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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석이라도 메이저리그 뛰는 게 꿈… 지금 너무 행복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선수 황재균

  • 이영미|스포츠 전문기자

“한 타석이라도 메이저리그 뛰는 게 꿈… 지금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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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내야수

보치 감독은 이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황재균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생각을 드러냈다.

“처음 황재균과 계약을 맺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그의 경기 영상과 스카우팅 리포트를 꼼꼼히 들여다봤다. 그러나 그 어떤 자료도 직접 보지 않고선 언급하기가 어려웠다. 황재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단단하고, 욕심이 많은 선수더라. 그리고 경기에 대한 습득 능력이 기대 이상이다. 확실히 야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물론 메이저리그 감독이 하는 얘기가 100% 진심일 수는 없다. 종종 ‘립서비스’로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는 선수가 69명이나 된다. 시범경기가 거듭될수록 캠프에서 떨어져 나가는 숫자도 늘기 마련이다.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캠프로 향하거나 방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치 감독은 초청선수 신분인 황재균을 살뜰히 챙겼다.

“황재균의 장점에 대해 알고 있나. 그건 바로 실수를 해도 계속 경기를 해나가는 것이다. 실수했다고 해서 거기에 신경 쓰다 보면 남은 경기를 망치기 마련이다. 황재균은 빨리 깨우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게 프로다운 자세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괜찮다. 경기 중에 벌어진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주전 3루수는 에두아르도 누네즈가 유력하고 백업 멤버로 코너 길라스피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황재균은 1루수나 외야수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보치 감독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1루 수비도 경험하게 할 것이고(3월 7일 클리블랜드전에서 3루 수비를 보다 1루 수비를 보기도 했다), 외야수에 세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황재균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3루, 1루, 외야 수비용 글러브를 챙겨왔다. 이미 롯데자이언츠 훈련 캠프에서 세 포지션을 돌아가며 수비 훈련을 했다(황재균은 친정팀인 롯데 캠프에 미리 합류해서 이전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이어가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일정에 맞춰 샌프란시스코 캠프로 이동했다).

“나는 도전자다.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들어왔다. 주 포지션이 3루이지만 1루, 외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멀티 수비에 나서도 전혀 상관이 없다.”



잘해서 꼭 살아남고 싶다

황재균은 이런 상황에서 보치 감독이 기자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치 감독은 선수에게 직접 얘기하지는 않지만 황재균에게 끊임없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황재균은 “보치 감독님이 인터뷰를 통해 하신 말씀을 챙겨 보는 편이다. 나와 관련된 부분에서 좋지 않은 말씀을 하셨다면 의기소침했을 텐데 매번 좋은 내용으로 격려를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3월 4일 오클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황재균은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3루수 선발 출전했다. 전날 LA 에인절스전에서 2안타를 몰아친 이후라 얼굴에는 자신감이 역력했다. 더욱 이날 라인업은 샌프란시스코 주전들이 거의 포함된 터라 황재균이 갖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디나드 스판- 조 패닉-버스터 포지-헌터 펜스-브랜든 크로포드-자렛 파커-크리스 마레로-맥 윌리엄슨-황재균. 황재균은 9번 타자로 나섰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말했다.



간절함을 되찾고 싶다

“TV에서 보던 대단한 선수들 아닌가. 그들 이름이 적혀 있는 라인업에 내 이름이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타순은 전혀 상관없었다. 계속 이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황재균은 덧붙였다.

“여기서 잘해서 꼭 살아남고 싶다. 이 선수들과 야구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황재균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답변이었다. 보치 감독은 이런 황재균의 반응에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그에게 행운을 빌고 싶다”면서 “지금처럼 즐겁고, 자신감 있는 야구를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재균은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간절함’이란 단어를 되찾고 싶어 했다. KBO리그에도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지만 이미 경험한 리그가 아닌 상위 리그에서 그 ‘간절함’을 느끼고 싶었다. 다음의 얘기에서 그가 어떤 심경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는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진짜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어떤 이는 가시밭길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길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 물론 거액의 돈에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 도전에 대한 꿈을 접고 KBO리그에 남았더라면 평생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TV로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며,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며, 마음 한구석에 남은 미련과 아쉬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었겠나.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지금까진 열심히 하는 중이다. 결과는 내 몫이 아니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내 몫이다. 그런 상황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신동아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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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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