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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입문

‘법 이전의 법’

  • 명순구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법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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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물권, 지적재산권

민법 입문

[동아일보]

그렇다면 권리관계의 주된 구성요소인 권리란 무엇일까요. 권리의 정의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매우 복잡한 논의가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일정한 이익을 향수(享受)하기 위해 법이 인정한 힘’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권리의 종류를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재산권, 인격권, 가족권, 사원권으로 나뉩니다.

재산권은 권리의 내용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권리입니다. 인격권은 사람의 생명·신체·자유와 관계된 권리입니다. 가족권은 친족관계에 기초한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로 부양청구권 같은 것들이죠. 친족의 범위에 대해서는 민법 제4편(친족)에 규정돼 있습니다. 사원권이란 사단법인의 구성원(사원)이 그 사단법인에 대해 갖는 권리입니다.  

이들 4가지 권리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부할 것입니다. 다만 재산권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좀 더 설명을 드리도록 하죠. 민법을 공부하기 위해 정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재산권은 채권(債權, 특정인이 다른 특정인에게 어떤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물권(物權, 특정한 물건을 직접 지배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배타적 권리), 지적재산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채권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설명이 추상적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겠습니다. A라는 사람이 갑(甲) 물건의 소유자입니다. B라는 사람은 을(乙) 물건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데 A와 B가 소유물을 서로 바꾸자고 합의했습니다. 이런 합의를 계약이라고 하지요. 계약이 성립하면 A는 B에게 을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고, B는 A에게 갑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죠. A의 B에 대한, 그리고 B의 A에 대한 권리가 채권입니다. 그리고 A와 B, 두 사람은 채권자이면서 채무자입니다. 이런 계약을 쌍무계약이라고 합니다. 계약으로부터 채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을 채권 발생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A와 B의 채권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봅시다. 계약을 통해서 A와 B는 각각 을과 갑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채권은 ‘가능성의 권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A가 B에게 채무를 이행하면 A는 을에 대한 소유권(물권)을 취득하고 A의 B에 대한 채권은 소멸합니다. 이와 같이 채권은 늘 가능성의 상태로 존재합니다. 가능성의 권리인 채권은 실현되지 않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자로서는 늘 불안한 마음이 들죠. 채권자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게 되죠. 그것이 바로 채권담보 제도입니다.





가능성의 권리, 배타적 권리

다음으로 물권을 볼까요. 일반적으로 물권이란 권리 객체를 직접 지배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말합니다. 이 말도 매우 추상적이라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물권의 직접지배성에 대해 알아보죠. B가 소유한 갑(甲) 토지가 있습니다. A가 대가를 지불하고 갑 토지를 빌려 공장을 운영하려 합니다. A가 B로부터 갑에 대한 사용권을 취득하는 것으로는 채권적인 방법과 물권적인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자는 A가 B와의 임대차계약에 의해 임차권을 취득하는 것이고, 후자는 A가 B와의 지상권설정계약에 의해 지상권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나 일정 기간 B 소유의 갑 토지를 사용하다가 나중에 돌려준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권리의 속성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는 B가 갑 토지를 C에게 양도해 C가 새로운 소유자가 된 경우에 잘 드러납니다. A의 권리가 물권인 지상권이라면 갑 토지의 소유자가 중간에 변경되더라도 A의 권리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C가 B로부터 취득한 소유권은 A의 지상권 부담이 수반된 것이기에 그러합니다. 물권은 물건을 직접 지배하는 권리라는 말의 의미가 다가오는 것 같죠?

이제 물권의 배타성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갑(甲) 부동산의 소유자 A가 X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며칠 후 같은 부동산에 대해 Y와 또 매매계약을 체결했어요. Y가 매매대금을 더 준다고 해서 이중으로 매매계약을 한 것입니다. 갑 부동산에 대한 등기가 아직 A에게 있는 상태에서는 X와 Y 모두 A에게 “갑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해주세요”라고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자의 지위에 있습니다. X와 Y 모두 갑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X가 계약을 먼저 체결했다고 해서 Y에 우선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와 같이 채권은 동시에 같은 내용으로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권은 배타적 권리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요. 이것이 채권과 크게 다른 점이죠. 가령 어떤 물건이 A의 소유도 되고 동시에 B의 소유도 되는 관계는 있을 수가 없죠. 그래서 물권을 배타적 권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적 자치의 원칙

민법 입문

[동아일보]

자, 이제 민법의 기본 원리를 살펴 볼까요. 민법의 기본원리에 대해서는 우선 사적 자치의 원칙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누구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민법의 기본 이념으로서, 개별 원칙(법률행위자유의 원칙,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의 토대를 이루는 근본입니다. 이제 개별 원칙을 보기로 하겠습니다.

법률행위 자유의 원칙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법률행위(예컨대 계약 같은)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법률행위 자유의 원칙은 왜 필요할까요. 개인의 의사를 이렇게 존중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관념에 기초한 것입니다. 계약에 대해 국가에서 “A, B 당신들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세요” “ B, C 당신들은 어떻게 하세요” 하는 식으로 일일이 관여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겠죠. 그러니까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것이죠.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은, 개인에게 귀속된 재산권은 국가 또는 타인에 의해 침해되지 않는다는 원칙이죠. 헌법 제23조, 민법 제211조가 이 원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실책임의 원칙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하더라도 가해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즉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벼락이 떨어져 내 재산이 파괴됐다, 그것을 누구 탓으로 돌리겠습니까. 위험은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 손해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면 귀책사유가 필요한데 이에 관한 원칙이 과실책임의 원칙입니다.

손해배상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위반해 손해를 끼친 경우와 계약관계가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민법 제390조, 후자에 대해서는 민법 제750조가 규정합니다. 이들 규정은 과실책임의 원칙을 표현합니다.

명 순 구


민법 입문
● 1962년 충남 청양 출생
● 고려대 법대 졸업, 동 대학원 석사(법학), 프랑스 파리 1대학 박사(법학), 프랑스 교수자격 취득
● 민법개정위원회 위원, 프랑스 팔므아카데믹 지사장 수훈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장
● 現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저서 :‘실록 대한민국민법 1·2·3’ ‘국민건강보험법’ ‘러시아법 입문’, ‘프랑스 민법전’ 등



신동아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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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구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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