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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제조업체 얼마 벌었나보니…생산설비 10대로 월 36억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7-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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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차료·관리비 제외 설비 1대당 하루 1200만 원 수익 발생

    • “코로나19 초창기엔 KF94 판매로만 월 50억 원 수익”

    • 제조업체 관계자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 실감한다”

    • 내의업체 이어 코스닥 상장사도 마스크 사업 뛰어들어

    • 부직포마스크 500만 장 수출 시 10억 원 수익

    • “마스크 시장, 패션화·고급화·브랜드화 방향으로 흘러갈 것”

    [GettyImage]

    [GettyImage]

    ‘드르륵~ 드르륵~.’ 

    여름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7시, 수도권 소재 A마스크 제조업체 공장. 기계가 연신 뿜어내는 요란한 소리가 공장 건물 전체에 울린다. 마스크 생산 설비 17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 공장은 3월 이후 생산 설비 11대를 차례차례 들여왔다. 직원들은 2월 초부터 주·야간으로 24시간 2교대 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6월까지 ‘알바’ 50여 명을 추가로 고용했으나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두 가지 종류의 마스크를 생산한다. 매일 보건용 마스크 KF94 20만 장,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 30만 장 등 총 50만 장을 만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KF94 마스크만 하루 20만 장을 생산하던 것과 비교하면 전체 생산량이 2배 반가량 늘어났다. KF94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의약외품 마스크 중 하나로, 정부와 전문가가 착용을 권고하는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미세한 침방울을 차단하는 마스크로 재질이 얇고 가벼워 KF94보다 숨쉬기 편하다. 식약처가 인증한 의약외품 마스크는 보건용(KF94·KF80), 수술용(덴탈마스크), 비말차단용 총 세 가지다. A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불과 6개월 전까지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을 실감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초기 두 달간 KF94 판매로만 100억 원 벌어”

    3월 6일 경기 평택시 한 마스크 제조업체 직원들이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3월 6일 경기 평택시 한 마스크 제조업체 직원들이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코로나19 발발 초기이던 1, 2월까지는 KF94 마스크 한 종류만 제작했다. 당시 100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마스크 제조업체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데다 KF94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3월 이후 비말차단용 마스크 생산 설비 11대를 들여와 KF94와 비말차단용 두 가지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급증하고 마스크 수급이 안정되면서 3월 이후 매달 20억~30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해외 수출 물량을 맞추느라 앞으로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현재 미국의 한 무역회사와 매달 100만 장의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납품하는 계약 건을 협의하고 있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국내 마스크 수급 물량은 물론 해외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 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제조업계에서는 마스크 사업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일부 사례가 조명을 받으면서 마스크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스크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늦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수시로 올라온다. 제조업자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U인터넷 카페 검색창에 ‘마스크’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니 2000건이 검색됐다. 대부분이 마스크 사업 관련 게시물이다.

    내의업체에 이어 코스닥 상장사도 가세

    최근에는 그간 마스크 사업을 하지 않던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유모 씨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신발 부자재 공장을 운영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그 대안으로 유씨가 5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사업 아이템은 마스크 내피와 외피를 구성하는 부직포(spunbond·SB) 제작이다.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물방울을 차단하는 최고급 부직포가 제품 콘셉트다. 가격은 1g당 95원이다. 유씨에 따르면 이 부직포는 국내산이라 중국산(g당 30원대) 부직포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유씨는 부직포 10t 이상 구매 시 g당 75원, 100t 이상 구매 시 g당 65원을 받는다. 부가세는 별도다. g당 95원으로 판매하는 경우 60원의 마진이 남는다. 부직포 사업 시작 후 7월 중순까지 1t씩 총 5회 계약을 체결해 5t(500만g)을 팔았다. 

    유씨는 “마스크 부자재 사업이 돈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용돈벌이 삼아 시작한 건데, 지금껏 3억 원 정도 이익을 남겼다”면서 “마스크 관련 사업을 부업으로 삼는 섬유·봉제·의류 제조업자가 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1세대 내의업체도 마스크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쌍방울은 7월 1일 태전그룹 계열사인 헬스케어 전문기업 오엔케이와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태전그룹은 의약품 유통기업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KF94 마스크와 천 마스크 생산을 강화하고 덴탈마스크도 제조할 계획”이라며 “KF94 방역 마스크 총 1740만 장(124억 원 규모)을 연말까지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쌍방울 외에도 코스닥 상장사인 도료 생산기업 자안도 최근 황사용 마스크, 의료용 마스크, 항균 마스크 생산에 나섰다. 내의업체부터 코스닥 상장사까지 마스크 시장에 뛰어드는 지금의 상황은 마스크 사업의 수익성을 방증한다. 

    기업들이 앞다퉈 마스크 시장에 뛰어든 건 실적 개선은 물론 해외 마스크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봤기 때문이다. 이진수 한국항노화R&D 전무는 바이어와 마스크 제조업체 사이에서 계약을 연결해 주는 중개인이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마스크 사업은 고난도 기술력을 요하지 않고, 생산설비 1대 가격이 1억5000만 원 내외로 비싸지 않다. 한마디로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 중 하나다. 국내 마스크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해외 마스크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기업에는 호재로 보인다.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은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다.”

    생산설비 1대당 매월 수익 2억~3억 원

    경기 용인시 한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용인시 한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스크 제조업체가 올린 수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마스크 판매로 거둬들인 수익이 얼마인지 공개한 업체는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산설비 1대당 매달 최소 2억 원씩 벌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마스크 제조업체의 수익을 결정하는 건 생산량, 생산원가, 판매가 총 세 가지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마스크 종류에 따라 생산설비 1대당 일일 생산량이 각기 다르다. △보건용 마스크는 3만 장 △수술용 덴탈마스크는 4만 장 △비말차단용 마스크 및 일반 부직포 마스크는 6만 장 생산이 가능하다. 6월 말 기준으로 △비말차단용 마스크 및 일반 부직포 마스크 생산원가는 300원 △덴탈마스크 생산원가는 400원 △보건용 마스크 생산원가는 500원으로 시장가가 형성돼 있다. 비말차단용 및 일반 부직포 마스크는 500원, 덴탈마스크는 600원, 보건용 마스크는 900원에 유통업체에 넘긴다. 

    보건용 마스크의 마진이 장당 400원인 데 비해 덴탈마스크와 비말차단용 마스크의 마진은 장당 200원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이진수 한국항노화R&D 전무는 “동일한 시간을 들여 생산설비 1대를 돌렸을 때 KF94 마스크가 덴탈마스크나 비말차단용 마스크보다 생산량이 적다. 그런 점을 고려해 업체들이 KF94 마스크의 마진을 더 높게 책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마스크 제조업체의 수익을 추산할 수 있다. KF94 마스크 생산설비 1대의 일일 생산량은 3만 장이다. 전체 생산량의 80%(2만4000장)를 정부에 공적 마스크로 납품한다(7월 12일부터 공적 마스크 제도가 폐지됐다). 공적 마스크 판매가는 900원으로, 생산원가(500원)를 빼고 계산하면 2만4000장 납품 시 수익은 960만 원이 된다(2만4000장×400원). 나머지 마스크 6000장을 유통업체에 900원에 납품하는 경우, 수익은 240만 원이다(6000장×400원). 즉, 단순 계산하면 KF94 마스크 생산설비 1대를 보유한 제조업체의 하루 수익은 1200만 원(월 3억6000만 원)이라는 얘기다. 공장 및 창고 임차료,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월 순수익을 2억~3억 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업체들이 마스크 생산설비를 증설한 점 △국내산, 중국산 등 원산지에 따라 부자재 가격이 달라지는 점 △생산설비를 하루 16시간 이상 가동하는 점 △생산설비 사양에 따라 생산량이 각기 다른 점 △단기간에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다 보니 나타나는 불량률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업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그보다 많거나 적을 수 있다.

    비말차단용도 설비 1대당 하루 1200만 원 수익

    여름철 더위가 찾아오면서 호흡하기 편한 덴탈마스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여름철 더위가 찾아오면서 호흡하기 편한 덴탈마스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그렇다면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는 얼마를 벌었을까.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생산설비 1대당 하루 6만 장 생산이 가능하다. 판매가(500원)에서 생산원가(300원)를 빼고 계산하면 생산설비 1대당 하루 1200만 원(6만 장×200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덴탈마스크는 장당 400원에 생산해 유통업체에 600원에 넘긴다. 하루에 4만 장을 생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설비 1대당 하루 80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4만 장×200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200여 곳 가운데 생산설비를 30대 이상 보유한 업체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영세 제조업체다. 대부분 적게는 1~2대, 많게는 10~20대의 생산설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KF94 마스크 생산설비 10대를 보유한 A업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KF94 생산설비 1대 기준으로 하루 수익이 1200만 원이므로 A업체의 공장 및 창고 임차료, 관리비 등을 제외하지 않은 월 수익은 36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1200만 원×10대×30일). 

    업계 관계자들은 항간에 떠도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100억 원씩 벌었다”는 얘기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대형 제조업체가 100억~200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사례가 있긴 하지만 소규모로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생각보다 높은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충북 충주시에서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정모 대표는 “대형 업체들이 부직포나 노즈클립 등 부자재를 대량 조달해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마진을 맞추는 반면, 소규모 업체들은 주문이 들어올 때 부자재를 주문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주문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부자재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미리 부자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부자재 값이 너무 올라 주문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가 적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KF94 마스크의 주요 부자재는 총 4가지다. △부직포 △외부로부터 공기를 걸러내는 멜트브라운(Melt Blown·MB) 필터 △귀걸이 밴드 △노즈 클립이 그것이다. 부직포는 실(직조)을 거치지 않고 섬유에서 곧바로 만드는 천이고, MB 필터는 고분자인 열가소성 수지를 녹인 뒤 고속으로 분사해 필터 성능을 갖게 한 부직포다.

    부직포 마스크 500만 장 수출 시 10억 원 수익 가능

    부자재 값이 오른 이유는 마스크 해외 수출과 관련이 있다. 일부 제조업체들이 보건용 마스크 생산에서 해외 수출이 가능한 일반 부직포 마스크 제조로 선회하다 보니 부자재 가격이 뛴 것이다. 7월 13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건용 마스크의 하루 생산량 가운데 최대 30%까지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산 마스크 제품에 대한 신뢰가 워낙 커 MB 필터가 들어가지 않은 일반 부직포 마스크마저 주문이 대량으로 들어온다. 업체 간 마스크 계약을 중개하는 이선호 아이디어모빌리티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K-방역’이 주목받으면서 한국 마스크를 찾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 계약은 최소 500만 장부터 시작하고, 이를 3~6개월 동안 납품한다”고 말했다. 

    일반 부직포 마스크는 생산설비 1대당 하루 6만 장 생산이 가능하다. 납품하는 가격(500원)에서 생산원가(300원)를 빼면 마진은 장당 200원이다. 일정 기한 내 500만 장을 납품한다고 가정했을 때 10억 원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제조업체 처지에선 해외 수출이 큰돈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일반 부직포 마스크는 MB 필터가 들어 있지 않으며 보건용 마스크나 덴탈마스크 등처럼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게 아니기에 방역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체들은 마스크 제조업 관련 창업 컨설턴트 앞에 줄을 서느라 바쁘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마스크 관련 창업 컨설팅 업체 20여 곳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최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울에 사무실을 둔 M업체는 “4월 중순부터 마스크 제조업 창업 상담이나 마스크 공장 부지를 찾아달라는 문의가 줄짓고 있다”며 “마스크 제조업이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업종이다 보니, 개인 자산가의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스크 시장, 패션화 · 고급화 · 브랜드화로 흘러갈 것”

    일각에서는 해외 수출 허가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신발 부자재 생산 경험을 살려 마스크 부직포 사업에 뛰어든 유씨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유씨는 “처음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미국으로 마스크를 수출해 보려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창업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FDA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기 어렵다’는 말이 있어 마스크 제조를 포기하고 마스크 부자재(부직포)를 팔게 됐다”고 말했다.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상황에서 앞으로 국내 마스크 시장은 어떻게 될까.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스크 시장은 여전히 유망한 업종이다. 앞으로 마스크는 패션화·고급화·브랜드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생산설비를 무턱대고 증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마스크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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