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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4명에 5년치 억대 세금폭탄

세무사-프리랜서 엮인 초대형 탈세 스캔들

  • 김건희 객원기자|kkh4792@hanmail.net

4324명에 5년치 억대 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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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경비율 제도의 허점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먼저 유 세무사에게 세무기장을 맡긴 프리랜서들이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보험설계사, 자동차 영업사원, 학원강사, 외판원 등 프리랜서들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다. 즉 인적용역 사업자로, 법적으로는 ‘3.3%(소득세 3%, 지방소득세 0.3%) 사업소득자’에 해당한다. 직장인과 달리 노동법과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신용카드,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등을 공제받지 못한다. 이들은 세금도 직접 신고한다.

매년 5월 의무적으로 자신이 납부할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데, 1년간 벌어들인 소득에서 차량유지비, 출장비, 보험료, 접대비, 판관비, 경조사비 등 각종 비용을 뺀 후 기본세율(6~40%)을 곱한다. 이 때문에 프리랜서들에게는 ‘비용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프리랜서의 특성상 지출에 대해 명확히 비용 증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금거래가 많고 증빙서류가 현금영수증 한 장뿐이다 보니 ‘접대비’인지 ‘생활비’인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경비지출 내역 중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보험설계사 이모 씨는 “고객 관리 차원에서 명절이면 농산물을 선물로 보내는데, 감자를 100만 원어치 구입하면 업체에서 택배로 보내준다. 영세사업자인 데다 운임비도 따로 안 받는 마당에 카드로 결제할 수 없으니 보통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런 경우 소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나마 택배를 이용했으니 그것으로 간접 소명을 한들 세무서 조사관이 이 사실을 인정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리랜서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탈세 스캔들’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현행 세법에는 이런 불합리함을 감안한 조치가 마련돼 있다. 단순경비율 제도다. 업종별로 소득구간을 정하고 일정 비율에 따라 특별한 증빙 없이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책위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반박한다. 사업자의 경우 매출액이 아닌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데, 매출이 늘어도 손해나 지출이 증가하면 과세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특수고용직은 매출이 늘면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영업사원의 경우를 보자. 고객이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하면 이 영업사원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선물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페이백(Pay Back·자동차 구매 시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미리 약속한 보조금을 계약 후 현금으로 추가 지급하는 것) 등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용처를 정확히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비용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니 그만큼 세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프리랜서들이 “5년간 증빙자료를 갖춰 신고하라”는 국세청의 행정명령에 “가혹한 처사”라고 토로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가산세까지 내라고 하니 이들로선 그야말로 ‘세금폭탄’이 떨어진 격이다. 대책위 측은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경비 소명 기간 및 납부 기한 연장 ▲세금 분납기간 연장(현재 분납 9개월 가능) ▲사업과 관련된 소명에 대해 포괄적으로 수용 ▲단순경비율 제도 개선 ▲과세 기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법적으로 납세 최종 입증의 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다 해도 유 세무사의 허위 기장으로 피해를 본 것인 만큼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국세 당국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병선 대책위 대표(흥국화재 보험설계사)는 “단순경비율 제도에 허점이 있는데도 이 기준을 적용해 프리랜서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야 한다. 단순경비율 제도가 현재 상황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국세청의 세금징수는 과하다”고 주장했다.



특수고용직 과세, 수술대 오르나

4324명에 5년치 억대 세금폭탄

2009년경 서울 중구에 위치한 I보험사 교육장에서 유모 세무사(가운데 서 있는 사람)가 보험설계사 대상으로 세금업무에 대해 홍보하는 모습.[프리랜서 세무사기 피해자 대책위 제공]


문제는 또 있다. 프리랜서에게 적용되는 현행 세법 복식부기의무대상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 프리랜서의 연매출이 7500만 원 이상이라도 실제로는 근로자처럼 출·퇴근하는 등 유사한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슷한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와 달리 별도의 ‘납세협력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납세협력비용은 증빙서류 발급 및 보관, 장부 작성, 신고서 작성·제출, 세무조사 등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제반 비용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일부 납세자의 납세의식 결여와 세무사의 부도덕에서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할까. 혹시 납세에 관한 일반 국민의 의식이 달라진 건 아닐까. 이런 의문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지난해 12월 박명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납세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2299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과세관청인 국세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9%를 기록했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 13.7%에 불과했다. 박 위원은 논문에서 납세 윤리의식을 개선하는 방안 중 하나로 ‘공정한 조세제도의 확립’을 꼽았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놓고 보면 세무사를 관리하는 세무 당국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구속된 유 세무사의 경우 앞서 2015년경 세무대리 탈세 행위가 적발돼 국세청으로부터 과태료(650만 원)를 낸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이 유 세무사를 철저히 조사하고 사후관리를 했더라면 한 명의 세무사가 무려 4000명이 넘는 프리랜서를 상대로 세무 사기를 벌이는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국세청이 ‘업무 태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비단 유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긴 일부 프리랜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크다. 대책위에 따르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추징 안내서를 받은 프리랜서 중에는 현재 구속된 유 세무사가 아닌 다른 세무사를 통해 세금대리 업무를 처리한 경우도 포함됐다.

자동차 영업사원 박모 씨는 “현재 2개년도(2013년, 2015년) 경비 지출 내역을 소명해야 하는데, 2013년은 유 세무사를 통해 세무기장을 작성했지만 2015년엔 다른 세무사에게 세금업무를 맡겼다. 국세청이 이번 사태를 조사하다가 일부 고객의 소득세 신고 내역에서 유 세무사가 아닌 다른 세무사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소득세 신고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발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사 중인 사안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일부 세무사의 소득세 신고 허위 작성에 대해 엄중하게 조사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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