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이종걸 민주당 검개특위 공동위원장 “조국은 검찰개혁 위해 대통령이 쓴 ‘도구’”

“조국 수사로 검찰개혁 수위 더 높아졌다”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9-10-21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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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개혁 패스트트랙 수정안 내야”

    • 전근대적 무소불위 검찰권력 리셔플링(개편) 해야

    • 검찰개혁이 조국 가족에 방패? “우연히 그렇게 보인 것”

    • “검찰개혁은 CVID(완전, 검증 가능, 돌이킬 수 없는 민주화) 단계”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시민의 승리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0월 14일 기자와 만나 검찰개혁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그 수준이 높아진 이유를 시민의 힘 덕분으로 돌렸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주말마다 검찰개혁을 위해 수십만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조국 전 장관을 지지하는 세력과 규탄하는 세력이 내세운 구호가 달랐고, 갈등과 진통도 겪었지만 그 시위가 정권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는 얘기다. 

    “사실 국회 사법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합의된 뒤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어려운 발걸음을 뗐다며 위안을 삼았다. 패스트트랙에 들어간 검경 수사권 조정은 수사 권한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것은 검찰개혁이라는 전체 그림을 놓고 볼 때는 결코 만족스러운 목표는 아니었지만 위원들도 할 만큼 했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동안 수사 주재자로서 막강한 힘을 휘둘러온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검찰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선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무소불위의 힘

    - 촛불 시위를 보면서 그런 인식이 달라졌나. 

    “촛불 시위 그 자체가 굉장한 압박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만으로는 국민의 요구 수준에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검경 수사권 조정 차원을 넘어 검찰개혁에 대해 더 명확히 보게 됐다. 검찰개혁의 수위, 흐름, 각오, 목표도 다 달라졌다. 

    우선 국회에서의 사법개혁은 상대가 있는 문제이므로 현실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정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수위를 좀 더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의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도 상당히 수정해야 한다. 수정안에 변화된 기류를 반영한 진정한 검찰개혁 내용을 어디까지 담을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다만 야당 의원들과 의견 교환을 통해 협조를 구해야 한다.” 



    -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보여준 한계는 무엇인가. 

    “우리가 다 아는 일 아닌가.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보여준 사건이다. 검찰이 (구속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예는 국민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과거에도 많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고 있는 우리 검찰은 직접 수사하다 영장도 직접 청구하고, 임의수사를 강제수사로 바꾸는 것도 스스로 한다. 수사 기간 정하는 것도 마음대로고, 5000명의 검찰 수사관도 마음대로 쓴다. 아무 제한 없이 기소할 수 있고, 피고인이 무죄를 받으면 마음대로 항소하고 상고한다. 3~5년이 지나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여럿 생긴다. 하지만 재판을 받던 사람은 3~5년간 트라우마를 겪으며 죄인으로 살다가 보상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특정 사건을 다루던 검사나 판사도 3~5년이면 다른 부서로 가고 없다.”

    10월 중 신속추진과제 제·개정

    -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탓도 있지 않은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 해도 단 한 건의 잘못된 검찰권 행사는 당사자에겐 재앙이다.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잘되면 좋은데, 항상 상당히 잘못될 수 있는 확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도 배우 장자연 사건의 명예훼손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무죄가 거의 분명한 사안이었음에도 검찰의 어떤 의도에 의해 기소돼 4년을 끌었다. 그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고, 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하나. 방법이 없다. 일제강점기에 전수받은 검찰권 행사 방식이 아직껏 살아 있다. 그것을 남긴 일본에는 검경 수사권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이번 기회에 검찰 권력 전체를 리셔플링(reshuffling·개편) 해야 한다.” 

    - 검찰개혁은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방패가 된다는 비판이 있다. 10월 8일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았을 때 자유한국당에서 “자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놓은 표현이다. 

    “방패는 전혀 아니다. 우연히 그렇게 보인 것이다.” 

    검찰개혁안을 두고 여야의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 8일 발표된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직접수사 축소 및 민생 집중 검찰 조직 개편 △인권 존중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수사 관행 개혁 △견제와 균형 원리에 기반한 검찰 운영 등이었다. 이들 ‘신속추진과제’는 10월중 제·개정될 예정이어서 결국 가족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야권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8일에 이어 14일에도 검찰의 특별수사 대상을 구체화하고 서울 대구 광주 3개청을 제외하고 특수부를 형사부로 전환하는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12일 대검찰청과 협의하고, 13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특별수사 대상은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의 수사’에서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와 중요 기업 범죄로 제한된다. 현재 특수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또 심야조사를 제한하고 조사 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며 부당한 별건수사를 제한하는 등의 인권보호수사규칙도 제정할 예정이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관련해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키로 했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기능도 강화키로 했다. 조 전 장관이 사퇴 3시간 전에 발표한 내용들이다.

    조국 말고 다른 ‘도구’ 써서 개혁 지속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 사퇴 발표 직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14일 발표된) 검찰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검찰개혁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이제 검찰 개혁은 일종의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민주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mocratization)’로 접어들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조국 장관의 신념 이전에 문 대통령의 신념이었다. 조국 장관은 대통령이 쓴 ‘도구’였다. 대통령의 의사가 확고한 이상 다른 ‘도구’를 써서라도 검찰개혁은 지속될 것이다. 

    또 조국 전 장관과 검찰이 대립할 때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를 보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더 확산됐다. 여론조사를 보면 조 장관 사퇴에 대한 찬성도 높았고, 검찰개혁에 대한 찬성도 높았다. 여론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조 장관을 교체하되 검찰개혁은 계속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적 지지가 있기 때문에 검찰개혁은 계속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여당은 이번에는 나름대로 정교한 추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법률 개정 사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를 강제했고, 대통령령을 바꿔 할 수 있는 검찰 조직 편제 등은 이미 추진했으며, 법무부 장관의 훈령으로 할 수 있는 검찰 내부의 문화, 업무와 관련된 것도 개편을 시작했다. 검찰총장에게도 개혁안을 끌어내서 추진하게 했다. 동시다발적인 검찰개혁이 계속 추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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