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사바나] 30대 직장인의 꿈 ‘마용성 전세’ 어떻게 됐나 보니…

공인중개사들 “전세대란 이미 시작, 착한 임대인 사라질 것”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0-08-03 17: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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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로 옮겨 돈 모으려고 했는데… 계획 무산될까 걱정”

    • 가뜩이나 줄어든 전세, 저금리·부동산 규제로 씨가 말라

    • 임대차법 발의 후 한 달 동안 전세가 20% 폭등

    • 착한 임대인 자극해 전셋값 더 오를 우려

    • 전세, 월세로 점차 전환될 것

    2일 용산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정보란.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문영훈 기자]

    2일 용산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정보란.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문영훈 기자]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27) 씨는 반전세로 월 80만 원을 내고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2년 후 지하철 3호선 옥수역 인근에 전세 아파트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 매물도 사라질까 걱정이다. 

    임대차2법으로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법)이 31일 시행됐다. 전월세 2년 계약 뒤 2년을 더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골자다. 국토교통부와 여당은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보호가 법 도입 취지라고 밝혔지만 전세 집을 구하는 예비 임차인은 전전긍긍하는 상황. 그렇다면 과연 서울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지역의 상황은 어떨까. 한강 인접 구인 마용성은 직장이 위치한 여의도·종로와 가까워 30대 직장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임대차법 시행 후 첫 휴일을 맞은 8월 2일 마용성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그 실상을 취재했다.

    저금리‧부동산 규제에 임대차법까지

    “400가구 단지에 전세 매물이 7개도 안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20년 째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최모(63) 씨의 말이다. 서울시 부동산 거래현황에 따르면, 서울 전체 전세 거래건수는 2019년 7월 1만196건에서 6309건으로 38% 급감했다. 지난해 동기 거래 건수의 62% 수준이다. 마포구의 전세 거래 건수 역시 2019년 7월 대비 45%(210건) 수준. 성동구(68%)와 용산구(59%)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지역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인들은 “임대차법 개정 이야기가 나온 후부터 저금리‧보유세 강화 등으로 월세 전환이 늘어나고 매매건수가 많아져 전세 매물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성동구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는 장모(56) 씨는 “올 들어 전세로 내놓는 집이 크게 줄었다. 저금리 상황인데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를 줘봐야 남는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통과로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면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요가 많은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전세 호가는 임대차법 발의 후 천정부지로 올랐다. 마포구에서 부동산 영업을 하는 윤모(60) 씨는 “지난 달 4억 8000만 원에 나가던 전세 매물이 최근 5억 7000만 원에 나온다. 임대차법 발의 후 한 달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매매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신혼부부들은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공덕에 전세 아파트를 구하러 온 부부가 매물을 찾아 경기도까지 갔다가 다시 공덕으로 돌아왔다. 결국 공덕에서 웃돈 1억 원을 더 주고 아파트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갱신청구권이 끝나는 2년 뒤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새로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한선은 없기 때문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연구위원은 “2년 계약 갱신 후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을 때 5% 이상으로 전셋값을 올리려 할 수 있다. 이 때 추가적 제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나 많은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 말했다.

    “착한 임대인 자극할라”

    부동산 중개인들은 모두 “임대차법이 전세금을 동결해왔던 임대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같은 예측을 쏟아냈다. 5% 전월세상한제가 임대료를 올리지 않던 집주인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용산구 부동산 중개업자 전모(54) 씨는 “기존 임대료 그대로 계약을 갱신하려던 임차인들이 5%라도 올려야 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최씨 역시 “기존 전세 세입자와 계속 계약을 맺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게 6년, 8년도 사는데 이제는 집주인들이 (전세 가격을) 안올리면 손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8년 7월과 2020년 7월을 비교한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평균 인상률은 3.6%.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 2년 내 평균 전세가 상승률은 상한선 5%를 넘지 않은 셈이다. 최씨는 “순리대로 내버려 둬도 될 텐데 억지로 법으로 규제하려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변동 폭이 아파트에 비해 적은 오피스텔의 경우 5% 상한선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부동산중개인의 말이다. 인근 대기업 30대 직장인이 선호하는 오피스텔을 주로 담당하는 용산구 한 부동산중개인 A씨는 “오피스텔의 경우 5년 전 가격이나 현재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며 “임차인들을 보호하려던 정책이 오히려 임차인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장기적으로 전세가 월세될 것”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중개인들은 임대차법이 임차인들에게 주거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마포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60대 윤씨는 “4년 동안 거주가 보장되니 임차인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몇몇 중개인들은 임대차법이 속행으로 처리되며 겪은 혼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씨는 “임대차법 관련 문의가 폭주해 정신없었다. 연락이 뜸하던 해외 거주 임차인도 급히 임대차법에 대해 물어왔다”고 말했다. A씨는 “법의 취지가 좋더라도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좀 더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임대차법 개정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책이 연달아 나오는 상황에서 혼란이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대차법 시행 후 전망을 묻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뿐만 아니라 임대차 제도나 보유세 개편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다. 기존 세입자의 경우 안심할 수 있지만 9월부터 집을 구해야하는 신혼부부 입장에서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통 전세금액이 레버리지로 이용이 되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지는 미지수”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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