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호

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보수정당 소멸할 것” “野, 한미동맹 파탄 낼 것”

멸문지화? ‘걱정인형’ 된 보수 세력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6-12-22 16: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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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은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반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예전의 박근혜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현재의 분위기로는 보수 정권 재창출은 거의 물 건너가는 듯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다. 이 얼굴로는 2017년 대선 때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변화가 필요한데 친박계는 버틴다. 그렇다고 비박계(혹은 비주류)가 고운 것도 아니다. 이들도 문제가 많은 집단으로 비친다.

    ‘반기문 카드’만 남았다?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은 반으로 쪼개졌다. 비박계가 먼저 비상시국회의라는 당내 모임을 만들었고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했다. 이 대열에 변두리 친박계까지 동참했다. 여세를 몰아 비박계는 이른바 골박(골수 친박) 8인의 탈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응해 친박계 또한 혁신과통합연합이라는 당내 모임을 만들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재집권의 꿈은 더 멀어질 것이다. 보수 세력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계속해서 새누리당에 대한 기대감을 접지 않고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제3지대에서 창당할 보수 신당을 지지할 것인가. 차라리 국민의당을 지지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친박계 주도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그가 새누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새누리당이 비박계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혁신을 진행한다고 해도 반 총장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경우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전권을 갖고 새누리당을 친박(親朴)당에서 친반(親潘)당으로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을 때뿐이다. 반 총장이 당명부터 인적 구성까지 일신한다면 혹시 보수 세력이 재결집할지도 모르겠다.

    반 총장이 제3지대에서 보수 신당을 창당한다면 보수 세력은 일단 그쪽으로 결집할 것이다. 이후 비박계가 합류할 것이다. 신당은 친박계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보수 신당 재건작업은 끝난다. 당연히 보수 세력에 더해 중도 세력까지 끌어 모으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관건은 반기문의 정치력이다. 정당활동 경험이 일천한 반 총장이 ‘아이고 안 되겠다’며 손들어버리면 보수 세력은 또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새누리당의 변신도 어렵고, 제3지대 신당 창당도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그래서 불안감이 빠른 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보수 성향 인사들은 “비박계 등 보수 성향 의원 상당수가 야권에 흡수될 것” “새누리당이 자민련꼴로 전락할 것” “수권 능력을 갖춘 보수 정당이 소멸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결국 친북 진보 성향 야권이 정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경제 걱정, 안보 걱정에도 휩싸인다.




    경제는요?

    보수 세력이 박근혜 정부에 기대한 것은 무엇일까. ‘경제 발전’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박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어쨌든 국민총생산 국가 순위를 올렸고,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갔으며, 외환보유액도 꾸준히 늘렸다.

    그러나 세계경제 불황의 여파로 한국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7년 경제성장률을 2.7%에서 2.4%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가계부채는 1300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가채무도 2017년 68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민·중산층의 삶은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 

    “성장동력 꺼질라”

    보수 진영의 여러 사람은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그나마 남은 성장동력마저 꺼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물론, 진보 세력은 자신들이 경제를 잘 관리했다고 자랑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IMF 구제금융 사태로까지 몰고 간 국가경제를 회생시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5.32%였다. 노무현 정부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4.48%였다. 반면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 들어 3.2%로 떨어졌고, 박근혜 정부에선 2%대로 내려앉았다. 이런 지표로 보면 진보 정권 시절 경제성장률이 더 높았던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경제 여건이 달랐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권이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을 폈다면 평균 경제성장률을 훨씬 높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비판도 많다”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하향 추세가 뚜렷하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하향 흐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수 진영은 우려한다.

    진보 정권은 전통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하면 증세에 나설 것이다. 이 정당은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공언해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 게 뻔하다. 진보 정권은 노무현 정권 시절의 종합부동산세와 유사하게 다른 세금도 올리려 들 것이다. 이미 2016년 세제 개편 안에서 소득세 과표 5억 이상 구간의 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한 그들이다.

    벌써 야권에서는 상위 1%에 부유세를 부과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복지도 확대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수많은 무상 복지 시리즈를 선보였다. ‘어린이 무상 의료’ 논의도 이미 시작했다. 차기 정권의 이런 대중 인기영합주의로 인해 국가채무가 눈 덩어리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보수 진영은 예상한다.

    야권 대선 주자가 대통령이 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서두를 게 분명하다. 야권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20%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근로자에겐 좋은 일이다. 다만 기업 부담이 늘어나 망하는 기업이 늘어날지 모른다는 것이 보수 세력의 걱정이다.


    안보는요?

    안보는 더 걱정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마무리 단계다. 핵탄두 소형화에도 진척이 이뤄졌고, 발사체 대형화에도 성과가 나오는 중이다. 북한은 2016년 9월 9일 용량 10킬로톤으로 추정되는 제5차 핵실험을 실행했다. 2017년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을 경축하는 차원에서 6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에 앞서 핵실험을 5번 이상 실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다. 이 국가들은 5차 핵실험에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 북한도 어느 정도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2016년 6월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험했다. 부분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8월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중발사 시험에도 성공했다. 심지어 핵잠수함까지 건조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함경남도 신포 남조선소에서 고래급 잠수함보다 더 큰 규모의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 같다고 공개했다. 북한이 소형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핵잠수함까지 갖게 되는 것은 한국 보수 진영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사드 철회 공세 불 보듯

    이에 대응하는 한국형 방어체계는 킬체인(선제타격),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0년대 중반까지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이것을 2~3년 앞당겨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장은 주한미군기지 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함으로써 남·북한 간 핵·미사일 비대칭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구상이었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이들은 사드 배치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속마음을 오래 숨기진 못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2016년 10월 사드 배치를 위한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북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중국을 방문해 사드 문제를 논의했다.

    최근 여론 지지율이 크게 오른 야권 대선주자 이재명 성남시장도 경북 성주와 김천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안보의 이름으로 안보 해치는 엉터리 정책을 우리 손으로 막아내자”고 역설했다.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해왔다. 이들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의당은 말할 것도 없다.

    차기 진보 정권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한국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반대로 한미 군사동맹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보수 성향 인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드는 북한의 핵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을 지켜주는 현존하는 유일한 방어막이다. 한국이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주한미군부대 내 사드 배치를 미국에 약속했다. 그런데 배치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다시 배치 철회로 돌아선다면 미국과의 약속을 너무 쉽게 어기는 것이 된다. 또한 우리가 주한미군의 생명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주한미군에게 우리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한미 군사동맹의 진정성이 허물어진다. 우리나라 안보의 근간이 흔들린다.”

    야권 주자 국가관 불신

    더구나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 때문에 우리 보수 진영에선 “차기 진보 정권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 대 강으로 부딪히면 한미동맹은 그 길로 파탄 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몇몇 보수 성향 인사는 현재의 야권이 한미동맹 와해를 은근히 유도하는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등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의 국가관이나 안보관을 불신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07년 11월 김정일의 의사를 물어보고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는 논란은 이런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북한에 기권 입장을 통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 성향 인사들은 ‘야당 지도자들은 북한을 좋아하고 북한에 심정적으로 가까운 인물이기에 북한에 이롭고 우리나라에 해로운 일도 무모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국방예산 줄이고 대북지원?

    차기 진보 정권은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릴 것이므로 한국형 방어체계 구축은 원래 일정보다 늦춰질 수 있다. 새 정권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누적된 국방 비리를 조사하겠다면서 신규 사업 발주에 제동을 걸지도 모른다. 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야권에선 “최순실이 사드 배치는 물론 차세대전투기 F-35 도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보수 성향의 한 정치 전문가는 “차기 진보 정권이 미국으로부터의 차세대전투기 도입을 지연시킨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남북관계 개선은 진보 정권의 아이콘이다. 차기 진보 정권이 모든 걸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우려하는 정책이나 사업에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 분야의 신규 사업을 축소해 마련한 예산으로 대북 지원을 늘리려고 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여유가 생김에 따라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수 세력은 심각하게 우려한다.

    트럼프 정부는 경제에서도, 안보에서도 신고립주의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한미 FTA 재협상 요구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려 한다. 12월 8일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홍하이그룹은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애플사가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평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12월 6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진보 정권 출범으로 국내에서 ‘반(反)대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과 맞물려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더 촉진될지 모른다.

    “주한미군 뺄게” “그러세요”

    보수 진영은 “차기 진보 정권이 뼛속까지 트럼프 행정부와 안 맞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대중 정부와 부시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가 심각한 갈등을 겪은 것을 봐온 학습효과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한국 차기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불협화음이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로 위협하면서 주둔비용 분담액 증액을 요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12월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주일미군은 해병대와 공군이다. 옮기면 미국의 부담이 커진다. 이 점을 트럼프에게 설명하면 된다. (…) 한국은 곤혹스러울 거다. 주한미군은 육군이니까.”

    기분이 좋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말이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빼내기에 편리한 군대임에 분명하다. 보수 세력은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면 대화와 협상이 제대로 될지 걱정한다. 트럼프가 불쑥 “주한미군을 뺄게” 하면 진보 정권이 “그러세요” 할지 모른다. 반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은 게을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역시 진보 정권이 바라는 바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자국이 불리한 조약을 체결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재협상 결과 더 불리한 쪽으로 결말이 난다면, 안 한 것만 못한 협상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선 보수 회귀 열풍이 거세다. 미국과 유럽의 보수주의와 우리의 진보 정권은 서로 생각이나 지향점이 달라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보수 세력으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다. 차츰 원래의 신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요즘 보수 세력은 마음 둘 곳이 없다. 새누리당도 싫고, 야 3당도 싫다. 부동층으로 변해 떠돌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빨리 읽는 것. 이것이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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