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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난 ‘사냥꾼’ 기질 가진 ‘농사꾼’…월 50만 원 기본소득 목표”

“내가 우파? 전선에 혼란 오고 있다”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이재명 “난 ‘사냥꾼’ 기질 가진 ‘농사꾼’…월 50만 원 기본소득 목표”

  • ● 차기 대선 가장 강력한 어젠다 될 것
    ● 기본소득 위한 국토보유세 만들어야
    ● 재난지원금 2~3회 더 필요할 수도
    ●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둘 다 필요
    ● 선별적 복지보다 기본소득이 더 노동의욕 고취
    ● 좌파, 우파, 양파면 어떤가, 정책 유용성이 중요
    ● 조폭, 불륜, 패륜… 구름 걷히면 실상 드러나
    ● 사냥꾼 기질 있는 농사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긴급재난지원금의 맛은 달콤했다. 달콤하기만 한 게 아니라 경제에 활력을 줄 만큼 영양분도 있었다. BC카드에 따르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가맹점(지역화폐 취급점)의 경우 4월 6일~5월 31일 신용카드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5%포인트 늘어났다. 지역화폐를 취급하지 않는 곳도 매출이 늘어나 전년 동기 90% 수준으로 회복했다. 

긴급재난지원금(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라 함)이 이런 긍정적 효과를 내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검토” “빵 먹을 자유” 발언으로 이슈를 선점했고, 19대 대통령선거에서부터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찬반이 뒤섞여 있다. 리얼미터의 6월 5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48.6%대 42.8%로 나왔다.

“차기 대선 가장 강력한 어젠다 될 것”

이재명 지사는 6월 5일 페이스북에 “증세나 재정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은 얼마든지 가능… 공개토론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평소 기본소득에 관심이 많은 기자가 공개토론 성격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지사가 흔쾌히 받아들여 12일 오후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2시간 넘게 얘기를 나눴다. 성성한 백발에 권투선수 같은 눈빛, 창의적인 비유를 생각해 내고 덧붙이는 큰 웃음소리, 정연한 논리가 함께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어젠다가 될 것”이라며 “현실성 있고 경제의 지속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소득안을 만들어내는 쪽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복지 대체나 증세 없이 연 20만 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 목표로 연 50만 원을 지급한 후 경제 효과를 확인하고 국민의 동의를 거쳐 점차 늘려가자”고 제안했다. 

-재난기본소득과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 기본소득 논의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나. 

“재난기본소득은 지역화폐와 결합해 일정기간 강제로 소비하는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됐다. 경기도가 먼저 했고, 한 달 뒤 정부도 사용처를 제한하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소비로 연결됐다. 영세 자영업자, 골목상권, 전통시장에서 매출이 늘어났고, 공급 확대로 이어져 경제 선순환에 기여했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명절 대목보다 낫다고 한다. 



재난지원금은 1회적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의 모양을 다 갖췄다. 그래서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라 이름을 붙였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매우 어려운데, 이번에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며 체득했다. 많은 사람이 연쇄적 혜택을 보면서 매우 유용한 장치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증세 없이 연간 50만 원 가능”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제가 필요한 근본 이유는. 

“지금 우리 경제는 수요 공급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혁명을 통해 디지털경제에 집중하면서 디지털 경제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기술혁명과 디지털경제의 특성상 고용을 수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 역량은 점점 커지는데, 고용이 줄어든다. 개인소득과 소비도 당연히 줄어들고, 공급과 수요가 불균형을 맞게 되는데 이것이 구조적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따라서 시장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 재정이 소비 역량 강화에 더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한 방법이 기본소득이다.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시행한 청년배당과 산후조리비 지원이 일종의 기본소득인데, 당시 그것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지급액이 약 200억 원에 불과했는데, 그 효과는 몇 배에 이른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났다. 수요 측면의 역량 강화가 시장경제, 지역경제에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경기도지사가 된 뒤에도 이것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국내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그룹의 2019년 매출이 1617조 원이었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이 1919조 원인데, 5조 원 이상 대기업 64개 그룹의 매출이 84%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고용 비율은 1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집중화 현상은 기술이 개발될수록,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전통적 산업과 달리 디지털 산업은 어느 순간에 가면 한계생산비(생산량이 한 단위 증가할 때 늘어나는 비용)가 거의 제로(零)에 가까워지지만 매출과 이익은 지속적으로 커진다. 그럼에도 고용이 거의 늘어나지 않아 구조적 일자리 소멸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고, 4차 산업혁명도 이제 시작 단계 같다. 기본소득제는 우리 사회에 너무 앞선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경제의 구조적 대전환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필요하다고 즉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혁명적인 대전환 시기다. 이게 산업혁명처럼 생산성이 단순히 양적으로 비약하는 단계가 아니고 질적으로 전환되는 단계다.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데, 미리 준비할수록 비용이 적게 든다.” 

이 지사는 “우선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연 20만 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 목표로 연 50만 원을 지급한 후 경제 효과를 확인하고 국민의 동의를 거쳐 점차 늘려가자”고 주장했다. 50만 원을 5000만 명에게 준다면 25조 원이다. 

“기본소득 50만 원을 얘기하면 적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4인 가구에는 200만 원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경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본소득을 늘리기 위해 조세감면 제도의 일부를 손볼 수가 있다.”

조세감면 제도 활용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6월 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취약노동자 및 행정명령대상 영세사업자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6월 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취약노동자 및 행정명령대상 영세사업자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뉴시스]

-조세감면 제도를 어떻게 손볼 수 있나. 

“우리나라는 지금 56조 원 정도의 조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인 25조 원을 순차적으로 감면 대상에서 제외해 나가면 1인당 연간 100만 원까지도 재원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소득구조는 매우 불평등하다. 90%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상위 10% 이내의 사람들이 큰 부를 갖고 있다. 소득 불평등 또는 자산 불평등이 지금 경기침체의 원인이기 때문에 감면 제도를 바꾸는 것에 국민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증세도 해야 하나. 

“그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 물론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조세에 대한 저항, 불신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을 해소할 정치 환경을 만들 시간이 필요하다.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다면 찬성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증세의 방식을 마련할 수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기존 세금에 일부 세율을 추가하면서 그걸 기본소득 목적세로 하는 방법이 있다. 결국은 국민이 전액을 환불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감도가 매우 높을 수 있다. 둘째는 신규 세목을 만드는 일인데 제일 급선무로 해야 할 게 데이터세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개인이 만든 영상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기여분을 조세로 일부 환수하자는 것이다. 또 탄소세도 고려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만약 모두 가는 게 불안하면 일부 선발대라도 가게 해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게 국토보유세다. 기본소득을 위한 국토보유세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달라. 국가 전체 차원에서 증세를 해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는 게 너무 부담이 크니까 경기도에 기회를 주면 제가 증명해 보이겠다. 원래 부동산세는 지방세이니 지방세기본법에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보유세를 부과하고, 세율은 지방정부가 정한다는 내용으로 입법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경기도민들과 협의하고, 저와 경기도 의원들 책임하에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 규모 너무 크면 노동 의욕 상실

-국토보유세 규모가 어느 정도 될까. 

“이전에 전국 단위로 국토보유세를 부과할 경우를 상정해서 계산해 봤다. 1년에 1인당 3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15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 지금 토지보유세가 0.2%선이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토지보유세의 절반인 0.4%까지 올리면 된다. 소모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자동차를 보유했다고 보유세가 연간 2% 정도 부과되는데, 영원히 존속하고 이익도 생기는 부동산에는 훨씬 낮게 낸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말인가. 

“전혀 맞지 않는다. 자동차는 서민도 대부분 갖고 있지만, 대규모 부동산은 부자가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 얘기를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다시 이 문제를 검토해야 할 때다. 경기도가 먼저 시행한 뒤에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공개적으로 다시 국토보유세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한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그것이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되지 않는가.”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나. 

“월 50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의 기초생활수급비가 52만 원 정도라 그 정도로 잡았다. 기본소득 규모가 너무 크면 그야말로 노동 의욕을 상실하게 되므로 정의롭지 않다. 그런데 월 50만 원 받는다고 노동을 회피하지는 않을 거다. 그것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연간으로 치면 300조 원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우리 경제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현재 약 1920조원인 GDP가 3000조 원이 되고, 사회복지 지출 비율을 현재의 10.8%에서 OECD 회원국 평균인 22%로 올린다고 가정할 때 생기는 사회복지 지출 재원 400조 원을 현재의 200조 원에 더해 600조 원까지 마련할 수 있다.”

“좌파, 우파, 양파면 어떤가, 정책 유용성이 중요”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 될까. 

“통계라서 정확하게 미래를 점칠 수는 없지만, 짧으면 10년, 길면 한 20년까지 걸릴 수 있겠다. 그 방향으로 준비해 가야 한다.” 

이 지사는 2016년 이한주 가천대 교수와 함께 다니엘 라벤토스가 지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를 번역했다. 기본소득에 관한 간결하고 체계적 입문서인 이 책의 저자는 기본소득의 정당성이 좌파적 복지제도보다는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오랜 보수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의 궁극적 목적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아 인간의 기본 권리인 ‘자유’를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니고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했던데. 

“기본소득은 좌파, 우파가 없는 주제다. 원래 출발은 자유주의적 사고였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복지 지출을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경제 활성화에 실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면서 사용기간을 정해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한 것이 그 한 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느 개인에게만 가는 게 아니라 재투자돼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나에게도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면 증세에 대한 저항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기본소득은 결국 복지 효과와 경제 효과가 같이 있는 것인데, 저는 경제정책 효과를 더 강조하고 싶다.” 

-복지국가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지사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보 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해소) 대신에 경제 활성화(살리기), 경제성장이라는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의 경제 측면을 강조하니까, 복지 측면을 강조하는 쪽이 섭섭한 거다. 그래서 심지어 저를 우파에 매몰됐다, 복지국가 모델을 망치고 있다고 반격하는 거다. 과거에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보수 야당으로부터 주로 공격을 받았는데, 요즘은 거기서 공격받는 게 아니고 소위 진보 좌파, 또는 복지국가론자들에게서 공격을 받는다. 좌파 원리주의적 사고를 하는 쪽은 ‘저거 우파 쪽으로 가네?’라고 한다. 정책은 현장에서 실용성이 있고 효율성이 높아야 한다. 정치 이념으로는 이상적인데 비용이 많이 드는 가성비 낮은 정책은 하면 안 된다. 좌파든 우파든 양파든 상관없이 가장 유용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조립해서 만들어 쓰면 된다. 지금 제가 우파라고 의심하거나 복지정책의 전형을 흩트리는 사람이라는 비난이 내부에서 나와 전선에 혼란이 오고 있다.”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둘 다 필요”

-기본소득이 복지를 대체하거나 훼손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파적 사고를 하는 분들 가운데는 기존의 복지를 통합하거나 폐지해서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 또는 그에 유사한 걸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저는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충분한 상태가 아니라 지금도 매우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절반에 불과한 복지 지출 비중을 더 높여야 하는데, 늘릴 수 있는 여력 중에 일부를 좀 더 가성비가 높고, 경제정책 효과가 매우 큰 기본소득 형태로 하면 된다고 본다.” 

-박원순 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 보장이 더 정의롭다”고 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기본소득 제도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고 서로 다른 것이다. 양궁 선수가 더 실력이 있는지, 복싱 선수가 더 실력이 있는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저는 둘 다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한 이들에 대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이니까 단기적 대증요법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에 대해 일시적 대책은 될 수 있지만, 구조적 고용 축소 문제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의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만드는 것이므로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둘 다 준비해야 하는 것이 좋다. 여력이 없다면 조금씩 하면 된다. 양궁 선수나 복싱 선수의 전체 실력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핀란드에서 2년간 기본소득을 실험한 뒤 지난 5월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삶의 만족도는 조금 좋아졌고, 고용 효과는 별로 없었다고 했다.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실업수당 75만 원을 받은 사람보다 동일한 금액을 기본소득 형태로 받은 사람이 유급 노동을 6일 더 했다. 그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받은 이들이 봉사활동 등 공익 활동을 더 많이 했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월 30만 원 기본소득을 주는 단계만 돼도 가구당 100만 원 정도의 소득이 생기기 때문에 급여는 낮아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노동에 나설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 귀농 등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있으니 생산성은 낮지만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일을 할 수 있고, 개인과 사회 전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재난지원금 2~3회 더 필요할 수도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라벤토스는 “한국에서의 기본소득 운동이 유럽에서처럼 더딜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제가 사실 그 점에 착안했다. 유럽은 이미 국민부담률(세금과 사회보장부담금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기본소득을 도입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저부담, 저복지 사회다. 부담과 복지를 늘려가야 하지만 새 영역에서 시작해 확대하면 되기 때문에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는 K방역을 의료 선진국보다 더 성공적으로 해냈다. 서구 선진국이 못 했으니까 우리도 못 할 것이라는 사대주의를 버려야 한다. 서구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국면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기본소득이 다음 대선의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경제 문제가 정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기존 정책들은 아무리 확장판을 내놓아도 한계가 있다. 뭔가 새롭게 실행 가능한 경제정책을 제시하고, 가능하면 미리 일부라도 실험해서 맛을 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한다면 국민이 공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난지원금 욕구는 또 분출할 것이다. 똑같은 재정지출로 이만한 경제 효과를 얻은 정책을 실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차 재난지원금의 소멸시효가 8월 말까지인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최소 2~3회 정도는 1차 규모 정도로 더 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좀 더 길게 봐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누가 더 현실성 있고 경제의 지속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소득안을 만들어내느냐가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다.” 

-한 언론에서 ‘박원순은 농사꾼, 이재명은 사냥꾼’이라고 비유했다. 

“저도 ‘농사’ 열심히 짓는 사람인데, 그런 비유가 좀 억울했다. 일부 맞는 측면도 있긴 하다. 행정과 정치 개념으로 얘기해 보면, 있는 길을 잘 가는 게 행정이라면 없는 길을 만드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박 시장님은 행정에 더 많이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 저는 행정가이면서 정치가다. 농사꾼의 성실한 자세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제시하고 모델을 만들며, 가지 않은 길을 가보려 하는 (사냥꾼 같은) 정치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정적 이미지… 구름 걷히면 실상 드러나

이재명 지사는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는 실용주의를 지향한다. [박해윤 기자]

이재명 지사는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는 실용주의를 지향한다. [박해윤 기자]

-소년공이 정치가를 꿈꾼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가를 꿈꾼 적은 없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는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다. 산재도 당하고, 장애인도 되고, 폭력도 많이 당하고, 돈도 많이 떼였다. 그게 제 운명인 줄 알았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개인의 운명이거나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불공정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좀 바른 세상,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인권변호사가 됐고, 시민운동도 했고, 도지사가 됐다.” 

-덧씌워져 있는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잘 알고 있다. 조폭, 불륜, 패륜, 종북, 인격파탄…. 그런 올가미를 쓰고 있지만, 구름이 걷히면 실상이 드러날 것이다. 제가 공사 구별을 잔인할 정도로 엄격하게 해서 오해를 많이 받았다. 형님과의 갈등도 결국 그 때문에 생긴 일이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다행히 재판 과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이 많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하나의 검증 과정이었다. 아무튼 많이 씻겨나갔다.” 

이 지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대법원 재판이다. 이 지사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방송 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셨지요?”라는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의 질문에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한 게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돼 2심에서 300만 원 벌금의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고, 6월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 전원합의체에서 다루기로 했다. 이 지사는 5월 22일 대법원 상고심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고, 법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변론을 하는 게 의미가 있다”며 공개변론을 요청했다.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실용주의자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제가 실용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저는 조직, 정치적 유산, 학연, 지연, 혈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혈혈단신이다. 결국 국민에게 성과로 인정받는 게 제가 살아갈 유일한 (정치적) 토대다. 맡겨진 일 열심히 하고 주인인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 그런 자세로 일하고 있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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