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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살처분으론 한계… 제한적 백신 적용 검토하라

한국적 상황 맞춤형 AI 대처방안

  • 송창선 |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songcs@konkuk.ac.kr

살처분으론 한계… 제한적 백신 적용 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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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진단 및 살처분 필요

AI 조기 진단은 효과적인 방역정책 수행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국내엔 AI 진단 전문인력 및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일부 소수 진단기관에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 2017년 1월 현재 전국의 5개 기관만이 AI 정밀진단 기관으로 인정받은 상황인데, 이번과 같은 대규모 AI 발생 상황에선 업무가 가중돼 확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신속하지 못한 진단은 곧 늑장조치를 불러오고, 그사이 다른 농가로 AI가 전파될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따라서 ISO 인증 등과 같은 객관적 평가를 통해 정부 당국이 신뢰할 수 있는, 가능한 한 많은 기관이 AI 진단을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현장진단기술은 민감도가 낮아 농장이나 도축장에서 즉시 감염 여부를 진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바이러스에 따라 병원성과 배출 양상이 상이하기에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현장진단기술이 필요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현장진단키트의 경우 일부 바이러스를 검출하기엔 민감도가 낮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는 고민감도 현장진단기술은 향후 국내 AI 방역정책의 효율 제고에 기여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높은 시장성을 보유할 것이기에 국가 차원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차량 및 사람에 대한 소독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역대책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AI용 소독제의 경우 분변 등과 같은 유기물이 묻으면 효과가 급감한다. 따라서 차량 및 대인 소독의 경우 사전에 유기물을 제거하는 세척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방역 현장에선 업무 편의 등을 이유로 세척 없이 소독약만 분사하는데, 과연 이런 방식의 소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차단방역을 중시하는 일부 농장의 경우 자체적으로 농장 인근 세차장과 계약해 소독 전 세차를 하는 상황이다. 향후 거점소독시설에서 세척과정이 추가돼야 하며, 세척된 바이러스가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반드시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

소독제의 효력 또한 의심 대상이다. AI로 인한 피해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효과가 없는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독제의 경우 실험실 내 평가에서 효과가 확인되더라도 낮은 온도 등 외부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야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소독제를 적정 희석배수에 맞게 희석하는 등 표준작업지침을 지키는지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 바이러스는 구제역과 달리 일반적인 소독제에 매우 약하므로 세척 후 적절한 소독제를 알맞게 사용하면 충분히 소독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AI 발생 확인 시 축산관계자의 이동제한조치를 명령했으나, 실제 이동제한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국가동물방역시스템(KAHIS)을 통해 축산 관련 차량의 GPS를 추적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GPS 장치의 전원을 끄고 이동하는 등 정부의 방역조치를 회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전원을 끌 경우 자동으로 KAHIS에 알림이 가는 장비를 개발하는 등 차량 이동 관리방법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축산관계자의 동의가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ring-vaccination’ 적용 고려

살처분으론 한계… 제한적 백신 적용 검토하라

사상 최악의 AI 여파로 달걀마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박영철 기자]

정부가 감염농가뿐 아니라 주변 농가의 닭까지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이유는 뭘까. 주변 농가의 닭은 이미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선제적으로 살처분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즉 전파의 고리를 미리 끊어 확산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번 H5N6형 AI의 경우 발생 후 불과 50여 일 만에 3100만 마리를 살처분한 후에야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부 방역정책의 성공이라기보다는 AI가 발생할 만한 대다수 농장에서 이미 살처분이 이뤄져 더 이상 발생할 농장이 없다는 주장이 많다. 여전히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철새 등에 의해 산발적으로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현황을 고려할 때 현행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예방적 살처분을 통한 AI 확산 방지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신속함이다. 이를 위해선 신속한 진단이 필수적이며, 진단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규정상 24시간)에 살처분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24시간 내 살처분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 및 매몰지 부족이다. 반복된 발생에도 방역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았으며, 이번엔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방역인력 부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발생 12시간 만에 자위대가 투입된 일본 상황과는 대조적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중국, 동남아 등 AI 상재국 및 가금류가 적은 몽골, 러시아 지역 등을 제외하면 매번 가장 먼저 AI 발생이 보고되는 국가다. 갑작스러운 AI 확산 상황에 투입 가능한 군 인력 등 살처분 예비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매몰의 경우 농장 내 매몰이 원칙이지만, 실제로 농장 내에 적당한 매몰지를 보유한 농장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랜더링(살처분한 가금류를 고온으로 살균·처리해 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멸하는 것) 장비를 동원해 사체를 멸균하지만 이 또한 장비 부족으로 즉각적인 처리가 불가능하다. 결국 현장에선 살처분한 닭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랜더링 장비가 올 때까지 방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살처분 방법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며, 살처분 장비 및 매몰지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외국에선 살처분 방식으로 소각을 택하지만, 이 또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될 우려가 있어 적당한 살처분 방식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1995년 멕시코와 파키스탄의 경우 ‘ring-vaccination’을 통해 HPAI 바이러스 박멸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ring-vaccination’이란 AI 발생 농가 기준 주변 농가들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이 아니라 백신을 적용한 후 관리하는 방법이다. 백신에 의한 면역력은 감염된 가금류의 폐사를 막아줄 뿐 아니라 바이러스 배출량을 현저히 줄여 주변으로의 바이러스 전파를 늦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각적인 살처분 적용이 어려운 우리나라 상황에선 이와 같은 ‘ring-vaccination’ 적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백신 사용에 따른 국내에서의 AI 상재화 우려 등을 이유로 정부는 백신 사용 불가론을 주장하지만, ‘ring-vaccination’의 경우 바이러스 박멸을 목적으로 일시 적용하는 백신정책이므로 적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ring-vaccination’을 통해 감염농가 주변의 모든 농가가 아닌 실제 감염농가의 닭만 살처분했다면 이번과 같은 달걀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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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선 |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songc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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