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바사삭 부서지는 마법 같은 맛, 이탈리아 디저트 만들기

김민경 ‘맛 이야기’ ㉗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0-09-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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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폭신하고 달콤한 디저트 바바. [GettyImage]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폭신하고 달콤한 디저트 바바. [GettyImage]

    이탈리아 소규모 와인양조장에서 그곳 사람들과 늦은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넓은 마당을 지나 식당으로 향했다. 며칠 동안 내린 비에 젖은 낙엽 더미 속으로 발이 푹푹 빠졌다. 얇은 운동화가 젖어 발끝부터 한기가 스몄다. 몸이 시렸다. 

    식당은 또 얼마나 추운지. 습기와 차가움을 머금은 돌 벽 안, 높은 천장 아래 홀로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인 순두부찌개 한 그릇 먹고 싶은 마음이었다. 몇 가지 차가운 햄과 향이 좋은 빵, 앤초비 맛 나는 구운 채소, 트러플을 올린 수제 파스타, 오븐에 구워 얇게 썬 쇠고기 몇 조각. 하나 같이 좋았지만 추위는 여전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왔다. 넓은 그릇에 길이가 짧고 통통한 송이버섯처럼 생긴 빵이 그득 담겼다. ‘바바(babba)’다. 리큐르가 들어간 시럽을 발라 완성하는 가볍고, 폭신폭신 달콤한 빵이다. 디저트 와인과 바바 여러 개를 집어먹고 나니 발끝에 온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티라미수, 나를 끌어 올려줘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에스프레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티라미수.  [GettyImage]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에스프레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티라미수. [GettyImage]

    바바는 1737년 폴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프랑스를 거쳐 1770년 전후로 이탈리아 나폴리에 전해졌다. 초기 바바는 구멍이 가운데 있는 구겔호프(왕관 모양 틀에 굽는 빵)에 달콤한 와인을 적셔 만들었다. 이후 와인이 럼주, 구겔호프가 브리오슈로 바뀌었다. 브리오슈는 버터와 달걀을 많이 넣어 만드는 부드럽고 고소한 프랑스빵을 일컫는다. 

    바바는 이탈리아에 들어오면서 앙증맞은 형태로 한 번 더 탈바꿈해 상류층이 사랑하는 디저트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바바를 후식이자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바바의 구름 같이 가벼운 살집을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움과 달콤함, 코에 빙빙 도는 기분 좋은 향이 전해진다. 나폴리식 바바는 럼 대신 나폴리산 레몬으로 만든 독주 리몬첼로를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한국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에서는 바바를 보기 어렵다. 얼추 비슷한 맛을 느끼려면 이렇게 해보자. 물과 설탕을 1:3 정도로 섞어 살짝 끓인다. 설탕이 녹은 다음 럼(또는 주정강화 와인이나 리몬첼로)을 설탕의 1/3 정도 넣어 잘 젓는다. 여기에 폭신한 브리오슈를 푹 담가 스며들게 한 뒤 먹는다. 

    티라미수(tiramisu)는 이름을 보면 딱 요즘 먹어야 할 디저트다.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 올려줘(tira mi su)’라는 뜻으로, ‘끌어올리다’는 ‘기운을 북돋다’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달콤한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강렬한 에스프레소의 절묘한 만남은 먹을 때마다 경이를 느끼게 한다. 

    티라미수는 뚱뚱한 손가락처럼 생긴 빵 사보이아르디(레이디핑거)를 술과 커피에 적신 뒤, 달걀 치즈 설탕을 넣은 크림과 빵을 켜켜이 쌓아 만든다. 이것을 냉장실에 굳혔다가 코코아가루를 솔솔 뿌려 먹는다. 부들부들한 티라미수는 숟가락으로 듬뿍 떠먹어야 제 맛이다.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을 때 이 달콤하고 향기로운 디저트를 한입 두입 먹다 보면 마음이 두 발로 다시 서는 기분이 든다. 언제 먹어도 이름값을 하는 디저트다.

    찰랑찰랑 말랑말랑 이탈리안 젤리

    찰랑찰랑한 젤리 위에 과일 등을 얹어 맛을 내는 판나코타.  [GettyImage]

    찰랑찰랑한 젤리 위에 과일 등을 얹어 맛을 내는 판나코타. [GettyImage]

    판나코타(panna cotta)는 바닐라 향이 가득 밴 생크림 젤리에 커피, 과일 등을 얹어 맛을 낸 차가운 디저트다. 찰랑찰랑 말랑말랑한 판나코타는 입에 들어가면 탄력이 사라지며 보드라워진다. 크림도 아니고 젤리도 아닌 향기로운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휙 넘어가는데, 바닐라향과 단맛은 오래오래 입에 남아 기분을 산뜻하게 만든다. 


    바삭한 과자 속에 신선하고 달콤한 치즈 크림을 넣은 카놀리.  [GettyImage]

    바삭한 과자 속에 신선하고 달콤한 치즈 크림을 넣은 카놀리. [GettyImage]

    시칠리아의 대표적 디저트 카놀리(cannoli)는 어릴 때 먹던 ‘센베이’ 과자 같은 것에 신선하고 달콤한 치즈 크림을 채워 넣고, 피스타치오를 굵게 부숴 잔뜩 붙여놓은 것이다. 즉석에서 만든 카놀리를 먹으면 바사삭하며 대차게 부서지는 맛에 신이 난다. 부스러기가 사방에 떨어지고, 입 주변에 크림이 잔뜩 묻기에 같이 먹는 사람과 서로 보고, 킥킥 웃는 사이 재미가 샘솟는다. 마지막에 아작아작 피스타치오를 씹으며 향을 즐기는 것도 즐겁다. 


    조그맣게 구운 과자 두 개 사이에 누텔라를 발라 만든 바치 디 다마.  [GettyImage]

    조그맣게 구운 과자 두 개 사이에 누텔라를 발라 만든 바치 디 다마. [GettyImage]

    바치 디 다마(baci di dama)는 초미니 햄버거처럼 생긴 과자다. 아몬드나 헤이즐넛 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조그맣게 구운 과자 두 개 사이에 누텔라(초콜릿 크림)를 바른다. 바치는 이탈리아어로 입맞춤을 뜻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평소 나누는, 양 볼을 마주 대는 인사도 바치라고 한다. 서로 꼭 껴안고 있는 것처럼 생긴 이 앙증맞은 과자는 입에서 가볍게 부서지며 단맛을 선사한다. 수북이 쌓아 놓고 커피와 곁들여 집어 먹으면 꿀 같은 휴식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이탈리아 디저트는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이 온라인에 많다. 서늘해지는 계절에 달콤하게 만들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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