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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 몰린 서울 게스트하우스 “3월 대출받을 때는 3000만원이면 충분할 줄 알았죠”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폐업 위기 몰린 서울 게스트하우스 “3월 대출받을 때는 3000만원이면 충분할 줄 알았죠”

  • ●외국인 손님 끊겨 단기임대로 버텨
    ●1인실 하룻밤 1만원 대…숙박비 반토막 내도 손님 없어
    ●방문한 6곳 중 5곳 문 닫아
    ●호텔 저렴해지니 내국인 손님도 발길 끊겨
    ●북촌 한옥 게스트하우스 “손님 없어 집수리 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發 감염에 비딱한 시선
9월 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가 조용하다. [문영훈 기자]

9월 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가 조용하다. [문영훈 기자]

9월 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와우산로 일대는 고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진자가 세 자리 수를 기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지 3일 째. 쇼핑에 나선 관광객으로 북적거려야 할 거리에는 폐업이라고 써 붙인 옷가게와 문을 닫은 카페가 늘어서 있었다. 와우산로 일대에는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한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하다. 

“말 그대로 고사 상태죠. 문 닫은 게스트하우스도 많아요. 메르스가 지나고 주위 사람들에게 전쟁보다 전염병이 더 무섭다고 했는데 코로나19는 반년 넘게 이어지네요. 지금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단기임대로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게스트하우스용 주택 임차료도 안 나와요.” 

홍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모(49) 씨의 말이다. 손님으로 가득하던 김씨의 게스트하우스 공용 공간은 텅 비었다. 강원 인제군 래프팅 투어에서 외국인 숙박객들과 함께 찍은 사진만이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여행객이 많았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외국인 원룸으로 바뀐 게스트하우스

9월 1일 서울 마포구 한 게스트하우스 공용공간이 텅 비어있다. [문영훈 기자]

9월 1일 서울 마포구 한 게스트하우스 공용공간이 텅 비어있다. [문영훈 기자]

6년 전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 김씨는 가보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다고 너스레를 떨 만큼 여행 마니아다.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어울린 경험을 살려 외국인 여행자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돈도 벌고자 했다. 김씨의 게스트하우스는 관광객에게 입소문이 나 석 달 뒤 예약까지 차 있는 인기 업소가 됐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시작된 2월 말부터 예약 취소 문의가 쏟아졌다. 수입이 끊어지자 5명이던 직원도 해고했다. 김씨는 인근 대학 교환학생을 상대로 단기임대를 시작했다. 매출은 작년 대비 10%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는 놀 곳이 많고 교통이 편리해 관광객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수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게스트하우스 수도 크게 늘었다. 2015년 228곳이던 마포구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허가 업체는 2019년 3분기 483곳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외국인 손님이 끊어지며 게스트하우스는 끝을 모르는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길 건너 신촌 사정도 비슷하다. 

“임차료만 한 달 1350만 원이에요. 전기요금 같은 공과금까지 포함하면 월 고정비가 2000만 원이 넘죠. 여기저기서 돈을 꿔 적자를 메우는 형편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유진(38) 씨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160명이 숙박할 수 있는 큰 규모다. 거주할 장소가 필요한 외국인에게 임대해 숙소 전체의 20%를 간신히 채웠다. 대부분 어학원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조건으로 입국했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다.

숙박비 내렸는데도 손님 없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내국인 이동도 크게 감소했다. 8월 초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잠깐 활기를 되찾는 듯했던 숙박업은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가격이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는 서울에 관광을 온 내국인도 종종 찾아왔지만 위기에 처한 숙박업계 전반이 가격 인하에 나서며 이마저도 끊어졌다. 

“결국 가격을 후려칠 수밖에 없죠. 호텔도 저가로 승부하는데 게스트하우스가 별 수 있나요. 1인실 숙박비를 하룻밤 1만 원 선으로 낮췄지만 찾는 이들은 없어요.” 

신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유진 씨의 토로다. 

숙박업이 위기를 맞자 호텔도 몸을 굽힌다. 특급호텔마저 하룻밤을 예약하면 하루를 더 얹어주는 1+1 행사를 하거나 TV홈쇼핑에 진출해 객실을 채웠다. 서울의 4성급 호텔은 주말 최저가가 2만~3만 원 수준이다. 게스트하우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다. 김씨는 2만8000원이던 1인실 가격을 1만5000원으로 낮췄다. 월 25만 원이던 한 달 숙박료는 16만 원으로 내렸다. 

“영업 못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기분도 안 좋은데 전화하지 마세요.” 

홍익대 인근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가 전화 너머로 답했다. 가격을 내려서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유지하는 곳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홍익대 앞 젊음의 거리 일대 게스트하우스 6곳을 방문한 결과 5곳의 문이 잠겨 있었다. 

장기 불황을 견디지 못한 서울의 숙박업소 중 폐업 수순을 밟는 곳이 적지 않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2분기 5.1%(160개)의 숙박업소가 간판을 내렸다. 

한복 차림을 한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서울 종로구 북촌의 상황도 비슷하다. 9월 1일 정오 북촌 일대에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만 보였다. 북촌은 예스러운 한옥과 광화문 일대 현대식 건물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명소다. 외국인 관광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자 북촌 일대에 모여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도 위기를 겪는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집단감염도 악재

9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와 방역작업이 한창이다. [문영훈 기자]

9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와 방역작업이 한창이다. [문영훈 기자]

“코로나19 이전에는 외국인 손님 비중이 60%가 넘었죠. 코로나19 이후 내국인 예약이 드물게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가 되니 그마저도 없네요. 매출이 예년의 30%만 돼도 살 것 같은데 무리한 바람이겠죠.” 

북촌에서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10년째 운영하는 60대 정현례 씨의 말이다. 정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손님이 끊기자 5월부터 미뤄왔던 집수리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세를 보이자 보수공사가 끝나는 8월 초에는 손님이 찾아올까 희망을 품었지만 광복절 수도권 집단 감염 이후로는 예약이 툭 끊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 14일 숙박 할인권을 발급해 국내 관광 산업을 살리고자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한 숙박업계는 정부의 쿠폰 발행으로 숙박업에 활기가 돌길 기대했다. 8월 19일 이후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이 정책은 중단됐다. 

게스트하우스발(發) 집단감염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파티에 참석한 뒤 8월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 게스트하우스와 관련해 1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8월 30일 게스트하우스 내 3인 이상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제주 게스트하우스발 집단감염으로 이미지가 나빠졌죠. 손님이 없어 파티를 할 수도 없지만 공용공간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청소와 방역을 더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신촌의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김유진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일부 파티를 여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 같은 걸 하지 않아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면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제주 게스트하우스 전체가 매도당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제주에서 3년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온 박모(38) 씨의 말이다. 그는 10월 예약 분까지 모조리 취소돼 1000만 원 상당을 환불해줬다. 박씨는 2월부터 비접촉 체온계를 사는 등 방역에 철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러다 안 좋은 이미지가 고착돼 앞으로도 손님이 오지 않을 것 같네요. 게스트하우스를 정성껏 운영해왔던 입장에서 힘이 빠집니다.”

“지원금 힘들면 대출이라도…”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뉴스1]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뉴스1]

숙박업은 관광‧항공업과 함께 코로나19의 큰 타격을 입은 업종으로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월 숙박업을 비롯한 음식‧운송‧여가‧관광 등의 소상공인에게 1200억 원을 저리로 대출해줬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빌린 대출금마저 다 떨어져 간다고 말한다. 

“3월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3000만 원을 빌렸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이렇듯 오래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임차료만 한 달 1000만 원이 나갑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빌린 돈도 다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정부가 예산 문제로 지원금은 따로 못주더라도 저리로 추가 대출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홍익대 근처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김씨의 말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정책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지자체가 실태를 파악해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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