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추미애 활극에 침묵 文, 참모형 대통령의 비극

[신평의 풀피리⑰] 文정권, 무능한 국정운영 표본 보여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입력2020-11-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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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秋 머릿속에는 ‘윤석열 타도’밖에 없는 듯

    • 尹 그대로 두면 재집권 어렵다고 판단하나

    • 성격 분류하는 ‘에니어그램’으로 文의 침묵 해석

    • 의존적 마음 중심형(참모형), 특징은 책임 회피

    • 역대 대통령 중 文, 朴만 참모형

    • 내 편·네 편 분류가 우선… 사람 보는 눈 없어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4·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경북 경주에서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산다.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까마득한 일이다. 1982년 나는 사법연수원생 신분으로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직무대리를 하고 있었다. 비교적 가벼운 사건을 배당받아 내 명의로 처리했다. 

    어느 청년이 잡혀왔다. 피의사실은 패싸움 가담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의율(擬律‧법규를 구체적 사건에 적용)됐다. 구속돼 수갑을 찬 청년은 한없이 선량하게 생긴 얼굴을 밑으로 떨구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이 불행한 일에 연루됐을까.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를 향한 동정심이 벌컥벌컥 올라왔다. 담배를 한 대 권했다. 당시만 해도 어디서나 담배를 피웠으나, 그렇다고 피의자에게 담배를 줘 피우게 한 행위는 많이 지나쳤다. 그는 패싸움에 연루된 일행 중 한 명이 맞지만 폭행에는 절대 가담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며 그의 변명만을 잔뜩 적어줬다. 

    1차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이 끝났다. 그때 옆에 있던 입회계장이 청년을 불렀다. 아마 지도검사가 눈짓을 주어 그렇게 한 것일 게다. 입회계장이 청년의 면상을 한 번 후려갈기고 큰 소리로 물었다. “야 이 새끼야. 너 했어, 안 했어?” 청년의 입에서는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던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예, 했습니다.” 



    입회계장과 검사는 옆에서 내가 청년을 문초하는 모습을 보고 비웃었을 것이다. 어쩌면 화가 나서 기가 막혔을 것이다. 도대체 국가권력의 위임을 받은 조사자가 피의자에게 담배를 권하다니! 그리고 뻔한 사건인데 피의자가 모면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을 그대로 다 조서에 적어주는 일이 검찰청에서 일어나다니!


    사람 보는 눈과 추미애의 소동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바로 어제 일처럼 내 기억에 선명히 박힌 사건이다. 그처럼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 후에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것도 아니다. 나는 여전히 잘 속았다. 동료들로부터도 속았고, 후배들에게도 속았고, 제자들로부터도 속은 일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로 인해 심각한 위해에 처한 경우도 있었다. 고(故) 박완서 선생은 6·25전쟁을 겪으며 ‘세상의 똥구멍’을 보았다고 했으나, 나는 다른 일로 그것을 보았다. 

    이렇게 나는 흐리멍덩하게 얼빠진 인간처럼 살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 정도로나마 살아남은 건 단 하나 덕분이다. 포기가 빠르다는 점이다. 속아서 어떤 일이 진행돼도 늦게나마 그 사실을 깨달으면 어떤 손해가 이미 생겼더라도 깨끗이 포기하고 물러섰다. 그러니 더 큰 손해는 보지 않고 가느다랗게 이나마 삶을 이어왔다. 

    요즘 들어 다시 ‘사람 보는 눈’에 관해 이러저러 생각을 굴리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추 장관이 상당히 감정과잉의 인간이라는 말은 익히 여러 차례 들었다. 결함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적극적 역할에 인색한 유교적 풍토가 남아있다. 그는 여성 정치인에게 척박한 환경을 딛고 5선 의원과 당 대표까지 지냈다. 그 과정에서 맞서야 했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눈에 선하다. 나는 실제로 어떤 모임에서 마초 의식이 유난히 강한 어떤 교수가 추 장관(당시 의원)의 등짝을 후려 패듯이 두들기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것을 나서서 말리지 못한 비겁함을 지금도 뉘우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대미문의 ‘추미애 활극’을 보면 개탄스럽다. 여당 당적을 가진 그가 수사지휘권을 핑계로 칼을 휘두르며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막고 있다. 헌법은 고사하고 부당한 정치적 외압을 막기 위해 마련해둔 검찰청법의 법률조항도 그의 안중에는 없다. 그에게 품었던 긍정적 평가의 원형질조차 사라졌다. 역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 

    추 장관은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발표했다. 지금 추 장관 머릿속에는 ‘윤석열 타도’밖에는 없는 것 같다. 검찰개혁이고 뭐고 그것은 겉으로 하는 말이다. 오직 윤석열 검찰총장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다. ‘윤석열을 제거하지 않으면 진보정권의 재집권이 어려워진다, 그를 반드시 없애 나와 우리의 안녕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별 분명치 않은 이유로 윤석열에 대한 감찰을 밀어붙인다. 며칠 전에는 심지어 평검사 둘을 보내 검찰총장을 대면조사 하도록 명했다고 한다. 세간에서는 ‘미치광이 전략’을 펴고 있다고도 하던데, 그 오만방자함이 마치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

    추 장관이 벌이는 소동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뜻밖에도 이것이 윤 총장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진즉에 윤 총장이 정계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해왔다. 나는 지난해 7월 윤 총장의 취임사가 자신을 검찰 수장이 아니라 국가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이를 통해 향후 정계 투신의 확고한 뜻을 표방했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느 누군가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도 비난도 할 수 없다. 지금 여권은 총체적으로 나서서 윤 총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언급하며 총장직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어불성설의 일이요 망발이다. 내 귀에는 마치 자신들만이 영영세세 권력을 잡고 흔들겠다는 탐욕을 드러내는 말처럼 들린다.


    文대통령은 의존적인 마음 중심형 성격

    추 장관의 꼴불견을 보며 참으로 이상하다 싶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다. 그의 침묵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걸까. 과연 그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의도로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나는 여기에 도저히 해답을 찾지 못하겠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 최중철이 여기에 해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의 성격을 분류하는 ‘에니어그램’(enneagram)에 따라 문 대통령의 침묵이 빚어내는 괴이한 현상을 해석한다. 에니어그램은 융이 1920년대 창안한 MBTI와 더불어 대표적 성격분류론이다. 에니어그램에서는 9가지로 성격을 분류하는데, 이를 다시 3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공격적인 장(腸) 중심형, 은둔적인 머리 중심형, 의존적인 마음 중심형이다. 

    성격은 어느 경우에나 불변하는 것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원용하면 그 사람의 운명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의존적인 마음 중심형(이를 최중철은 ‘참모형’이라고 용어를 붙이며, 공격적인 장 중심형을 ‘지도자형’이라고 부른다)에 속하며, 이 타고난 성격에 매여 있다는 것이다. 최중철의 통찰력 가득한 분석은 계속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도덕성과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그의 성격이 인격을 눌렀다. 인격은 그가 가진 페르소나에 불과했다. 그의 성격은 자신을 조종하는 윗사람에게 충성을 바치도록 돼 있다. 그래서 자신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는데 능숙한 조국 교수 같은 이에게 충직함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한 없이 선한 의도를 갖고 대하나, 반대쪽의 이들에게는 무관심하다. 이 성격 자체가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 편에만 의지하고, 내 편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 성격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점이다. 

    물론 이 성격을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불교식으로 확철대오(廓撤大悟)해 도를 깨우친다면 그 성격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직 그 인격이 성격을 누르지는 못하는 단계다. 인격과 성격 간의 부조화 관계에서 자연히 위선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역대 대통령 중 지도자형은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고 그 중 김대중이 제일 낫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더불어 참모형이다. 새 대통령은 꼭 지도자형을 뽑아야 국운이 열린다. 현재 나타난 사람 중에서 지도자형은 윤석열 총장이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닐까 한다. 

    최중철의 견해를 소상히 옮긴 이유는 실제 인간관계나 문학작품의 이해를 위해 정신분석학이 가장 정확한 설명의 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 틀은 바로 사람을 보는 가장 예리한 눈이다. 최중철의 설명은 지금 추미애 장관을 둘러싼 현상은 물론이거니와 과거 조국 사태 당시 문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상당히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최중철의 견해에 따르면 추 장관이 지금 저지르는 ‘미치광이’식 행동에 문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음에 불과하다.


    무능한 국정운영의 표본

    최중철의 설명에 내 견해를 조금 덧붙여보자. 참모형은 대체로 사람 보는 눈이 없다.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은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을 우선한다. 그러니 아무리 장점을 많이 갖고 있어도 내편이 아닌 사람이라면 그 장점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2013~2017), 문재인 정부(2017~) 7년에 걸쳐 우리 사회 전반에 뚜렷한 방향성이 결여된 이유는 국정에 투입된 인재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추미애 같은 사람들의 진면목을 잘 알지 못한 채 법무장관에 임명한 탓에 검찰개혁은커녕 사법개혁의 문조차 열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려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사법신뢰도 꼴찌인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 뼈아픈 일이다. 민주화를 표방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한 사법개혁의 궤도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탈한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잘한 것 말고는 무능하게 국정운영을 한 정권의 표본이라고 할 만하다. 새로운 대통령이 최중철의 주장처럼 반드시 지도자 형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심도 참모형 대통령에 의한 지난 7년간의 폐해를 느끼며 최 원장이 지목한 지도자형 정치인 이재명, 윤석열 두 사람에게로 점점 기울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 늙음이란

    생애 첫 양복을 맞춰 입고 우쭐대는 낯모를 청년에게서
    문득 애처로움을 볼 때
    잠에서 깨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한 아이들 뒷모습에
    까닭모를 미안함을 던질 때
    돌아가신 부모님의 세월이
    경계를 잃어버리고 내 것과 합쳐질 때
    그대는 이제 늙은 것이오

    약한 이를 발밑에 깔고 괴롭히는 놈
    권력을 끼고 오만방자하게 팔자 눈썹을 그리는 놈
    세상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교활한 미소를 흘리는 놈
    이런 놈들을 보고도 모른 체 하면
    그대는 헛늙은 것이오

     가지치기를 한창 하고 있다. 가지치기한 나무는 화장을 한 새색시와 같다. 몸가짐을 곱게 새로이 해 아름다운 봄을 기다린다. 나무가 높으면 다람쥐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잘라내야 한다. 늙은 나이에 나무를 타려니 조금 무섭기는 하다. 사람도 나무도 애정을 갖고 돌봐주면 다르다. 가지치기 한 나무는 그 형태가 예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유실수는 소출이 훨씬 많아진다. 한 일주일은 더 이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신평 제공]

    가지치기를 한창 하고 있다. 가지치기한 나무는 화장을 한 새색시와 같다. 몸가짐을 곱게 새로이 해 아름다운 봄을 기다린다. 나무가 높으면 다람쥐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잘라내야 한다. 늙은 나이에 나무를 타려니 조금 무섭기는 하다. 사람도 나무도 애정을 갖고 돌봐주면 다르다. 가지치기 한 나무는 그 형태가 예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유실수는 소출이 훨씬 많아진다. 한 일주일은 더 이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역임
    ● 저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들판에 누워’(시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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