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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보수정당 소멸할 것” “野, 한미동맹 파탄 낼 것”

멸문지화? ‘걱정인형’ 된 보수 세력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보수정당 소멸할 것” “野, 한미동맹 파탄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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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는요?

“보수정당 소멸할 것”  “野, 한미동맹 파탄 낼 것”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김정일에게 물어본 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했다’는 논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안보는 더 걱정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마무리 단계다. 핵탄두 소형화에도 진척이 이뤄졌고, 발사체 대형화에도 성과가 나오는 중이다. 북한은 2016년 9월 9일 용량 10킬로톤으로 추정되는 제5차 핵실험을 실행했다. 2017년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을 경축하는 차원에서 6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에 앞서 핵실험을 5번 이상 실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다. 이 국가들은 5차 핵실험에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 북한도 어느 정도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2016년 6월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험했다. 부분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8월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중발사 시험에도 성공했다. 심지어 핵잠수함까지 건조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함경남도 신포 남조선소에서 고래급 잠수함보다 더 큰 규모의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 같다고 공개했다. 북한이 소형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핵잠수함까지 갖게 되는 것은 한국 보수 진영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사드 철회 공세 불 보듯

이에 대응하는 한국형 방어체계는 킬체인(선제타격),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0년대 중반까지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이것을 2~3년 앞당겨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장은 주한미군기지 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함으로써 남·북한 간 핵·미사일 비대칭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구상이었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이들은 사드 배치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속마음을 오래 숨기진 못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2016년 10월 사드 배치를 위한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북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중국을 방문해 사드 문제를 논의했다.



최근 여론 지지율이 크게 오른 야권 대선주자 이재명 성남시장도 경북 성주와 김천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안보의 이름으로 안보 해치는 엉터리 정책을 우리 손으로 막아내자”고 역설했다.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해왔다. 이들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의당은 말할 것도 없다.

차기 진보 정권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한국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반대로 한미 군사동맹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보수 성향 인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드는 북한의 핵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을 지켜주는 현존하는 유일한 방어막이다. 한국이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주한미군부대 내 사드 배치를 미국에 약속했다. 그런데 배치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다시 배치 철회로 돌아선다면 미국과의 약속을 너무 쉽게 어기는 것이 된다. 또한 우리가 주한미군의 생명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주한미군에게 우리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한미 군사동맹의 진정성이 허물어진다. 우리나라 안보의 근간이 흔들린다.”

야권 주자 국가관 불신

더구나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 때문에 우리 보수 진영에선 “차기 진보 정권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 대 강으로 부딪히면 한미동맹은 그 길로 파탄 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몇몇 보수 성향 인사는 현재의 야권이 한미동맹 와해를 은근히 유도하는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등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의 국가관이나 안보관을 불신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07년 11월 김정일의 의사를 물어보고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는 논란은 이런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북한에 기권 입장을 통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 성향 인사들은 ‘야당 지도자들은 북한을 좋아하고 북한에 심정적으로 가까운 인물이기에 북한에 이롭고 우리나라에 해로운 일도 무모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국방예산 줄이고 대북지원?

차기 진보 정권은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릴 것이므로 한국형 방어체계 구축은 원래 일정보다 늦춰질 수 있다. 새 정권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누적된 국방 비리를 조사하겠다면서 신규 사업 발주에 제동을 걸지도 모른다. 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야권에선 “최순실이 사드 배치는 물론 차세대전투기 F-35 도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보수 성향의 한 정치 전문가는 “차기 진보 정권이 미국으로부터의 차세대전투기 도입을 지연시킨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남북관계 개선은 진보 정권의 아이콘이다. 차기 진보 정권이 모든 걸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우려하는 정책이나 사업에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 분야의 신규 사업을 축소해 마련한 예산으로 대북 지원을 늘리려고 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여유가 생김에 따라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수 세력은 심각하게 우려한다.

트럼프 정부는 경제에서도, 안보에서도 신고립주의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한미 FTA 재협상 요구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려 한다. 12월 8일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홍하이그룹은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애플사가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평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12월 6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진보 정권 출범으로 국내에서 ‘반(反)대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과 맞물려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더 촉진될지 모른다.

“주한미군 뺄게” “그러세요”

보수 진영은 “차기 진보 정권이 뼛속까지 트럼프 행정부와 안 맞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대중 정부와 부시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가 심각한 갈등을 겪은 것을 봐온 학습효과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한국 차기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불협화음이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로 위협하면서 주둔비용 분담액 증액을 요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12월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주일미군은 해병대와 공군이다. 옮기면 미국의 부담이 커진다. 이 점을 트럼프에게 설명하면 된다. (…) 한국은 곤혹스러울 거다. 주한미군은 육군이니까.”

기분이 좋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말이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빼내기에 편리한 군대임에 분명하다. 보수 세력은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면 대화와 협상이 제대로 될지 걱정한다. 트럼프가 불쑥 “주한미군을 뺄게” 하면 진보 정권이 “그러세요” 할지 모른다. 반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은 게을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역시 진보 정권이 바라는 바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자국이 불리한 조약을 체결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재협상 결과 더 불리한 쪽으로 결말이 난다면, 안 한 것만 못한 협상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선 보수 회귀 열풍이 거세다. 미국과 유럽의 보수주의와 우리의 진보 정권은 서로 생각이나 지향점이 달라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보수 세력으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다. 차츰 원래의 신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요즘 보수 세력은 마음 둘 곳이 없다. 새누리당도 싫고, 야 3당도 싫다. 부동층으로 변해 떠돌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빨리 읽는 것. 이것이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지 모른다. 






신동아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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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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