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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통신

카페에서 비닐 빨대 퇴출, 공항에서 플라스틱 병에 든 물 판매 금지

플라스틱과 이별하는 미국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카페에서 비닐 빨대 퇴출, 공항에서 플라스틱 병에 든 물 판매 금지

  • 값비싼 상아를 대체할 재료로 개발돼 ‘인류의 축복’으로 사랑받은 플라스틱. 여전히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값싼 물건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만 퇴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태평양 연안 도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 친환경정책 선봉에 서 있는 이 지역의 플라스틱 퇴출 움직임을 취재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배럴커피 매장(왼쪽). 샌프란시스코 홀푸즈마켓 매장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빨대. 빨대 포장 겉면에 친환경 원료로 만든 빨대여서 분해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배럴커피 매장(왼쪽). 샌프란시스코 홀푸즈마켓 매장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빨대. 빨대 포장 겉면에 친환경 원료로 만든 빨대여서 분해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샌프란시스코 발렌시아가(Valencia St) 375번지 포배럴커피(Four Barrel Coffee).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루보틀커피, 필즈커피, 피츠커피, 리추얼커피 등과 함께 신선한 커피를 파는 매장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금융정보회사 스마트에셋(SmartAsset)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 인구 대비 커피숍 숫자 1위(10만 명당 290곳) 도시다. 

9월 27일 점심시간, 포배럴커피 매장을 찾았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손님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공간 바로 옆에서 커다란 가마솥 같은 로스팅 기계에 생두를 볶고 있었다. 커피 볶는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가 한 잔에 4달러 가격표가 붙어 있는 아이스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잠시 후 커피를 건네는 직원에게 빨대를 달라고 얘기하려는 찰나 직원이 선수를 쳤다. 

“빨대와 커피용기 뚜껑 같은 건 저쪽에 있습니다.” 

직원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테이블 위에 빨대와 뚜껑, 냅킨 등이 놓여 있다. 빨대를 하나 뽑아 보니 종이포장 겉에 문구가 인쇄돼 있다. 석유가 아니라 식물 성분으로 만들었으며 분해돼 퇴비로 사용되는 제품이라는 내용이었다. 테이블 바로 위엔 큼지막한 나무 명패도 하나 걸려 있었다. 

“(우리 매장의) 봉투, 컵, 냅킨은 자연 분해되는 제품입니다.” 



직원에게 언제부터 플라스틱 대신 이런 제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느냐고 물었다. “이미 몇 달 됐다”고 한다. 문득 ‘친환경 제품 만드는 회사가 돈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진 플라스틱 빨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배럴커피 매장의 서비스 테이블. 친환경 빨대와 냅킨, 컵뚜껑 등이 놓여 있다. 테이블 위에는 “봉지와 냅킨, 컵 등은 모두 분해돼 비료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배럴커피 매장의 서비스 테이블. 친환경 빨대와 냅킨, 컵뚜껑 등이 놓여 있다. 테이블 위에는 “봉지와 냅킨, 컵 등은 모두 분해돼 비료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확한 날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커피 매장에서 늦어도 7월 1일부터는 플라스틱 1회용 제품을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시가 그때부터 커피숍과 음식점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이쑤시개, 음료 젓는 막대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고객에게 일회용품을 제공하려면 그 재질이 종이나 천연섬유여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손님이 알레르기 등 건강 문제를 이유로 플라스틱 빨대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다른 커피매장도 이 규정을 지키고 있을까. 포배럴커피 매장을 나와 10분쯤 걸으니 식료품점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이 나왔다. 2017년 8월 아마존에 인수된 이 식료품점 체인은 유기농식품을 포함해 신선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이 매장은 손님이 장바구니를 가져올 경우 가격을 몇 센트 깎아준다. 

홀푸즈마켓 내부에는 커피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커피매장에 가서 이번엔 2달러25센트 하는 아이스티 한 잔을 시켰다. 직원이 곧바로 음료를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건넸다. 빨대는 안 주느냐고 묻자 “필요하면 돈을 내고 사시라”며 주섬주섬 서랍에서 뭔가를 꺼낸다. 재사용이 가능한 빨대였다. 

언제부터 빨대를 주지 않는지 다시 물었다. 1개월 정도 됐다면서 “이곳이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체라서 그렇다”고 한다. 커피매장 바로 옆에 손님들이 샌드위치, 샐러드 같은 포장판매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도 빨대가 없는지 살펴봤다. 한쪽에 빨대 뭉텅이가 있었다. 이건 커피매장이 아니라 홀푸즈마켓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빨대 포장 겉면을 자세히 봤다. “분해 가능한 빨대이며 재활용되는 재료로 만든 것”이라고 쓰여 있다.


유리로 된 물병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편의점(위). 유리병에 담긴 물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편의점(위). 유리병에 담긴 물을 판매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벗어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주차장 건물에 차를 세우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공항 3층으로 갔다. 짐을 부치고 탑승권을 받은 승객들이 한쪽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쉬고 있었다. 

현지 신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편의점을 찾았다. 물을 사려고 음료가 진열된 냉장고를 보니 350ml 에비앙 물병이 보인다. 가격은 3달러54센트(병 제품에 붙는 보증금 5센트 포함). 공항에 올 때면 늘 보이던 591ml 플라스틱 물병이 아니라 유리병 제품이다. 플라스틱 물병은 1.5ℓ 제품만 있었다. 직원에게 “작은 플라스틱 물병 제품은 왜 없느냐”고 물었다. 물건을 진열하느라 바쁜 직원은 귀찮다는 듯 “공항에서 금지해 더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짧게 말하고 옆으로 가버렸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8월 20일부터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 주요 공항 가운데 처음 내린 조치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지리적으로 샌프란시스코시 바깥에 있지만 시 소유 시설이다. 샌프란시스코 시는 2021년까지 ‘쓰레기 없는 공항’을 만든다는 계획의 하나로 플라스틱 물병 제품부터 없애기로 했다. 다만 1.5ℓ 플라스틱 물병 제품은 금지 대상에서 일단 제외했다. 승객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소용량 제품(1ℓ 이하)부터 금지한다는 취지다. ‘찬찬히 진행되고 있구나’ 싶었다. 

3층 편의점을 나와 옆으로 지나치는데 공항 이용객이 탑승권을 보여주고 신분증과 수하물 검사를 하려고 들어가는 검색대 입구가 보였다. 입구 옆엔 액체 반입 제한 때문에 물이나 음료가 든 병을 버리는 쓰레기통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버린 플라스틱 물병이 하나 보였다. 확실히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출발점이 되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발표하는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항을 이용하는 탑승객은 연간 5700만 명에 달한다. 북미 지역 공항 가운데 7번째, 세계적으로 보면 24번째로 탑승객이 많은 공항이다. 이번 조치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매년 판매돼온 플라스틱 물병은 400만 개, 하루 1만 개가 넘었다. 확실한 건 환경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물병 제품 판매를 제한하는 공항 수가 점차 늘 것이란 점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환경정책에 있어 선두로 꼽힌다. 2014년 8월 미국 최초로 대형 매장에서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고자 대형 매장과 공공시설의 전기를 재생에너지 전기로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2030년까지 60%, 2045년에는 100% 태양광 풍력 발전 등으로 얻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보다 한발 더 나갔다. 연면적 4만6451㎡(50만 평방피트, 약 1만4000평) 상업용 빌딩은 2022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런 조치를 통해 2030년까지 시 전체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선 얼마 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일이 있었다. 지역 주민이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인 해안도시 하프문베이(Half Moon Bay)와 관련된 일이었다. 이곳은 태평양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을 갖고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음식점이 많다. 그런데 최근 한 대학 연구진이 이 동네 해산물 음식점 요리를 구입해 분석한 결과 생선의 4분의 1, 갑각류의 3분의 1에서 플라스틱 잔해가 나왔다. 이 연구 내용을 담은 논문이 네이처 자매 학술지에 실리면서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아직도 가야 할 길

2011년 샌프란시스코만(灣)으로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 현황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만2000개 쓰레기 항목 중에서 67%가 일회용 음식·음료 포장이었다. 전체 쓰레기의 50%는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나왔다. 이렇게 보면 샌프란시스코 시가 최근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정책은 환경정책일 뿐 아니라 보건정책인 셈이다. 서울시도 2022년까지 ‘전체 사용량 50% 감축, 재활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1회용 플라스틱 없는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다녀오고 며칠 뒤 집 근처 새너제이 국제공항(공식 명칭은 Norman Y. Mineta San Jose International Airport)에 갈 일이 생겼다. 미국 국내선을 타기 위해서였다. 검색대를 통과해 탑승구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음료 냉장고엔 플라스틱 물병 제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달리 이곳은 플라스틱 병에 든 물 제품 판매를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591ml 물 한 병 가격은 3달러44센트(병 보증금 5센트 포함).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편의점에서 본 유리병에 담긴 350ml 물 한 병(3달러54센트) 가격과 비교해봤다. 용량은 1.7배 수준인데 가격은 10센트가 더 쌌다. 플라스틱과 이별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동아 2019년 11월호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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