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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후각과 생식력의 상관관계

“사랑은 향기를 타고 온다!”

  • 난임전문의 조정현

후각과 생식력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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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이, 출발! 탁탁!” 

아직도 생생하다. 1970~80년대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에서 파란색 유니폼에 빵모자를 쓴 버스 안내양이 두 팔로 학생들을 구기듯 밀어 넣고는 겨우 문을 닫으며 “오라이~” 하고 외치던 모습 말이다. 운전사가 지그재그로 차를 몰며 좌·우회전을 시도할 때면 승객들은 쓰러지듯 옆 사람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요즘처럼 청결이 일상화돼 있는 시대가 아니었으니, 출퇴근 버스 안에는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향기로운 ‘분 냄새’를 풍기는 여성 옆에 서게 되면 그날은 횡재한 날이었다. 

후각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이는 생식 기능과도 연관이 있다. 대표적으로 칼만 증후군(Kallmann’s Syndrome)을 들 수 있는데, 성선자극호르몬을 만드는 시상하부의 호르몬사령부에 이상이 생겨 난소에서 배란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시상하부 앞쪽의 후각 신경구(olfactory bulb) 기능도 같이 망가진다. 

성선자극호르몬을 만들지 못하니 난자를 성숙시키거나 정자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난자나 정자는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이 분비돼 난자와 정자를 만들라고 명령하는 FSH(생식세포자극호르몬)가 분비돼야만 제대로 형성될 수 있다. 

내가 만난 환자 중에는 칼만 증후군으로 무월경 난임을 겪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결혼 후 몇 년간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끝내 아기를 갖지 못했다. 평소 월경이 없어서 피임약을 먹어야만 겨우 생리를 했는데, 필자에게 오기 전 다른 난임병원에서는 고용량의 배란유도제도 처방받았다. 하지만 난소에서 난포가 도무지 성숙난자로 자라지 않았고 여러 대학병원을 전전하던 중에 ‘칼만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뇌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을 만들지 못해 난포도 자궁내막도 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무월경 증상과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도 함께 나나타났다. 



필자는 이 환자에게 IVF(시험관아기 시술) 방법으로 특별한 시술을 행했다. 보통은 배란유도제(多난자를 키우기 위해)를 피하조직에 주사하는데, 이 환자에게는 난소에 직접 고용량의 배란유도제를 주입했다. 그로부터 보름 후, 해당 여성의 난소에서는 여러 개의 난포가 자라기 시작했고 난포를 채취해 시험관시술(IVF)을 시행할 수 있었다. 임신에도 성공해 결국 이 환자는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정액 냄새와 흡사한 ‘밤꽃’ 향기

후각기능이 생식기능과 연관이 있다니 다소 놀라고 의아할 것이다. 어디 생식력뿐이랴. 성감도 좌우한다. 냄새는 보는 것보다 더 빨리 뇌에 전달된다. 시각은 망막에 상을 맺어 시신경을 통해 시상하부를 거쳐 시각 중추에 전달되지만 냄새는 그렇지 않다. 냄새는 비강 내에 있는 후각세포에서 냄새를 느껴서 머리뼈(두개골) 바닥에 있는 후각 신경구로 직접 들어가 뇌의 측두엽 안쪽 후각중추에서 빠르게 냄새를 감지한다. 

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도 후각의 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은 체취를 통해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적 충동을 받는다.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던 과부가 바람을 타고 온 밤꽃 향기를 맡고는 저세상으로 떠난 남편을 떠올리며 그날 밤 새 남자를 맞이했다는 옛날얘기가 있다. 밤꽃 냄새는 정액의 냄새와 아주 유사하다. 정액이 내는 독특한 냄새는 스퍼미딘(spermidine)이라는 특이한 단백질 때문인데, 이것이 밤꽃 향기와 유사하다. 

동물이 짝짓기 상대를 유인할 때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적 신호로 체외 분비성 물질을 내뿜는 것처럼 인간도 남녀 간 체취가 작용하지 않으면 서로에 대한 탐색을 시작할 수 없다. 그만큼 냄새는 성의 욕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향수의 발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며 빠른 시간 내에 상대방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어여쁜 여성이 아카시아 향기를 풍긴다고 해보자. 비주얼(시각)보다 수십 배의 흡인력이 있을 것이다. 남성이 애프터셰이브를 듬뿍 발랐을 때 여성을 유혹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동물들은 소변으로 페로몬을 내뿜는다.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된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수컷 버펄로의 행동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이 버펄로는 모든 암컷과 짝짓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자신이 배설한 오줌에 몸을 뒹군 뒤 그 냄새로 암컷들을 유혹했다. 소변에는 상대를 탐색하는 데 좋은 신호 및 유인 체계인 ‘페로몬’이 다량 포함돼 있다. 페로몬은 신체 외부로 분비되는 엑토호르몬(ectohormone), 즉 외분비 호르몬이다. 주로 소변을 통해 페로몬을 분비하는데 동물들이 페로몬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 야곱슨 기관이라는 보조후각기관 덕분이다.


페로몬 향수는 효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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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간도 페로몬 향을 맡을 수 있을까? 인간은 야곱슨 기관이 퇴화해 페로몬을 맡을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페로몬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페로몬 때문은 아닐지라도, 분명 냄새는 인간의 성적 충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체취와 체액은 뇌의 본능을 자극해 이성의 호감을 자극한다. 이성을 매료시키고, 동성을 거부하고, 아기가 엄마로부터 결속력을 갖고, 생리 주기 조절을 하는 등의 활동이 바로 ‘체취’ 덕분이다. 

이러한 체취는 겨드랑이와 회음부위의 아포크린선에서 주로 분출된다. 남녀 모두 성적으로 성숙하면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생성된 16-안드로스텐스를 분비한다. 남성의 경우 농도가 훨씬 짙다. 초기 아포크린 분비액은 냄새가 없지만 공기 속에서 곧 냄새가 있는 안드로스테논으로 바뀐다. 여성의 질에서도 ‘큐프린’이라 불리는 알리파틱산이 분비돼 생리주기에 따라 냄새가 변한다. 실제로 여성들은 친한 친구일수록 생리주기까지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친구의 월경 때 체취가 나의 월경을 앞당기기도 하고, 친구의 배란기 때 체취가 나의 월경을 늦출 수 있다는 보고가 발표되기도 했다(시카고대학 생물학/1988년). 

화장품 업체들은 솔로 탈출의 병기로 페로몬 향수를 내세운다. 과연 합성 페로몬 향수가 인간의 체취와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남성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 결과, 합성 페로몬 성분 역시 이성에 대한 호감과 성적 반응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군(가짜로 약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19%만 이성에 대한 반응 수치가 증가한 반면, 페르몬 사용군에서는 무려 58%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어느덧 기해년도 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차가운 공기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핑크빛 사랑을 꿈꾸게 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추억 쌓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는 없을 것이다. 어느 시대든 청춘에게 현실은 막막하고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이럴 때 최고의 치료제가 있으니 바로 ‘사랑’이다. 혼자일 때보다는 둘일 때 마음이 든든하고 행복감 또한 크게 느껴진다. 올겨울에는 배우자 혹은 애인을 위해 향수 하나를 골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신동아 11월호]


후각과 생식력의 상관관계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신동아 2019년 11월호

난임전문의 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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