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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 유물? 수평·자율·쌍방향 돼야

삼성 사내방송이 뭐길래…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신경영’ 유물? 수평·자율·쌍방향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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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향 커뮤니케이션”

그러나 요즘 SBC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읽힌다.

“연수원에 입소해 2주간 교육받으며 삼성이 얼마나 훌륭한 기업인지 익혔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존경심도 생겼다. 하지만 아침마다 사내방송을 반(半)의무적으로 보면서 ‘여기가 북한인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업무에 참고가 되는 내용도 있지만, 사내방송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등 옛 성공신화를 강조하는 데 할애됐다.” (최근 퇴사한 중간관리자급 삼성 직원)

삼성의 비주류 계열사에 속했던 한 인사는 “사내방송은 윗분들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는 도구, 특히 신입공채 출신에게는 ‘나도 삼성그룹의 일원’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주는 존재 정도의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이나 세계시장 동향, 미래 전망 등의 사내방송 콘텐츠는 시청할 만한 값어치가 있지만, 사내방송이 경영진 능력은 불문에 부친 채 직원의 능력을 꼬집는 것은 언짢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삼성 출신의 황창규 회장이 이끄는 KT 직원들도 사내방송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 황 회장 취임 후 KT는 아침 사내방송 시간을 8시 40분에서 8시 20분으로 앞당겼다. KT의 한 20대 직원은 “매일 아침 경영진이 기치로 내건 ‘고객인식 1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반복해 보여주니 다들 피로감을 느낀다. 부서장이 사내방송을 열심히 보는지 은근하게 체크하는 것도 거슬린다”며 “회사 내 다양한 사업을 소개해주는 것만 회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정도”라고 평했다.

무엇이 사내방송에 대한 전에 없던 거부감을 초래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비단 삼성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기업에 사내방송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까지만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이제는 변화된 사회구조에 맞게 사내방송도 달라져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 시대에는 한 방향으로 열심히 뛰기만 해도 성과가 나왔다. 권위주의적 조직문화가 오히려 효율성을 높였고, 조직원들은 사내방송을 통해 하달되는 경영진의 생각에 반발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작동하기가 더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단체메일, n분의 1

‘신경영’ 유물? 수평·자율·쌍방향 돼야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구상을 밝히는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 [동아일보]

“커뮤니케이션은 내용뿐만 아니라 툴과 채널에도 메시지가 담긴다. 사내방송은 화자(話者)가 경영진으로 이미 결정돼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이 없다면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삼성 SW 역량의 한계를 외부 전문가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로도 전했다면 방송에 대한 반응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PR 전문가 박일준 KCMG 대표)


그러나 삼성은 아직도 위에서 명령만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명령이나 지시는 당연히 위에서 내려오고 제안이나 의견은 밑에서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올려봐야 안 되더라’는 불신감 때문에 밑에서 위로 의견이 안 올라오고 있다. 결국 타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결론이다.



1993년 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가 발행한 ‘삼성 신경영 : 나부터 변해야 산다’에 실린 이건희 회장 발언의 한 대목이다. SBC는 이처럼 삼성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힘이 실릴 수 있었던 조직이다. 그렇다면 신경영 이후 ‘스타트업 삼성’에 맞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어떤 것일까.

박일준 대표는 “스타트업 조직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면 상대에 맞춰 관점을 바꾼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처럼 커뮤니케이션의 관점도 수평과 자율, 쌍방향을 키워드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최 원장은 최근 키가 작은 어린이에게 상을 주기 위해 무릎을 꿇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신호창 교수는 “많은 경영자가 사내방송을 자신이 쓸 수 있는 ‘단체메일’처럼 여기는데, 차라리 직원들에게 단체메일을 보내는 게 낫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내방송에서 자신의 지분이 n분의 1로 한정돼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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