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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대표지성 박세일 유고 ‘지도자의 길’

“공치, 협치해야 팀워크 작동해”

  •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공치, 협치해야 팀워크 작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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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나눌수록 커져”

그는 지도자가 △부민 △흥교 △기강 △자강을 이뤄내려면 △자기학습(自己學習) △존현(尊賢) △구현(求賢) △선청(善聽)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자기학습 : 세종대왕처럼 사색과 독서를 통해 신하를 뛰어넘는 국정 운영의 전문적 식견을 가졌다면 문제가 거의 없을 것이나 대부분의 리더는 세세한 부분에 대한 전문성은 크게 부족한 게 일반적이다. 또한 세계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첫째, 천하의 대략을 통찰하는 안목을 기르고자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자기학습이다. 그래야만 참모(staff)가 제안한 내용의 당부(當否)를 구별할 안목이 생긴다. 공부하지 않고 지도자가 될 생각을 말아야 한다.

②존현 : 천하는 천하의 머리로 다스리는 것이지 리더의 머리로 다스리는 게 아니다(율곡, 集天下之智 決天下之事). 옛날에는 현인이 오면 리더는 먹던 음식도 내뱉고 달려갔다.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배울 수 없다. 전체의 대략을 아는 리더에게 상세하고 구체적인 것을 보충해주는 게 인재의 역할이다. 천하의 머리를 찾는다면서 말만 잘 듣는 학생 같은 인재를 모아서는 안 된다. 리더가 가르쳐야 할 사람이 아랫사람인 조직은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스승 같은 사람을 아래에 둬야 한다.

그는 서양의 리더십 연구를 언급하면서 “사람들이 리더에게 요구하는 것은 △방향(direction) △신뢰(trust) △희망(hope)”이라고 했다.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조직원의 신뢰를 얻은 후 청사진을 내놓았더라도 정책 능력과 성과가 신통하지 않으면 리더십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구현 △선청 △후사 △회향의 방법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①인재를 찾는 법 : 누구에게 일을 맡길 것인가. 현인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정치는 사람을 얻는데 있다(공자, 爲政在於得人). 현신을 얻으면 성공하고 그러지 못하면 실패한다. 지인지법(知人之法)이 중요한 까닭이다. 사람을 올바로 알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 적재적소에 맞게 인재를 쓸 수 있다. 첫째, 그 사람의 행동하는 바를 봐라(視·시). 말과 행실을 보라는 것이다. 둘째,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와 까닭을 살펴라(觀·관). 셋째, 그 사람이 편하게 느끼는 게 무엇인지 살펴라(察·찰). 편안하게 생각하는 게 그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다. 시(視), 관(觀), 찰(察)을 하면 소인인지, 군자인지 판단할 수 있다. 선한 이가 그를 많이 지지하는지 불선(不善)한 이가 그를 많이 지지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②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 법 :
선청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리더는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 한비자(韓非子)가 강조했듯 리더가 먼저 생각을 밖으로 꺼내놓으면 안 된다. 리더가 의욕을 겉으로 나타내면 아랫사람이 자신을 꾸미는 기회로 활용한다. 선호를 나타내지 않는 허정(虛靜)한 마음으로 듣기만 해야 한다. 아랫사람 건의를 믿어주되 동조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다른 아랫사람도 동의한 내용에 따라 의견을 꾸민다. 천하의 지혜를 모으려면 다양한, 상반된 정보를 접해야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인재를 잘 찾고(求賢),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善聽) 리더는 팀 노력(team effort)을 구축해낼 수 있다. 리더의 소통 능력 외에 중요한 것이 권한의 위임(giving power away)이다. 공치(公治), 협치(協治)해야 팀워크(team work)가 작동한다. 권력은 본래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다. 권한을 위임하기에 믿음직스럽지 않은 인재는 처음부터 함께해서는 안 될 것이다.”



“時·空의 지평을 넓혀라”

“공치, 협치해야 팀워크 작동해”

위공 박세일(왼쪽)은 한국이 웅비하는 호랑이를 꿈꾸길 바랐다 [조영철 기자].

③미래를 준비하라 : 역사의 발전은 연속적이고 축적적이다.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중요하다. 내일의 역사까지도 성공시켜야 천하 제1국가, 부민덕국이 될 수 있다. 리더는 차세대 인재를 키워야 한다. 또한 다음 시대에 필요할 과제를 예측해 전략을 짤 때 고려해야 한다. 진정으로 훌륭한 지도자는 ‘천하(天下)에 이익’을 주는 데 끝나지 않고 ‘만고(萬古)에 이익’을 줘야 한다. 한글 창제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세종대왕이 집현전을 만들고 훗날 성균관이 세워진 것도 후사를 생각한 심계원려(深計遠慮)가 아닐까. 지도자는 시간적·공간적 지평(horizon)이 깊고 넓어야 한다.

④공을 타인에게 돌리는 법 : 지도자는 성취에 따른 공과 명예를 자신이 가져서는 안 된다. 팀의 구성원에게 공과 명예를 돌려야 한다. 또한 오늘이 있게 한 앞선 시기의 리더들 덕분이라고 말해야 한다.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성과를 나누는 데 참여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반면 실패와 반성에 대한 책임은 리더의 몫이다. 노자는 “공을 이룬 다음에는 공에 머무르지 말라(功成而不居)”고 가르쳤다. 흰 눈이 내리는 밤 역사의 뒤안길로 표표히 떠나야 한다. 떠나는 길에서도 똑바르게 걸어야 한다.

그는 이론과 실무, 수양과 경세의 간격을 줄여 한국적 경세학, 안민학이 형성되면 “외국의 이론을 수신(受信)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이론을 발신(發信)하는 사상적 자주국가, 이론적 독립국가, 성공한 세계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웅비하는 호랑이 꿈꾸자”

“경세학이 서면 아무나 지도자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깊은 수양 없이 경세하려고 들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사적 욕심은 많으나 공적 준비가 없는 건달 정치인, 건달 공직자가 함부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수양 없는 경세는 역사와 국민을 가볍게 생각하는 짓이다. 안민학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이웃나라를 성공국가로 만드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우리의 사상 자본이 세계로 발신할 때 한반도는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세계 중심 국가로 우뚝 설 것이다.”

끝으로 그가 신동아에 기고한 ‘마음껏 펼쳐라, 대한민국의 꿈!’ 제하 칼럼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선진화와 통일을 함께 추구해 한반도 전체를 선진일류국가로 만들면서 나아가 만주와 시베리아를 개발하고, 더 뻗어나가 중앙아시아와 유라시아 전체를 경영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야말로 21세기 아시아 시대에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그래야 고구려 멸망(668년) 이후 청일전쟁(1894년) 때까지 1200여 년간 중국의 변방속국으로 살아온 치욕의 역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 통일 한반도가 중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북아 3강을 이루는 호혜평등의 ‘신동북아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러한 선진통일과 신동북아 시대의 큰 꿈을 꿔야 한다. 역사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 시대의 국민이 어떤 꿈을 꾸느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다. 나비를 꿈꾸면 나비가 될 것이고 웅비하는 호랑이를 꿈꾸면 반드시 호랑이가 될 것이다.” (신동아 2013년 3월호 참조)





신동아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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