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美정찰기 동시출격 北 훑었다… U-2S는 수도권서 김정은 식별

미국의 가공할 감시정찰자산 해부① : 정찰기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입력2020-05-21 14: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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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S

    U-2S

    미국 공군 RC-135W 정찰기와 주한미군 RC-12X 정찰기가 20일 한반도 상공에 동시에 전개됐다. 북한의 통신·교신을 감청해 미사일 도발 징후 등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만큼 다양한 유형의 정찰기를 보유한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공군에서 정찰기를 운용하지만, 미국은 공군은 물론 육군과 해안경비대, 정보기관에서도 활용한다. 항공우주국(NASA) 같은 기관에서도 다종의 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다. 

    정찰기는 작전 고도와 정보 수집 가능 범위에 따라 ‘전략 정찰기’와 ‘전술 정찰기’로 구분된다. 전략 정찰기는 전구(Theater)급 정보수집 임무를 담당하며 수백㎞ 거리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전술 정찰기는 단위 부대에서 운용하며 전방 지역의 적 상황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전략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기 전력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합동기지를 사령부로 둔 16공군(16th Air Force) 관할이다. 16공군에는 무인정찰기를 주로 운용하는 9정찰비행단과 319정찰비행단, 각종 대형 정찰기를 운용하는 55비행단 등 9개 비행단이 소속돼 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9정찰비행단은 냉전 시절부터 고도도 유인 정찰기인 U-2를 운용해온 부대다. 이 부대 소속 U-2S 정찰기 3대가 현재 한국의 오산공군기지에 전개돼 있다. 



    U-2S 정찰기는 기체는 구식이지만, 탑재된 정찰 장비 성능은 최신형 정찰기 글로벌호크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산에 배치된 U-2S는 최첨단 전자광학정찰시스템인 MS-177과 아날로그 카메라인 OBR(Optic Bar Camera), 고성능 통신감청기를 주력 정찰 장비로 탑재하고 있다. 

    MS-177은 2016년부터 정찰기에 탑재된 최신형 전자광학카메라다. 정확한 성능은 비밀이지만, 고도 20㎞, 거리 150㎞에서 10㎝급 해상도를 가지고 있고, 고도를 10㎞로 내리고 거리를 60~70㎞까지 좁히면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S-177만 하더라도 세계 최정상급 정찰 장비지만, U-2S의 핵심은 OBR이다. OBR은 미국 공군이 요구로 최근 생산된 최신형 RQ-4에도 탑재된 아날로그 습식필름 카메라다. 냉전 시기 위성에 탑재돼 전략정찰과 우주관측 임무를 수행한 카메라로 실시간 사진 전송은 불가능하지만, 해상도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BR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수도권 상공에서 평양 일대를 촬영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지 식별할 수 있을 만큼의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은 U-2S는 물론 글로벌호크에도 MS-177과 OBR을 통합한 정찰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제원·능력 베일에 가려진 ‘극비 기체’ RQ-180

    RQ-180

    RQ-180

    9정찰비행단이 운용하는 또 다른 정찰기로는 RQ-180이 있다. 이 기종은 2012년 이란에서 추락해 그 존재가 알려진 RQ-170의 후속 모델로 형상은 물론 제원과 능력이 베일에 가려진 극비 기체다. 

    전문가들이 RQ-170의 성능을 토대로 추정한 RQ-180의 정찰 능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현존 최고 수준의 스텔스 설계가 적용돼 어떠한 레이더로도 탐지할 수 없으며, 기존 무인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고고도 장기 체공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RQ-180에는 U-2S나 RQ-4보다 더욱 향상된 성능의 정찰 장비가 탑재돼 있으며, 위협이 되는 표적에 대해 재밍 등 전자전을 수행할 능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대낮에 평양 상공을 휘젓고 다녀도 아무도 모를 수준이다. 

    해외 작전 내용이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9정찰비행단과 달리 55비행단 소속 정찰기들은 수시로 그 모습과 항적을 드러낸다. 최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한 이른바 ‘135 시리즈’가 55비행단 소속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펏공군기지를 본부로 둔 55비행단이 운용하는 135시리즈는 크게 5종류다. 200~250㎞ 거리에서 적의 레이더 전파나 통신 전파를 수집·감청하는 RC-135V/W 리벳조인트, 적의 무선통신을 실시간 감청하는 RC-135U 컴뱃센트, 탄도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체 궤도를 추적하는 RC-135S 코브라볼은 최근 한반도 상공에서 자주 식별된 정찰기다. 

    이밖에도 대기 중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집해 핵실험 여부를 식별하는 WC-135W 콘스탄트 피닉스 기상정찰기, 상대 국가의 동의를 얻어 통상 정찰 활동을 하는 OC-135B 오픈 스카이스 등이 대표적인 ‘135’ 시리즈다. 

    이처럼 미국의 정찰기들은 눈에 보이는 물체부터 보이지 않는 전파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범위에서 정보(Intelligence)를 수집해 이를 다른 자산으로 획득한 정보들과 교차 검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정밀하고 가치 있는 정보(Information)를 만들어낸다. 어지간한 나라는 흉내 낼 수 없는 그야말로 독보적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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