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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잔뜩 화가 나길 원한다” 서른 살 기자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⑥

[사바나] 뜻하지 않은 슬럼프…원인 모를 2㎏ 체지방 감소

  • 이현준 여성동아 기자 mrfair30@donga.com

“내 몸은 잔뜩 화가 나길 원한다” 서른 살 기자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⑥

  • ●어느새 6주차, 슬럼프 느껴
    ●기구까지 구입했지만 조립만 3시간 30분
    ●체지방 2㎏↓‘선방’에 잘 타고 있는 피부
*이현준 기자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는 8월 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6주차에 섭취한 식단.

6주차에 섭취한 식단.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방 얻어맞기 전까지는.” 

기자 역시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다. 망해서 문제지만. 바디프로필 프로젝트 6주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연장으로 ‘강제 홈트’ 2주차를 맞이했다. 헬스장에 못 가는 대신 더 독하게 프로젝트에 임하려 했다. 평일 퇴근 후 운동은 기본이고 주말 오전엔 등산, 오후엔 홈트로 1일 2회 운동하리라 마음먹었다. 

사람은 합리화의 동물이라 했던가. 퇴근 후 집에 오니 눕고 싶어졌다. 눕고 나니 ‘잠깐 눈만 붙였다 운동하자’는 강렬한 유혹이 찾아 왔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다음날 아침이 돼 있었다. 결국 화요일과 토요일, 일요일까지 무려 3일이나 운동을 쉬고 말았다. 


9월 14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홍중식 기자]

9월 14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홍중식 기자]

이현준 기자가 먹는 잡곡밥과 닭가슴살.

이현준 기자가 먹는 잡곡밥과 닭가슴살.

식단에도 위기가 닥쳤다. 잡곡밥, 닭 가슴살도 슬슬 질렸다. ‘이건 음식이 아니라 영양소에 불과해’라는 불만이 생겼다. 피자‧치킨‧크림빵 등을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선배와 외식을 할 때도 열량을 조절하느라 양껏 먹지 못하니 답답한 노릇. 12일엔 도넛 가게 앞에서 ‘딱 하나만 먹을까’ 망설이며 15분간 서성이다 발걸음을 돌렸다. 스스로가 처연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슬럼프가 찾아왔다.



3시간 30분 걸려 조립한 빨래 건조대?

 6주차 운동.

6주차 운동.

가정용 풀업기구 치닝디핑머신이 8일 도착했다. 2주차 홈트를 위해 20만 원을 들여 야심차게 구입한 물건이다. 조립하기도, 운동하기도 귀찮아 포장을 뜯지도 않았었다. 슬럼프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12일 밤 11시 30분부터 아버지와 함께 조립을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재조립하길 수차례. 새벽 3시에 조립을 마쳤다. 

완성 후 본 기구는 예상보다 커서 웅장함을 자랑했다.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늦어 그대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인 13일도 매너리즘에 빠져 온종일 잠만 자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낮아져 헬스장이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굳이 집에서 기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셈. 가뜩이나 넓지 않은 거실에 공간만 차지하다 빨래 건조대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불길한 예감이 든다. 

14일부터 헬스장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2주 만에 찾는 헬스장. 헬스장에 가니 슬럼프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싫어했을까’ 때때로 헬스장에 오는 걸 귀찮아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슬럼프가 있기는 했냐는 듯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신나게 운동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지방 2㎏ 감소

이현준 기자의 8월22일(좌)과 9월 14일(우)의 인바디 측정 결과. 지표가 향상됐다.

이현준 기자의 8월22일(좌)과 9월 14일(우)의 인바디 측정 결과. 지표가 향상됐다.

헬스장이 다시 문을 연 것은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한 가지 두려운 점이 있었다. 바로 인바디(체성분 분석기)측정 결과. 보름의 ‘홈트’ 기간 동안 진행한 식단과 운동 두 부문 모두 자신이 없었다. 식단은 망가진 날이 많았고 운동 역시 적게 하거나 건너 뛴 날이 많았다. 14일 인바디에 다시 오를 땐 심장이 두근댈 정도로 긴장했다. 결과를 바로 보기가 겁나 눈을 꼭 감고 있다가 떴다. 

이게 웬일? 마지막 측정인 8월 29일 인바디 결과와 비교해 골격근량은 43.7㎏으로 유지한 채 체지방만 2㎏ 감소했다. 체중은 89.2㎏에서 87.6㎏으로 1.6㎏ 낮아졌다. 체지방률도 15.6%에서 13.6%로 2%p 줄었다. 스스로도 의아했다. 먹는 게 늘었으면 늘었지 줄진 않았고 운동은 확실히 적게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침마다 챙겨먹었던 ABC 주스(내장지방 감소‧숙변 배출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덕일까. 아니면 잠을 많이 자서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참 다행이다. 


태닝 하기 전(좌) 5회 태닝 한 후(우)의 다리 비교. 육안으로 봐도 피부가 탔다.

태닝 하기 전(좌) 5회 태닝 한 후(우)의 다리 비교. 육안으로 봐도 피부가 탔다.

고비를 넘기니 그 밖의 것들은 순조롭게 느껴졌다. 9월 14일 태닝을 하면서 어느덧 5회를 채웠다. 아직 25회가 남았지만 태닝 전과 후를 비교하면 피부가 탔다는 건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태닝 시간도 늘어간다. 처음 5분으로 시작했던 태닝은 7분, 9분, 10분을 거쳐 11분까지 길어졌다. 시간이 짧을 땐 몰랐는데, 길어질수록 몸이 조금 괴롭다. 기계 속에 들어가 있으면 두 마리에 만 원, 마감 때 흥정을 잘 하면 세 마리에 만 원도 가능한 ‘트럭표 통닭’이 된 기분이다. 뜨겁기도 하고 살짝 따갑기도 하면서 익어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도 태닝은 효과가 있다. 몸의 근육과 핏줄이 점점 선명히 보이기 시작한다. 새하얬던 피부가 좋았지만 탄 피부도 건강미가 느껴져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꼭 태닝을 하길 추천한다. ABC 주스는 좀 더 먹어보고 추천할지 말지를 판단해야겠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이현준 여성동아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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