭아삭 순무민박’ ‘커뮤니티 펍’ 3곳으로 ‘계열사’를 늘렸으니 잘 버티고 있다. 청년들이 소망하듯 강화도에 청풍상회가 일으킨 ‘푸른 바람(靑風)’이 불기를 바란다.




신동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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